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한국 화물선 구매해 수차례 석탄 불법 수출

워싱턴-조진우 choj@rfa.org
2022.09.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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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 한국 화물선 구매해 수차례 석탄 불법 수출 '오리엔탈 트레저'호가 2017년 12월16일 북한 남포 항에서 석탄을 적재하는 모습.
/유엔 안보리 대북제재 전문가단 보고서

앵커: 한국 선박이 북한에 판매된 사실이 국제기구 자료를 통해 새롭게 확인됐습니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산하 대북제재위원회 전문가단은 북한이 해당 선박을 이용해 석탄을 불법 수출한 정황을 발견해 주의보를 내리기도 했습니다. 조진우 기자가 보도합니다.

 

20105월부터 한국의 H사와 A사 등이 소유했던 화물선 오리엔탈 트레저’(Oriental Treasure) 호는 201691일 한국 군산 항에 입항하면서 한국 항만당국에 차항지(다음 목적지)공해상’(Ocean District)으로 기재해 제출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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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리엔탈 트레저'호는 한국 선박이었던 2016년 9월1일 군산 항에 입항하면서 다음 출항지로 공해상을 기재해 제출한 뒤 9월 3일 출항했다. /한국 해양수산부

 

이후 93일 군산 항을 떠난 뒤 행적이 묘연했던 오리엔탈 트레저호는 열흘도 지나지 않은 12일 국제사회 선박 등록 시스템에 영국령의 산호섬인 앵귈라’(Anguilla)수퍼 프로핏’(Super Profit)사로 소유권이 등록됐습니다.

 

오리엔탈 트레저호의 소유권을 등록한 곳은 수퍼 프로핏이지만 국제해사기구의 선박등록 자료에 따르면 북한 평양시 락랑구역 정오동에 위치한 신해해운에 주소를 둔 사실상 북한 선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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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해사기구 선박 등록 자료에 따르면 '오리엔탈 트레저'호가 북한 회사 소유가 된 시점은 2016년 9월12일이다. /IMO

 

한국 회사 소유의 중형 화물선을 북한이 곧바로 구매한 정황이 새롭게 확인된 것입니다.

 

유엔 안보리 대북제재 전문가단은 지난 3월 발행한 보고서를 통해 북한 유조선 오션 스카이호와 신평 5’호가 과거 한국 선박이었다고 밝힌 바 있지만 오리엔탈 트레저호가 한국 선박이었다는 사실은 이번에 처음 밝혀졌습니다.

 

오리엔탈 트레저호는 북한에 넘어간 뒤 탄자니아와 코모로(Union of the Comoros) 깃발을 달거나 국적없이 운항되다가 201811월부터는 북한 깃발을 달고 있습니다.

 

문제의 선박인 ‘오리엔탈 트레저호는 길이 약 114m, 너비 약 19m, 부피와 무게를 나타내는 총 톤수’(Gross Tonnage)7528, 적재할 수 있는 화물의 최대 무게를 의미하는 재화중량톤수’(DWT) 938톤의 중형 화물선입니다.

 

북한에 선박을 판매하는 것은 유엔 안보리가 지난 2016년 만장일치로 채택한 대북 결의 2321호 위반 입니다.

 

또 안보리 결의와는 별도로 한국은 2010년 천안함 피격 사건으로 시행된 5.24 대북제재 조치 등을 통해 선박을 포함한 북한과의 무역을 전면 금지하고 있습니다.

 

유엔 안보리 대북제재 전문가단과 미 정부는 북한이 ‘오리엔탈 트레저호를 구매한 후 수차례 석탄을 불법 수출한 정황을 발견해 주의보를 내리기도 했습니다.

 

대북제재 전문가단이 20193월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오리엔탈 트레저호는 북한의 불법 석탄 수출 작전을 직접 진행하거나 도왔습니다.

 

구체적으로 ‘오리엔탈 트레저호는 201712월과 20188월 사이 3차례  남포 항과 송림 항에서 석탄을 적재한 사실이 적발됐으며, 20184월부터 12월 사이에는 세차례 베트남(윁남) 통킹만에서 유엔 안보리 결의가 금지한 선박 간 환적 (STS)을 통해 석탄을 불법 수출했습니다.

 

이에 그해 4월 미 재무부 해외자산통제국(OFAC)오리엔탈 트레저호 등이 포함된 불법환적 의심 선박 명단을 공개하고 주의보를 발령하기도 했습니다.

 

당시 해외자산통제국은 “유엔의 강력한 제재에도 불구하고 북한은 석유제품의 지속적인 불법 수입뿐 아니라 통킹만에서 석탄 수출도 재개했다”며 “유엔 안보리 대북제재 결의안은 북한산 석탄 수출이 김정은 체제의 핵무기 및 탄도미사일 개발에 도움이 된다는 점을 인정한다”고 경고했습니다.

 

자유아시아방송(RFA)은 유엔 선박 등록자료 등을 통해 해외자산통제국이 발표한 불법환적 의심 선박 명단 중 오리엔탈 트레저호 외에도 13척의 북한 선박이 과거 한국 해운회사가 소유했거나 한국 깃발을 달고 운항했던 사실을 확인했습니다.

 

아울러 현재 유엔 대북제재 명단에 이름을 올린 북한 선박들 가운데 ‘지남산(대북제재 명단 이름은 을지봉 6’) 7척의 북한 선박도 과거 한국 소유 혹은 한국 깃발을 달고 운항한 사실을 발견했습니다.

 

유엔과 미 정부의 잇단 경고에도 불구하고 ‘오리엔탈 트레저호는 최근에도 활발히 활동하고  있습니다.

 

28일 선박의 실시간 위치정보를 보여주는 마린트래픽에 따르면 오리엔탈 트레저호는 이날 오전 354분에 북한 청진 항을 출발해 남쪽으로 항하고 있습니다.

 

유엔안보리 대북제재 전문가단은 지난 2018년 보고서를 통해 북한 청진 항에서 석탄을 실은 선박들이 러시아 홀름스크 항으로 이동했다고 지적한 바 있어 이번에도 석탄을 불법 수출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의혹이 제기되는 부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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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 한국 선박이었던 북한의 '오리엔탈 트레저'호가 28일 북한 청진 항을 떠나 남쪽으로 운항하는 항적. /MarineTraffic

 

이에 대해 한국 해양수산부 관계자는 26일 자유아시아방송(RFA)과 통화에서 선박 매각과 관련한 자료를 갖고 있지 않아 정확한 사실관계를 확인해 주기 어렵다면서도한국 선박의 해외 매각 시 유엔 안보리 결의 위반 사항이 연루되지 않도록 선사 등에 대한 계도를 강화하고 있다고 답했습니다.

 

한편 자유아시아방송이 국제해사기구(IMO)에 등록된 북한 선박 총 573척을 조사한 결과, 북한 소유가 된 과거 한국 선박은 43척입니다.

 

하지만 유엔 안보리 전문가단이 지난 3월 보고서를 통해 지적한 것처럼 북한 해운회사가 국제 기구에 선박 등록을 하지 않아 공식적으로 확인되지 않은 북한 선박도 다수 있을 수 있어, 이 중 한국 선박이 포함됐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습니다.

 

기자 조진우, 에디터 양성원, 웹팀 이경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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