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동도 탈북, 대북 확성기 영향 가능성”

서울-한도형 hando@rfa.org
2024.08.12
“교동도 탈북, 대북 확성기 영향 가능성”
/연합뉴스

앵커: 한국 내 전문가들은 지난 8일 북한 주민이 교동도를 통해 귀순한 것에 대해 최근 재개된 대북 확성기 방송으로부터 영향을 받은 것일 수 있다고 진단했습니다. 서울에서 한도형 기자가 보도합니다.

 

지난 8일 한강하구 중립 수역을 통과해 강화 인근 교동도로 귀순한 북한 주민.

 

한강하구 중립 수역은 1953년 체결된 정전협정에 따라 만들어진 약 67km에 달하는 구간으로 별도의 군사분계선(MDL) 없이 주한유엔군사령부 군사정전위원회가 관할합니다.

 

썰물 때는 걸어서 이동이 가능할 정도로 물이 빠지는 곳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고, 이 수역 남쪽에 위치한 교동도는 북한까지 최단거리가 2.5km에 불과합니다.

 

교동도를 통한 탈북 소식은 2017년 이후 약 7년 만으로, 당시 20대였던 북한 주민은 스티로폼 등 부유물에 의지해 헤엄쳐 한국으로 건너온 바 있습니다.

 

지난 2013 8월엔 40대 북한 주민이 교동도 민가에 들어와 문을 두드린노크 귀순사건이 있었고, 2014년에는 부자지간으로 알려진 남성 2명이 헤엄쳐 교동도에 들어온 데 이어 20159월에도 귀순이 이어졌습니다.

 

이번 교동도 귀순에 대해 김열수 한국군사문제연구원 안보전략실장은 12일 자유아시아방송(RFA)과의 통화에서 이전 사례들을 언급하며 교동도가 탈북 경로로 많이 활용되고 있다고 거듭 평가했습니다.

 

이어 지난달 21일부터 재개된 한국 군의 대북 확성기 전면 시행이 이번 탈북에 일정 부분 영향을 미쳤을 가능성을 제기했습니다.

 

교동도 일대, 서부전선의 경우 북한 지역과 바로 마주하고 있을 뿐 아니라 장애물이 될 만한 지형이 없기 때문에 대북확성기 방송이 멀게는 30km까지 뻗어나갈 수 있다는 것입니다.

 

김열수 한국군사문제연구원 안보전략실장: 거기는 강 밖에 흐르지 않기 때문에 거의 북한 지역 30km까지 간다고 볼 수 있거든요. 게다가 요새 16시간씩 방송을 하니까요. 그 방송 내용도 북한의 고위 관리들 탈북한 내용도 이야기하고요. 더 조사가 진행이 되어봐야 하겠지만 그 영향은 일정 부분 받았다고 봐야 되겠죠.

 

탈북민 출신인 장세율 전국탈북민연합 상임대표도 이날 자유아시아방송에 대북 확성기 방송이 이번 탈북에일부 영향을 주었을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다만 장 상임대표는 교동도를 통한 귀순이 쉬운 탈북 경로는 아니라며, 북한 군이 한강하구 중립수역에 대한 경비를 지속하고 있기 때문에 이번 귀순자도 감시망에서 허점을 발견하기 위해 오랜 시간 노력했을 것으로 진단했습니다.

 

이어한국 측이 이번 탈북의 구체적인 방법을 비공개에 부친다고 하더라도 북한 측에서 뚫린 감시망을 확인하고 복원할 것이라고 덧붙였습니다.

 

장세율 전국탈북민연합 상임대표: 경비정들이 진짜 수시로 순찰을 하고 고속보트를 갖고 단속정들도 많이 다니거든요. 그런데 틈은 항상 있는 겁니다. 이 사람은 아마 이번 탈출을 위해서 오랜 기간 관찰하면서 빈 곳을 아마 봤을 겁니다.

 

김 실장과 장 상임대표는 이번 교동도 귀순 사례가 북한 내에 전파돼 남북 국경을 통한 탈북 시도가 빈번해질지 여부를 두고 다른 의견을 내기도 했습니다.

 

김 실장은 북한이 내부 정보 유통을 극도로 차단하는 정책을 유지하고 있는 만큼 이번 교동도 귀순 사례가북한 사회에 널리 알려지지 않을 것이라고 분석했습니다.

 

북중 국경에서 탈북을 시도하다가 붙잡힐 경우에는식량을 구하러 왔다는 등 변명을 할 수 있지만, 남북 국경에서 적발될 경우엔 그럴 수 없다면서 이를 통한 탈북 시도가 늘어날지 여부에도 신중한 입장을 보였습니다.

 

반면 장 상임대표는 북한 내에서 탈북 사건에 대한 소문만큼은 빠르게 전파된다고 전하면서, 북한과 중국 양측이 감시하는 북중 국경과 달리 남북 국경은 북한 군의 경계만 뚫으면 되는 만큼 해당 지역을 통한 탈북 시도가 늘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그러면서 지난해 5월 목선을 타고 한국에 귀순한 탈북민 일가족 측의 말을 인용해 북한 주민들 사이에서 한국에 대한 동경은 상당히 크며, 탈북 계획을 세우는 사람들도 적지 않다고 덧붙였습니다

 

<관련 기사>

한국 군 “북 주민 1명 서해 NLL 넘어 귀순”

북한 주민 2명 서해상에서 귀순

20대 북한 남성 서해 통해 귀순

 

이런 가운데 한국의 여당국민의힘소속 강선영 의원은 지난 9일 보도자료를 내고 한강하구 지역의 취약성이 여실히 드러났다대비태세를 강화해야 한다고 지적하는 등 이번 교동도 탈북사례가 한국 군으로선 경계 실패라는 비판도 일각에서 제기되고 있습니다.

 

이에 대해 신원식 한국 국방부 장관은 8일 국회 국방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이번 귀순이군에서 유도한 작전이라며 경계에는 문제가 없었다는 입장을 밝혔습니다.

 

신원식 한국 국방부 장관(8일 국회 국방위 전체회의): 저희가 사실은 출발 지점부터 계속 감시해서 (귀순을) 유도했던 성공적인 작전이었기 때문에 공개할 수 있는지 모르겠지만, 상의를 해서 공개할 수 있는 부분이 있으면 보고 드리도록 하겠습니다.

 

에디터 홍승욱, 웹편집 김상일

댓글 달기

아래 양식으로 댓글을 작성해 주십시오. Comments are moderat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