미국의 크리스토퍼 힐 국무부 차관보는 지난주 독일 베를린에서 열린 북한측과의 양자회동에서 핵문제에 진전을 이룰 수 있는 기반을 마련했다고 밝혔습니다. 이와 관련해 미국의 일부 한반도 전문가들은 6자회담의 진전 여부는 미국과 북한 양측이 핵동결과 금융제재 문제에 있어서 협상할 준비가 있는지 여부에 달려 있다고 보고 있습니다.
미국의 크리스토퍼 힐 국무부 차관보는 22일 중국의 우다웨이 외교부 부부장과 만난 뒤, 북한 핵문제를 풀기 위한 6자회담이 가능한 한 빨리 열려야 한다는데 양측이 의견을 같이했다고 밝혔습니다. 그러면서 중국측이 곧 회담날짜를 발표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습니다. 힐 차관보는 지난주 독일 베를린에서 북한 측과 가진 협의에서 6자회담을 조속히 열어 북한 핵문제에 진전을 이룰 수 있는 기반을 마련했다고 설명했습니다.
이와 관련해 남한 정부관계자는 북한 측이 베를린 회동에서 방코델타아시아 은행 문제가 먼저 풀려야 한다는 기존 입장에서, 이 문제와 핵폐기 문제를 병행해 논의할 수 있다는 쪽으로 입장을 바꿨다고 남한 언론에 전했습니다. 특히 북한측은 경제지원과 에너지 지원, 그리고 방코델타아시아 은행에 묶여 있는 북한 자금을 풀어주는데 미국이 성의를 보여준다면, 원자로 가동중단 등과 함께 국제원자력기구 요원의 감시를 허용할 수 있다는 입장을 밝힌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미국 사회과학원(SSRC)의 레온 시갈 박사는 22일 자유아시아방송과의 회견에서 원자로 가동을 중단하고 국제원자력기구의 감시를 받겠다는 북한의 제의는 전혀 새로울 게 없다고 분석했습니다. 시갈 박사는 북한이 원자로 가동 중단 말고도 다른 핵동결 조치들을 함께 취해야 한다고 지적했습니다.
Sigal: There is a refurbished plant for producing uranium fuel rods for the reactor.
"원자로에 들어가는 우라늄 연료봉을 생산하기 위해 북한이 공장을 보수했는데요, 아직 이 공장이 가동에 들어갔다는 얘기는 못 들었습니다만, 이 공장도 핵동결에 포함돼야 합니다. 또 이미 재처리된 플루토늄도 사찰대상에 들어가야 합니다. 이런 일련의 핵동결 조치들이 이뤄지기 위해서는 미국도 방코델타아시아 은행 문제를 포함해서 상당한 정도의 상응조치를 취해야 하는데, 힐 차관보가 베를린 회동에서 이것을 약속해줄 수 있는 권한을 부여 받았는지가 관건입니다."
시갈 박사는 6자회담이 곧 열릴 것이라는 소식 보다는 미국과 북한 양측이 진지한 내용의 제안을 마련했는지가 더 중요하다며, 현재로서는 이를 확인할 길이 없다고 말했습니다.
미국 의회조사국(CRS)의 래리 닉쉬 박사는 6자회담이 임박했음을 알리는 외교적 움직임이 빨라지고 있는 배경에는 미국과 북한 양측이 한발씩 물러나 타협점을 찾았을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습니다. 닉쉬 박사는 그러나 이번에도 대북금융제재 해제가 협상의 관건이라고 주장했습니다.
Niksch: As the situation prior to the December meeting turned out to be, this situation is another facade of optimism.
"작년 12월 6자회담이 열리기 전에도 낙관적인 전망을 낳게 하는 상황이 벌어졌지만, 결국 회담은 이렇다 할 성과를 거두지 못했습니다. 이번에도 똑같은 상황일 가능성은 얼마든지 있습니다. 특히 금융제재 문제가 먼저 해결돼야 한다는 북한의 입장이 바뀌었는지는 두고 볼 일입니다."
한편 힐 차관보는 미국 재무부가 북한 측과 마카오의 방코델타아시아 은행 문제를 곧 다시 논의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북한 측과의 금융 실무회담을 어디서 열지 아직 정하지 않았으나, 다음 6자회담이 열리기 전이나 혹은 6자회담과 동시에 병행해 열릴 것이라는 설명입니다.
워싱턴-김연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