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리스토퍼 안 “적국 북 대사관 습격, 미국법 저촉 안돼”

워싱턴-지정은 jij@rfa.org
2023.03.13
크리스토퍼 안 “적국 북 대사관 습격, 미국법 저촉 안돼” 스페인 주재 북한대사관 습격 사건에 가담한 혐의로 미국 검찰이 기소한 한국계 미국인 크리스토퍼 안이 미국 로스앤젤레스 연방지방법원에서 열린 스페인 송환과 관련한 재판을 마치고 나오며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앵커: 스페인(에스빠냐) 주재 북한대사관 습격에 가담한 혐의로 재판중인 미국인 크리스토퍼 안 씨가 미국과 북한 간 적대관계 등을 이유로 자신의 당시 행위가 미국 법에 저촉되지 않는다고 주장했습니다. 재판부가 이 주장을 받아들이면 안 씨의 스페인 신병인도는 취소될 수 있습니다. 지정은 기자가 보도합니다.

 

안 씨 변호인 측은 10일 재판부에 제출한 문건을 통해, 지난 2019년 북한대사관 습격 사건 당시 안 씨의 행위는 북미 간 적대관계 등을 고려할 때 미국 법에 저촉되지 않는다고 주장했습니다.

 

문건은 미 캘리포니아 중부법원의 페르난도 아엔렐-로차 판사가 지난 1월 안 씨의 행위가 스페인 법이 아닌 미국 법상으로도 범죄에 해당하는지 여부에 대해 검찰과 안 씨 측에 설명을 요구한 데 대한 답변서입니다.

 

당시 아엔렐-로차 판사는 ‘쌍방가벌성’(Dual Criminality), 즉 스페인과 미국 모두에서 안 씨의 행위가 범죄로 간주되는 경우에만 안 씨의 스페인 신병인도가 가능하다며기소된 행위가 미국에서 범죄에 해당하는지 불분명하다고 지적했습니다.

 

안 씨 측은 이번 문건을 통해 안 씨의 행위가 미국 법상 범죄행위로 성립되지 않아 사실상 스페인 신병인도가 취소돼야 한다고 주장한 것입니다.

 

먼저 안 씨 측은 북한이 현재 미국의 적대국가임을 지적하면서, 예외적인 경우를 제외하면 적국인(enemy aliens)은 미국 법에 따라 보호받을 권리가 없다며 북한인은 미국 법상 보호 대상이 아니라고 설명했습니다.

 

또 외교관은 미국 법에 따라 보호받아야 하지만, 북한 등 적대국이나 미승인 국가의 정부 관료는 공무상 미국에 방문한 경우를 제외하고 미국 법에 따른 보호 대상이 아니라고 강조했습니다.

 

안 씨 측은 이어 검찰이 북한대사관 습격 사건을 외교관에 대한 범죄가 아닌 일반 범죄로 해석하지만, 이는 분명히 북한 외교관과 관련된 사건이라며 쌍방가벌성은 이러한 전체 맥락을 중시한다고 지적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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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페인 주재 북한대사관 습격 사건에 가담한 혐의로 미국 검찰이 기소한 한국계 미국인 크리스토퍼 안이 미국 로스앤젤레스 연방지방법원에서 열린 재판을 마치고 나오고 있다. /연합뉴스

안 씨 측은 이외에도 북한대사관 직원들의 망명을 도우려던 안 씨를 스페인으로 인도하는 것은 미국의 탈북민 지원 정책에 반하는 결정이라고 주장했습니다.

 

또 안 씨의 스페인 신병인도는 탈북민을 돕는 전 세계적 노력에 막대한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지난달 검찰은 재판부에 제출한 문건을 통해 안 씨의 행위가 미국에서도 범법 행위이며 따라서 스페인으로 송환돼야 한다고 거듭 주장한 바 있습니다.

 

안 씨가 소속된 민간단체 자유조선은 지난 2019년 스페인 주재 북한대사관에 침입해 직원들을 폭행하고 컴퓨터와 이동식 기억장치(USB) 등을 탈취한 후 도주한 혐의를 받았습니다.

 

안 씨는 지난해 10월 한 영상 제작사와의 인터뷰를 통해, 이 사건이 북한 외교관의 망명을 돕기 위한 위장 납치극이었다고 재차 주장했습니다.

 

크리스토퍼 안(인터뷰 영상): 이 사람들(스페인 주재 북한대사관 직원들)은 그들을 처형할 수 있고, 여러 세대에 걸쳐 그 가족들의 인생을 결정할 수 있는 (북한) 정권으로 돌아가고 싶지 않았기 때문에 (자유조선에) 연락을 취했습니다.

 

앞서 재판부는 지난해 5월 스페인 법에 따라 강제 침입과 불법 감금, 상해, 협박 등 4개 혐의에 대해 안 씨의 유죄를 인정하고 스페인 송환을 승인한 바 있습니다.

 

이후 안 씨는 자신에 대한 구금 조치가 합법적이지 않다며 인신보호 청원을 제기했고, 재판부가 청원을 승인하면 안 씨의 스페인 신병인도는 취소될 수 있습니다.

 

기자 지정은, 에디터 박정우, 웹팀 김상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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