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미 나토대사 “아시아판 ‘핵기획그룹’ 창설해야”

워싱턴-한덕인 hand@rfa.org
2021.10.14
전 미 나토대사 “아시아판 ‘핵기획그룹’ 창설해야” 북한 노동당 창건 76주년을 맞아 국방발전전람회 '자위-2021'을 11일 3대혁명 전시관에서 개막 김정은 당 총비서가 국방발전전람회장을 돌아보고 있는 모습.
연합

앵커: 나토(NATO), 즉 북대서양조약기구 주재 미국 대사를 지낸 한 전직 고위 관리는 미국이 동북아지역의 동맹국들과 함께 북핵위협 등 역내 위협에 대한 확장억제를 면밀히 논의하기 위해 아시아판 핵계획그룹(NPG)’을 창설할 것을 제안했습니다. 보도에 한덕인 기자입니다.

과거 미국 버락 오바마 행정부에서 나토(NATO) 주재 미국대사를 지낸 이보 달더(Ivo Daalder) 시카고국제문제협의회(CCGA) 회장은 14일 미국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가 개최한 안보 관련 화상 토론회에 나와 미국이 동북아지역의 주요 동맹국들과 함께 역내 핵 위협을 논의하는 아시아핵기획그룹’ (ANPG: Asian Nuclear Planning Group)을 만들 것을 제안했습니다.

달더 전 대사: 미국이 주요 동맹국인 한국과, 일본, 호주(오스트랄리아)를 불러들여 핵무기 문제에 대한 깊이 있는 논의를 위한 아시아판 핵기획그룹을 만들 것을 제안합니다. 기밀사항이기 때문에 논의는 비밀리에 이뤄져야 할 것입니다.  

달더 전 대사는 지난 60년대 유럽 동맹국들에 미국의 안전보장 약속을 거듭 각인하는 데 중추적인 역할을 한 나토 핵기획그룹(NPG)’을 언급하며 이같이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그는 무엇보다 이같은 그룹의 창설은 각 동맹국들의 외교 및 국방 등 관련 부처의 고위 관리들이 북한과 중국 등이 제기하는 역내 핵 위협에 대한 심도 있는 논의와 대책 마련을 위한 공간을 제공할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이와 관련, 달더 전 대사가 회장을 맡고 있는 미국 시카고 국제문제협의회는 올해 초 이같은 제안을 담은 핵확산 방지와 미국의 동맹국들에 대한 안전보장이라는 연구보고서를 공개하고, 이 보고서를 공동 작성한 아시아 및 유럽 전직 안보담당 고위관리들은 바이든 행정부에 아시아 핵기획그룹(ANPG)’ 창설하도록 건의한 바 있습니다.

당시 보고서는 “한미일 3국 간의 안보 협력은 북한 위협에 대처하고 아시아 전체에서 다자간 안보 구도를 구축하기 위한 전제조건이라고 밝히면서, “미국은 북대서양조약기구의 핵기획그룹과 같은 호주, 일본, 한국을 포함한 아시아 핵기획그룹을 창설해야 한다고 제안했습니다. 

달더 전 대사는 북한의 점증하는 위협과 중국 문제 등으로 갈수록 복잡해지는 동북아의 안보 상황 속에 한미일 3국 정상이 모여 역내 핵 위협에 대한 공동의 방안을 논의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습니다

달더 전 대사: 미국 대통령과 일본 총리, 그리고 한국 대통령이 한데 모여 핵무기에 대한 진지한 논의를 한 것이 언제가 마지막이었는지 떠오르지 않습니다. 심각한 문제인데도 말입니다

한편 이날 달더 전 대사는 일각에서 제기되는 한반도 전술핵배치(nuclear weapons’ forward deployment)의 필요성과 관련해 한국이나 일본에 필요하지 않은 것으로 보는 입장이라고 밝혔습니다.

그는 다만 한국과 일본은 미국의 안전보장(핵우산 등)에 대한 신뢰를 잃어 갈수록 자체 핵무장 등과 같은 방안을 고려할 수 밖에 없는 입장이라는 점을 잘 이해하고 있다며, 이 때문에 미국은 한일 양국과의 동맹관계의 발전을 우선순위를 두고 있다는 점을 계속 명확히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습니다.

한편 빅터 차 전략국제문제연구소 한국석좌는 한국 야당 내 일각에서 제기되는 전술핵 재배치 주장 등이 대중의 관심을 끌고 있다는 점은 최근 여론 조사 결과 등에 나타난 바 있지만, 이같은 주장이 주류라고 말하기엔 무리가 있다고 평가했습니다.

특히 관련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응답자의 상당수가 전술핵배치 또는 한국의 자체 핵무장에 지지 입장을 나타내면서도, 이를 실제 추진하기 위해 감안해야 할 막대한 양의 비용 등이 언급되면 지지세가 줄어드는 모습을 보이는 등, 아직 더 심사숙고돼야 할 세부 사안들이 많이 남아 있다는 겁니다.

수미 테리 윌슨센터 한국역사센터 국장도 전술핵배치를 논하는 데 있어 경제와 안보적 측면에서 요구되는 비용에 대한 내부적인 논의가 부족한 실정으로 평가하면서, 한국은 나아가 이에 대한 중국과 북한의 반발 가능성에 대해서도 대안을 마련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습니다.

한편 지난 13일 미국 워싱턴DC 주미대사관에서 열린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이수혁 주미대사는 “(한국의) 전술핵 재배치나 핵무장 필요성 문제는 어제오늘의 얘기는 아니"라면서, "지금 미국은 (한국에) 전술핵 배치를 고려한 적이 없고 고려 의향도 없고, 해서는 안 된다는 입장을 갖고 있다"고 전했습니다.

 

기자 한덕인, 에디터 양성원, 웹팀 최병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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