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민주콩고서 제재위반…허술한 감독체계 파고들어”

워싱턴-지예원 jiy@rfa.org
2020.09.03
atlantic_council_b 미국 워싱턴DC 민간 연구기관 애틀란틱카운슬이 3일 개최한 화상회의에서 참석자들이 아프리카 콩고민주공화국(민주콩고) 내 북한의 제재위반 행태를 논의하고 있는 모습.
/화상회의 캡쳐

앵커: 북한이 아프리카 콩고민주공화국(민주콩고)에서 동상 건립 사업을 벌이며 국제사회의 제재를 위반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민주콩고 내 만연한 부패와 허술한 은행 감독 체계도 문제라는 지적입니다. 지예원 기자가 보도합니다.

미국 워싱턴DC 민간연구기관인 애틀란틱카운슬이 3일 아프리카 민주콩고 내 북한의 제재회피 실태를 논의하는 화상회의를 개최했습니다.

아프리카 지역 내 불법활동을 추적하는 미국 비영리 감시단체 센트리(Sentry)의 존 델오소 선임연구원은 이 자리에서, 박화성과 황길수라는 이름의 북한 국적자 2명이 지난 2018년 민주콩고에 ‘콩고 아콘데’라는 건설회사를 불법으로 차려 동상 건립 사업에 나서는 등 대북제재를 위반했다고 지적했습니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및 유럽연합(EU)의 대북제재가 북한으로부터 동상 조달을 금지하지만, 민주콩고 남동부 오트로마미(Haut-Lomami) 지역에서 2개의 동상을 제작한 겁니다.

델오소 선임연구원: 이 경우 북한인들은 유엔과 유럽연합 제재에 따라 금지된 동상을 건립했고, 오트로마미 주의 지방관리들은 동상 건립 비용으로 공적 자금을 사용했습니다. 북한인, 그리고 이들과 거래하는 사람들의 명백한 양방향(bi-directional) 제재 위반인 것입니다.

또한, 그는 이 과정에서 ‘콩고 아콘데’는 아프릴랜드 퍼스트 은행(Afriland First Bank)에서 미국 달러 취급 계좌를 개설했고, 당시 이 은행과 연계돼 미화와 유로화 거래를 처리했던 BMCE은행의 프랑스 파리 지점을 통해 외부로 자금을 옮길 수 있었던 것으로 추정했습니다.

센트리는 앞서 지난달 북한의 이러한 제재위반 행태를 추적한 ‘공공연한 사건: 북한 사업가들은 어떻게 콩고민주공화국에서 제재를 회피했나’(Overt Affairs: How North Korean Businessmen Busted Sanctions in the Democratic Republic of Congo)란 제목의 보고서를 발표한 바 있습니다.

이에 대해, 영국 왕립합동군사연구소(RUSI)의 다르야 돌지코바 핵확산정책 담당 연구원은 이날 화상회의에서, 동상건립 사업의 수익이 북한의 대량살상무기 프로그램으로 직접적으로 흘러갔는지 여부는 분명치 않지만, 북한의 경제 운영 방식과 해외 북한인들에 대한 면밀한 감시 체계로 미루어 북한 당국의 개입 가능성이 높을 것으로 분석했습니다.

아울러, 미국 포모나대학의 피에르 엥글버트 국제관계학 교수는 이날 회의에서 오트로마미 지역은 민주콩코 내에서도 가장 빈곤하고 광물자원이 부족한 곳 중 하나로 로랑 카빌라 전 대통령 및 그가 속한 것으로 알려진 루바족의 집권자의 인물상에 공적 투자를 했다는 점은 부패가 만연한 사회에서 상당한 정치적 함의가 있었을 것으로 진단했습니다.

또한, 은행들에 대한 관리, 감독 등 규제는 거의 서류상으로만 존재할 뿐 실질적으로 효과적이지 못한 이중성을 보이고 있는 등 민주콩고 정부의 의지가 부족하고, 북한 국적자가 은행 계좌를 설립하는 과정에서도 정부 관리들의 입김이 작용했을 것으로 추정했습니다.

이런 가운데, 민주콩고의 ‘필림비 시티즌 무브먼트’의 플로리버트 안줄루니 조정관은 이날 회의에서, 북한의 이러한 제재위반 행태가 별로 놀랍지 않다며, 근본적으로 민주콩고의 만연한 부패와 바람직하지 못한 통치체제(bad governance)가 문제라고 지적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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