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일부 “북 화형식 보도, 매우 유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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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한국 통일부는 한미 정상을 겨냥한 것으로 추정되는 화형식을 단행했다고 북한 관영매체가 보도한 것과 관련해 매우 유감스럽다는 입장을 밝혔습니다. 서울에서 한도형 기자가 보도합니다.

한국 통일부는 4일 북한 관영매체가 전날 화형식을 했다고 보도한 것과 관련해 “화형식과 같이 도를 넘는 비난행위를 공식 매체에 보도하는 것을 매우 유감스럽게 생각한다”고 밝혔습니다.

복수의 북한 관영매체는 지난 2일 신천박물관에서 진행된 청년학생 집회에서 ‘침략자, 도발자들의 허수아비를 불살라버리는 화형식을 단행했다’고 3일 보도했습니다.

북한 관영매체는 해당 보도에서 ‘미국의 늙다리 전쟁괴수와 특등하수인인 괴리역도의 몰골들이 재가루로 화했다’고 묘사했는데 이는 윤석열 한국 대통령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을 지칭하는 것으로 보입니다.

통일부 관계자는 이날 기자들을 만난 자리에서 “한미 간 확장억제 강화 합의를 반영한 워싱턴 선언에 대해 북한이 다양한 방식으로 불만을 표출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특히 “북한이 내부용인 노동신문을 통해 이러한 동향을 집중 보도하는 것을 볼 때 외부의 위협을 과장하며 주민 통제에 활용하려는 선전 성격이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고 분석했습니다.

북한 관영매체는 화형식 관련 영상ㆍ사진을 공개하지는 않았는데 이에 대해 통일부 관계자는 “북한이 불만을 표출하는 수위를 조절하는 것인지 다른 고려가 있는 것인지 현재로선 평가하기 어렵다”며 “좀 더 지켜보겠다”고 말했습니다.

통일부 관계자는 또 “북한이 민간단체, 정치인 등까지 꼼꼼히 확인(모니터링)하면서 워싱턴 선언에 대한 비난을 찾으려고 하고 있다”며 “억지 주장을 위한 소재만 찾지 말고 더 큰 눈으로 대한민국 국민이 향유하는 언론ㆍ표현의 자유를 재발견하길 바란다”고 밝혔습니다.

임을출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는 이날 자유아시아방송(RFA)과의 통화에서 “북한의 화형식은 대미 적대의식을 고취시키며 내부 결속을 도모하려는 것”이라며 통일부 관계자와 같은 의견을 제시했습니다.

임 교수는 또 “북한이 내부적인 결속을 통해 미국과의 장기전을 준비하는 것이 굉장히 중요하다는 판단을 내린 것 같다”고 밝혔습니다.

북한 관영매체가 청년학생 집회에서 화형식이 이뤄졌다고 보도한 것과 관련해서는 “북한에서 청년이 체제를 유지하고 발전시켜나가는 핵심 역할자로 등장했기 때문에 청년의 대미 적대의식을 고취시키는 것이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는 판단을 한 것”으로 분석했습니다. 임을출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의 말입니다.

임을출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첨단무기를 동원해서 대응을 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결국 북한 내부적인 결속을 통해서 미국과의 장기전을 준비하는 것이 굉장히 중요하다는 판단을 한 것 같아요. 그리고 이제 청년을 중심으로 더욱 더 건설이랄까, 국방력 강화에 기여하는 방향으로 견인하기 위해서도 미국에 대한 적대의식을 고취시키는 것이 굉장히 중요하다 이제 이런 판단을 하는 것이죠.

탈북민 출신인 김흥광 ‘NK지식인연대’ 대표는 자유아시아방송에 “청년학생 집회의 규모 자체는 큰 것이 아니며 한국 대통령에 대한 화형식도 특별한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습니다.

북한이 이미 2012년 3월 이명박 전 대통령을 겨냥한 화형식을 했으며 2015년에는 박근혜 전 대통령을 본뜬 모형에 대해 사격했다는 것입니다.

김 대표는 자신이 북한에 있을 때 김영삼 전 대통령을 겨냥한 화형식도 이뤄진 적이 있었다고 말했습니다.

김 대표는 다만 “미국 정상을 겨냥한 화형식은 이례적이라고 볼 수 있다”며 이번 화형식은 미국에게 자신들의 불만과 분노를 표출하려는 의도가 있는 것으로 분석했습니다.

김 대표는 “그러면서도 북한이 화형식 관련 영상ㆍ사진은 공개하지 않으면서 미국을 지나치게 자극하지 않으려고 했다”고 바라봤습니다.

김흥광 NK지식인연대 대표:사진까지 보인다고 하면 이게 직접 보는 바이든 대통령 입장에서는 굉장히 정서적으로 기분이 나쁠 것이란 말이죠. 그런 것을 다 타산하되 지금은 자신들이 갖고 있는 불만과 분노를 표현하는 고도로 잘 준비된 그런 퍼포먼스가 아닐까 생각합니다.

한편 북한은 한미 정상회담에서 워싱턴 선언이 채택된 이후 연일 반발하고 있습니다.

김정은 노동당 총비서의 동생인 김여정 노동당 부부장은 지난 4월 29일 윤 대통령과 바이든 대통령을 향해 ‘못난 인간’, ‘미래가 없는 늙은이’라는 막말 비난을 했습니다.

북한 관영매체는 지난 1일부터 3일 중국ㆍ러시아 등 북한의 우방국에서 내놓는 보도를 인용하는 방식으로 한미 정상회담을 비난했으며 국제안보문제평론가 최주현 명의로 발표된 1일 논평에서는 한미 정상의 미 전략핵잠수함(SSBN) 한반도 기항 결정에 대해서도 비판했습니다.

기자 한도형, 에디터 양성원, 웹팀 김상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