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전문가들 “김여정 직책 변화 ‘대남 사업’ 차질 때문일 것”

서울-홍승욱 hongs@rfa.org
2021.01.11
한국 전문가들 “김여정 직책 변화 ‘대남 사업’ 차질 때문일 것” 사진은 김정은 위원장의 사업총화보고를 듣고 있는 김여정 당 제1부부장.
연합

앵커: 한국의 전문가들은 북한의 8차 당대회에서 나타난 김여정 당 제1부부장의 직책 변화가 지난해부터 주도해온 대남 사업에서의 미진한 성과 때문일 것으로 분석했습니다.

서울에서 홍승욱 기자가 보도합니다.

지난해 11월 한국 국회에서 열린 정보위원회 국정감사.

당시 한국 국가정보원은 정치국 후보위원이던 김여정 북한 노동당 제1부부장이 8차 당대회에서 위상에 걸맞은 당 직책을 부여받을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습니다.

그런데 11일 북한 관영매체가 보도한 노동당 중앙위원회 제8기 제1차 전원회의 공보 등에 따르면 김여정 제1부부장은 당 중앙위 정치국 위원 명단은 물론 기존 직책이었던 정치국 후보위원 명단에도 이름을 올리지 못했습니다.

김 제1부부장의 이름은 정치국 후보위원보다 낮은 당 중앙위원회 위원 명단에만 포함된 상태로, 이는 대남사업 총괄 등 그간 보여준 역할에 따라 정치국 위원으로 승진할 가능성까지 점쳐졌던 것과는 다른 결과입니다.

지난 2018년 세 차례 남북 정상회담에서 오빠인 김정은 국무위원장을 수행하며 존재감을 드러낸 김여정 제1부부장은 2019년 말부터는 대남사업을 총괄해왔고, 지난해 4월에는 정치국 후보위원으로 복귀한 바 있습니다.

지난해 6월에는 한국 민간단체들의 대북전단 살포를 문제 삼으며 한국 정부를 비난하는 담화를 내는 등 최근의 대남 압박 공세를 사실상 앞장서서 지휘해 왔습니다.

이 같은 대외활동 뿐 아니라 북한 내 현장지도 등 내치에도 두루 참여해온 것으로 알려진 김여정 제1부부장의 위상이 이번 당대회에서 격상되지 않은 것과 관련해 한국의 전문가들은 대남 사업에서 충분한 성과를 내지 못했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했습니다.

조한범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김 제1부부장의 직책 변화가 이번 당대회에서 보인 문책성 인사의 연장선에 있다고 평가했습니다.

정치국 상무위원이자 경제 부문을 맡았던 박봉주 당 부위원장이 모든 당 직책에서 물러난 것과 최선희 외무성 제1부상이 당 중앙위 위원에서 후보위원으로 강등된 것도 같은 맥락으로 해석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조한범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 이번 당대회에서는 문책성으로 보이는 인사가 있었습니다. 박봉주는 경제를 담당했기 때문에 부진한 경제성과에 책임을 진 것이고, 최선희는 대미 협상을 담당했지만 대미 관계에서 성과가 나오지 않았기 때문에 당 중앙위 위원에서 밀려난 것 같습니다. 김여정 역시 대남 사업을 주도했는데 성과가 없었다는 것입니다.

조 선임연구위원은 다만 김 제1부부장의 위상 변화를 강등으로 보기는 어렵다고 평가했습니다.

처음으로 당대회 집행부 39명 명단에 이름을 올렸고, 이번에 정치국 상무위원으로 선출된 조용원과 지근거리에서 활동하는 모습을 보여준 것으로 미뤄 직함과는 별개로 실질적인 권한은 더 강해졌다고 볼 수도 있다는 것입니다.

이인배 협력안보연구원장은 반면 이번 인사가 김 제1부부장의 낮아진 입지를 반영한 것으로 진단했습니다.

지난해 자신의 이름으로 여러 차례 한국 정부를 비난하는 담화를 내는 등 강경한 대남 정책을 주도했지만 결과적으로 남북 관계에서 만족할 만한 성과를 얻지는 못했다는 것이 이 원장의 설명입니다.

이인배 협력안보연구원장: 김여정의 역할이 다소 줄었다고 보고 있습니다. 지난해 대남 사업을 제대로 관리하지 못했다고 보고 있는 것입니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노동당 총비서로 추대된 것과 관련해, 조한범 선임연구위원은 비서국 체제의 복원이라고 평가했습니다.

지난 2016 7차 당대회에서는 김정은 위원장이 양복을 입고 등장해 보통 국가의 모습을 보이려 했다면, 이번 8차 당대회에서는 다시 인민복을 입고 나와 사회주의의 특색을 강화한 수구적인 태도를 보였다는 것입니다.

조 선임연구위원은 북한이 보통 국가로의 변화보다는 사회주의 체제의 특성을 강화하고 과거로 회귀하는 모습을 보인 것이 이번 당대회의 특징이라고 평가했습니다.

이런 가운데 한국 군 당국은 당대회를 진행 중인 북한이 이번에도 심야 열병식을 실시한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습니다.

한국 합동참모본부는 11일 기자설명회에서 북한이 전날 심야시간대에 김일성 광장에서 당대회 관련 열병식을 실시한 정황을 포착했다며 한미 정보당국은 이번 활동이 본 행사나 예행연습일 가능성까지 포함해 정밀 추적 중에 있다고 말했습니다.

앞서 북한은 지난해 10월 당창건 75주년 기념일에도 대륙간탄도미사일(ICBM)과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등을 동원해 전례가 없는 심야 열병식을 진행한 바 있습니다.

열병식이 진행된 것으로 추정되는 지난 10일 기준 평양의 최저기온은 영하 16도로 집계됐습니다.

한국 군은 김정은 위원장이 사업총화 보고를 통해 한미 연합훈련 중단을 거듭 요구한 것과 관련해서는 “연례적으로 실시하는 방어적 훈련의 일환이라는 입장을 내놓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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