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주북독일대사 “최근 북 도발은 내부 위협 우려 때문”

워싱턴- 자민 앤더슨 andersonj@rfa.org
2024.06.24
전 주북독일대사 “최근 북 도발은 내부 위협 우려 때문” 최근 비무장지대(DMZ)에서 작업 중이던 북한군 다수 인원이 지뢰 폭발로 다치거나 숨지는 사고가 발생했다고 한국 군이 18일 밝혔다. 사진은 전선지역에서 전술도로 보강 작업 중인 북한군.
/연합뉴스

앵커: 지난 2007년부터 두 차례에 걸쳐 8년 동안 북한 주재 독일 대사로 근무했던 토마스 섀퍼 전 대사는 북한의 최근 대남 도발 행위에 대해 내부 위협을 두려워하기 때문이라고 분석했습니다.

 

그는 북한이 러시아와의 협력을 확대하는 것이 미국 대선을 앞두고 도발을 강화하려는 요소 중 하나이며, 이러한 움직임은 미 대선까지 지속될 것이라고 내다봤습니다. 섀퍼 대사와의 대담에 자민 앤더슨 기자입니다.

 

[기자] 북한이 비무장지대에 벽을 쌓고, 계속해서 한국으로 오물 풍선을 보내고 있습니다. 왜 북한이 최근 이러한 움직임을 보인다고 생각하시나요?

 

[섀퍼 대사] 저는 김정은 뿐 아니라 북한 정권 전체가 생존에 대해 걱정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북한 관리들은 외부 위협, 특히 미국의 위협이 클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서방에 굴복해 결국 파멸했다는 이라크의 사담 후세인 정권과 리비아의 카다피 정권을 예를 들기도 합니다. 그러나 실제로 그들이 두려워하는 위협은 바로 내부의 위협입니다. 그들은 외부에서 들어오는, 북한 주민들을 불안정하게 만드는 외부 사상에 대해 크게 우려하고 있습니다. 북한 주민들이 그 사상을 접하고 정권에 반대할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기자] 대사님께서 북한에 근무하실 때도 북한 정권이 이러한 위협을 느끼고 있었나요?

 

[섀퍼 대사] 제가 독일 대사로 북한에 있을 때 독일 통일에 대해 이야기하고, 독일 통일의 날을 항상 기념했습니다. 한번은 통일의 날 행사 이후, 한 북한 관리가 제게 와서 “더 이상 듣고싶지 않다”며 “그만 이야기 해 줄 수 없겠냐”고 했습니다. 북한 관리들도 한국 사람들처럼 독일 통일에 대해 상세히 연구했습니다. 당시 동독 시위대가 ‘우리는 인민이다’라는 구호와 함께 독재 정권을 향해 시위하다가, 단시간 내에 ‘우리는 한민족이다’라는 구호로 바꾼 것, 그리고 동독 사람들이 더 나은 정치적·경제적 생활을 달성하는 가장 쉬운 방법은 서독과의 합병이라는  것을 깨달은 것도요. 바로 이것이 북한 정권이 가장 두려워하는 것이며, 중국과 베트남처럼 실질적인 경제적 개혁을 시도하지 않은 이유입니다. 주민을 불안정하게 할 수 있는 사상의 유입, 북한에서는 정신적 오염이라고 부르는 이것이 북한 정권에는 큰 존재적 위협이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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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통일부는 24일 대남 오물풍선 70여개를 수거해 분석한 결과 오물풍선에 담긴 퇴비 등 물질에서 기생충 검출과 함께 생필품 쓰레기가 다수 포함된 것으로 나타났다. 사진은 오물풍선에 담겨있던 내용물들. /연합뉴스(통일부 제공)

 

[기자] 장벽 건설과 오물 풍선 살포 외에도 북한의 대남 도발과 긴장 고조 행위가 늘고 있습니다. 북한의 의도는 무엇일까요?

 

[섀퍼 대사] 미국 대통령 선거와 관련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북한 정권은 트럼프 전 대통령이 승리하기를 바라고 있습니다. 트럼프가 당선되면 주한미군 철수에 더 가까워질 수 있는 기회라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한국은 북한에게 존재의 위협입니다. 그래서 항상 한국의 정치적 행동을 통제하려고 합니다. 북한의 오랜 목표는 한미 동맹을 약화시키고, 주한 미군을 철수시키는 것입니다. 그래서 저는 그들이 미국 선거가 끝날 때 까지 계속해서 긴장을 고조시킬 것이라고 확신합니다. 그럴수록 협상에서 여지가 많아진다고 보기 때문입니다. 만약 트럼프가 당선된다면, 그들은 다시 미국과의 협상에 나설 의향이 있을 것입니다.

 

[기자] 북러 정상회담이 끝났습니다. 양국 관계가 어떻게 발전될 것이라고 생각하십니까?

 

[섀퍼 대사] 북한의 시각에서는, 러시아와 동맹을 강화하는 것이 미국 대선까지 긴장을 고조시키기 위한 또 다른 요소 중 하나라고 생각합니다. 북한이 러시아와의 동맹에 얼마나 진지한지는 확신할 수 없습니다. 북한은 기본적으로 혼자 있기를 원하기 때문입니다. 중국과 러시아의 체제를 한국의 체제만큼이나 두려워하죠. 북한이 외화벌이를 위해 러시아에 노동자를 파견하지만, 이를 좋아하지는 않습니다. 노동자들이 러시아인들의 사고방식에 감염될 것을 두려워하기 때문입니다. 이러한 외부 사상에 대한 두려움 때문에 저는 북한이 다른 국가들, 즉 러시아와 중국과의 협력을 심각하게 제한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저는 러시아와 북한이 경제적, 군사적 협력을 구축할 수는 있겠지만, 그 외의 많은 인적 교류는 허용하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두 나라 사람들 간의 접촉을 피해야 하니까요.

 

[기자] 북한은 러시아와 중국, 그리고 일부 제3국가를 제외한 국제사회와의 대화를 계속 거부하고 스스로 더 고립시키고 있습니다. 국제사회의 현재 대북 접근 방식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섀퍼 대사] 저는 현재 국제사회의 대북 접근 방식이 완전히 옳다고 생각합니다. 북한과의 대화 의지, 신뢰 구축, 경제 협력 약속, 제재, 안보 보장을 포함한 기존의 접근 방식을 유지해야 합니다. 이 접근 방식이 효과를 보지 못한 이유는 북한이 국제사회의 제안을 받아들이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북한 정권은 김정은이 유일한 결정권자가 아닐 가능성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지난 20년 동안, 매우 통제된 지도부 내에서도 다양한 견해가 있다는 것이 분명히 나타났습니다. 미사일에 돈을 쓰는 것보다 북한 경제를 발전시키는 데 더 많은 돈을 투자하고자 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북한 지도부 내에서 국제사회의 제안을 받아들이면 경제를 부양하고 북한 주민들이 더 나은 삶을 살 수 있다고 말하는 사람들이 있을 것입니다. 국제사회가 이들의 목소리를 고려해서 정책을 수립해야 합니다.

 

저는 또한 미국, 일본, 한국이 평양에 연락사무소를 설립하겠다는 제안을 해야한다고 생각합니다. 이는 북한과 더 나은 관계를 만들고, 북한 내부에서 실제로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이해하는 데 기여할 것입니다. 비록 지금은 북한이 이 제안을 받아들일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지만, 대화 의지를 보여주고 책임을 명확히 하기 위해 제안해야 합니다.

 

[기자] 북한이 코로나19를 이유로 국경을 봉쇄한 이후, 지난 2월 처음 독일 외교관들이 방북해 평양주재 독일 대사관을 점검했습니다. 그 뒤로는 복귀 소식이 잠잠한데요, 북한이 유럽 대사관들의 복귀를 미루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섀퍼 대사] 저는 더 이상 독일 외무부에 있지 않지만, 독일 대표단이 평양에 가서 복귀에 대해 논의했다는 것은 알고 있습니다. 다른 유럽 대사관들도 마찬가지로 복귀를 원한다는 것을 확신합니다. 문제는 현재 북한의 강경파가 현 상태에 매우 만족하고 있다는 겁니다. 그들은 서방국가들, 특히 서유럽 국가들과의 접촉은 원하지 않습니다. 서유럽 국가들이 너무 많은 문제를 일으키고, 인권 문제에 대해 많이 언급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북한은 서유럽과의 접촉이 단절된 현 상태에 매우 만족하고 있습니다.

 

[기자] 네, 말씀 고맙습니다. 지금까지 토마스 섀퍼 전 주북독일대사와의 대담이었습니다. RFA 자유아시아방송 자민 앤더슨입니다.

 

에디터 박정우 웹팀 한덕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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