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조작설’까지…북한군 포로 영상에 뜨거운 관심
2025.01.15
앵커: 우크라이나 정부가 최근 공개한 북한군 포로 영상이 화제입니다. 일부 누리꾼들은 포로의 손가락 모양을 지적하며 영상이 AI(인공지능)로 조작된 것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했는데요, RFA가 AI 판독 프로그램을 이용해 확인해봤습니다. 자민 앤더슨 기자가 보도합니다.
[통역사] 다시 북한으로 돌아가고 싶어?
[북한군] 우크라이나 사람들은 다 좋은가요?
[통역사] 우크라이나 괜찮은 것 같아? 여긴 좋아.
[북한군] 여기서 살고 싶어요.
지난 11일 우크라이나 정부가 공개한 북한군 포로 영상입니다.
우크라이나군이 9일 러시아 서부 쿠르스크 지역에서 생포한 북한군 2명을 각각 심문하는 모습이 담겼습니다.
일부 누리꾼들은 영상의 진위 여부를 의심하며 “북한 사람이 아니라 러시아 소수민족 출신이다”, “북한말이 아니다” 등의 주장을 제기했습니다.
심지어 해당 영상이 AI로 생성된 가짜라는 의혹도 나왔습니다.
14일 온라인 사회관계망 서비스 X에 올라온 장면입니다.

1999년생으로 알려진 한 포로가 빨대를 사용해 물을 마시는 순간인데, 한 사용자는 그의 왼 손가락이 6개라며 AI가 생성한 영상이라고 주장했습니다.
AI 기술이 여전히 인체 세부 표현에 한계를 보이고 있어, AI 생성한 이미지나 영상에서 손가락 수가 비정상적으로 많거나 손 모양이 부자연스러운 경우가 잦은데, 이 사용자는 이를 근거로 영상이 조작됐다고 주장한 겁니다.
원본 영상을 찾아봤습니다.
우크라이나 보안국(SBU)이 11일 공개한 3분 19초 분량의 영상으로, 문제의 장면은 약 35초 지점에 나옵니다.
영상에서 포로의 왼손은 검게 그을리고 더러워진 상태로, 손바닥과 손목이 이어지는 지점의 하얀 부분이 6번째 손가락이라는 착시 효과를 일으켰을 가능성이 있어 보입니다.

그러나 2분 23초 지점에서는 해당 포로의 손가락이 분명히 5개로 확인됩니다.
영상 속 포로는 상반신에 부상을 입은 듯 상의를 어깨에 걸친 상태로 등장하며, 얼굴에 붕대를 감은 탓에 말을 못하고 고개를 끄덕이거나 젓는 방식으로 우크라이나 군의 질문에 답합니다.
영상 후반부에는 왼손으로 펜을 받아 무언가를 적는 모습도 보였습니다.
대만 국립 양밍치아오퉁대학의 교수이자 AI 보안 전문가인 유 치아무(Yu Chia-Mu)는 16일 RFA에 영상의 35초 지점에서 포로의 새끼손가락이 약간 의심스러워 보이지만 여섯 개의 손가락이라고는 명확하게 보이지 않는다고 말했습니다.
대만의 정보 보안 전문가 폴 류(Paul Liu) 씨는 RFA에 영상에 담긴 세부 정보를 보면 이 영상이 AI에 의해 생성됐거나 조작된 것이 아니라고 말했습니다.
그는 비디오의 2분 36초 지점, 누군가가 펜을 건네주는 장면을 언급하며 “2명의 손과 펜, 세 가지 물체가 겹쳐 표현되는데, 현재 AI는 두 개 이상의 물체가 겹친 모습을 잘 처리하지 못해 일반적으로 생성에 어려움을 겪는 부분”이라면서 이 영상은 그런 오류가 보이지 않는다고 설명했습니다.
류씨는 또한 “영상의 다른 부분과 비교해보면 포로 얼굴의 움푹 들어간 자국과 손의 상처 위치가 일치한다”고 덧붙였습니다.
우크라이나 국가안보국방위원회 산하 허위정보대응센터는 이 영상의 진위 여부 논란에 대한 RFA이 문의에 15일 현재까지 답변하지 않았습니다.

언론사들이 사용 중인 AI 판독 프로그램으로 해당 영상과 포로의 고화질 사진을 분석해봤습니다.
딥웨어(Deepware) AI 영상 판독기는 “딥페이크가 탐지되지 않음(No Deepfake Detected)”이라는 결과를 냈습니다.

젤렌스키 대통령이 공개한 고화질 사진을 분석한 사이트엔진(Sightengine)은 조작 가능성을 1%로, 하이브모더레이션(Hive moderation)은 0.3%로, 조작되지 않은 원본이라고 평가했습니다.
반면 AI 이미지 디텍터(Image Detector)는 사람이 촬영한 사진일 가능성을 74.11%로, AI가 생성한 것일 가능성을 30.77%로 분석하며 “사람이 제작했을 가능성이 중간 정도로 높음(Moderately likely created by human)”이라고 판정했습니다.
AI 판독기마다 성능과 기술 차이가 있어 100% 확정은 어렵지만, 분석 결과를 종합했을 때 해당 영상과 사진이 AI로 조작됐을 가능성은 낮은 것으로 보입니다.
<관련 기사>
생포 북한군 “투항 않으면 사살 명령받아”
젤렌스키, 김정은에 ‘포로 교환’ 제의
“생포 러 파병 북한 군, ‘한국행’ 의사 표명 시 존중해야”
이런 가운데, 우크라이나 허위정보대응센터는 해당 영상에 대해 “러시아의 선전 자료는 우크라이나 방위군이 북한군을 포로로 잡았다는 사실을 부정하려 한다”고 밝혔습니다.
센터는 영상이 공개된 지 이틀 후인 지난 13일, X를 통해 “선전 자료에 따르면 수감자들이 투바 공화국 출신의 러시아인 혹은 남한 사람이라고 주장하거나, 심문 영상을 조작된 것이라며 폄하하는 주장이 확산되고 있다”고 경고했습니다.
한편, 젤렌스키 대통령은 14일 부상을 입지 않은 또 다른 북한군 포로의 심문 영상을 추가로 공개했으며, 해당 영상은 4분 16초 분량입니다.
에디터 박정우, 웹편집 이경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