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격식 낙마 “개성공단 폐쇄 문책 인사”
2013.05.13

앵커: 북한 인민무력부장이 김격식 대장에서 상장 장정남으로 교체된 것은 개성공단의 폐쇄를 주장한 군부 강경파에 대한 문책이라는 전문가의 분석이 나왔습니다.
양희정 기자가 전해 드립니다.
한국 이화여자대학교 통일학연구원의 이승열 연구위원은 13일 북한의 인민무력부장 김격식이 개성공단 폐쇄를 주장한 군부가 아무것도 얻어내지 못한 것에 대한 문책을 당한 것으로 분석했습니다.
이승열 연구위원: 군부는 이전부터 개성공단에 대한 불만을 갖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당연히 전쟁분위기 속에서 개성공단을 흥정의 대상이 아닌 단호한 의지를 보여주는 대상으로 보고 강경하게 나갔는데, 그런데 오히려 폐쇄하고 나니까 북한에는 아무것도 남지 않는 그런 상황이 된거죠. 일련의 이런 현상에 대해서 김격식이 군부의 대표로서 책임을 진 것이 아니냐라고 보고 있는 거죠.
이 연구위원은 2007년 김격식이 북한 인민군 총참모장으로 임명된 이유가 개성공단에 대한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의지를 잘 관철했기 때문이어서 개성공단과 인연이 깊은 인물이라고 설명했습니다. 당시 개성공단지역의 군부대를 총괄하고 있던 군단장으로서 개성공단 부지를 마련하기 위해 자신의 부대를 15킬로미터 뒤로 이전시키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는 것입니다. 그러나 김격식은 2년 후 리영호가 총참모장으로 임명되면서 4군 단장으로 내려갔다 최근 김정각의 후임으로 인민무력부장에 임명되었습니다.
이 연구위원은 인민무력부장이 수 개월 만에 70대의 대장 김격식에서 50대의 상장 장정남으로 교체된 것은 파격이며, 김격식이 과거와는 달리 강력하게 개성공단 폐쇄를 주장했고 김정은 노동당 제1비서가 이를 전격적으로 받아들였을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나, 5만 명 이상의 북한측 개성공단 근로자들의 불만과 예상보다 큰 경제적 손실로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유훈인 개성공단을 군부가 너무 쉽게 폐쇄했다는 불만이 나오고 있어 김격식에 대한 문책성 인사를 단행했다는 분석입니다. 특히 장성택을 비롯한 통일전선부, 그리고 당과 박봉주 총리 등이 개성공단에서 벌어들이던 달러를 매우 아쉽게 생각하고 있을 수 있다는 것입니다.
이 연구위원은 그러나 큰 틀에서 보면 이것은 김정은에 충성하는 50대 젊은 세대로의 교체라기 보다는 장성택을 중심으로하는 당이 북한 군부의 정치와 경제구조를 재개편하는 움직임이라고 강조했습니다.
한편, 미국 해군분석센터(CNA)의 켄 고스(Ken Gause) 해외지도부연구담당 국장도 인민무력부장 인사는 지난해 7월 리영호 총참모장의 해임부터 계속된 군부 개편의 일환으로 분석했습니다. 하지만 그는 김정은에게 절대적으로 충성하는 인물로의 교체라고 말했습니다.
고스 국장: 지난해 여름부터 핵심 군부세력 등이 김정은 제1비서와 섭정을 하고 있는 그의 고모부 장성택에 의해 개편되고 있습니다.
고스 국장은 김격식은 천안함과 연평도 사건을 주도한 인물로 널리 알려져 북한이 전면에 내세우기에 부담을 느껴 잘 알려지지 않고 정치적 인맥이 없어 통제가 보다 쉬운 장정남으로 교체한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하지만, 그는 장정남도 최근 충성선언을 한 인물로 핵심 군부세력은 대부분이 충성심 높은 강경론자이며 장정남도 예외는 아니라고 말했습니다. 김격식이 숙청된 것이 아니며 따라서 강경노선의 변화가 아니라, 최근 수개월간의 강경노선이 효과가 없어 외교적 노력을 위해 겉으로 나타나는 군부의 얼굴에 변화를 준 것(face change)에 불과하다고 그는 강조했습니다.
한편, 미국 워싱턴 존스홉킨스대학 국제대학원(SAIS)의 알렉산더 만수로프(Alexander Mansourov) 객원연구원(visiting scholar)은 자유아시아방송에 보낸 전자우편에서 인민무력부장은 외교정책 수립에 큰 영향을 주지 않는다며 김격식이 뭔가 잘못을 했을 가능성을 제기했습니다. 지난 3월말 김격식이 노동당 정치국 후보위원에 이어 4월 1일에 국방위원회 위원에 임명된 것으로 미뤄 김 제1비서가 당시에는 김격식을 교체할 의사가 없었다는 것입니다. 그러면서 김 제1비서 집권 후 4번째 국방장관이란 점에서 그의 정권 장악이 불안정한 상태라는 것을 알 수 있다고 강조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