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원 “북, 미국과 대화 나설 수 있어...적대관계 청산 원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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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북한이 적대관계 청산을 위해 미국과의 대화에 나설 수 있다는 한국 국가정보원의 자체 진단이 국회에 보고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서울에서 홍승욱 기자가 보도합니다.

지난 8일 한국 국회에서 열린 정보위원회 전체회의.

한국 연합뉴스에 따르면 한국 국가정보원은 이날 회의에서 미국과의 적대적 관계를 청산하자는 것이 북한의 일관된 입장이라고 보고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이는 최근 북한이 발신한 메시지에 대한 국정원의 판단을 설명하는 과정에서 나온 언급으로, 북한이 미북 적대관계 청산을 위해 미북대화에 나설 수 있다는 자체 진단도 이뤄졌습니다.

앞서 김정은 북한 노동당 총비서는 지난달 열린 당 중앙위원회 전원회의에서 “대화에도 대결에도 다 준비돼 있어야 한다”고 발언해 대화 재개 기대감을 키웠지만, 김여정 당 부부장은 “꿈보다 해몽이다”라고 일축한 바 있습니다.

정보위원회에 따르면 국정원은 “국경 봉쇄로 인해 생활필수품 부족 등이 지속되는 상황에서 단순히 백신이나 물자를 지원해달라는 것이 북한의 요구는 아닌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습니다.

이어 “하노이 미북 정상회담에서 도널드 트럼프 당시 미국 대통령은 북한이 완전히 핵을 폐기하면 경제지원을 하겠다고 약속했다”며 “이후 북한은 풍계리 핵실험장 폐쇄, 미사일 발사대 폐기 등을 하고 핵실험이나 ICBM 발사도 하지 않았는데 이에 대해 미국이 해준 것이 없다는 생각”이라고 진단했습니다.

국정원은 또 “북한이 미국에 대해 광물질 수출 허용, 정제유 및 일상 생필품의 수입 허용을 원하는 것으로 보인다”며 “이런 내용을 미국이 구두로라도 언급한다면 북한이 대화의 장으로 나올 수도 있다는 판단”이라고 보고했습니다.

최근 발표된 김여정 당 부부장의 대미 비난 담화와 관련해서도 “오히려 대화를 바라고 있다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는 분석을 제기했습니다.

성 김 미국 국무부 대북정책특별대표 임명과 관련해선 “인권특사를 먼저 임명하지 않고 대북 특사를 임명한 것은 미북 관계 개선에 긍정적”이라며 “바이든 행정부의 대북정책이 한국 정부의 한반도 평화 정착방안을 상당히 반영했다”고 보고했습니다.

다만 “그럼에도 북한이 오는 8월 한미 연합훈련 문제 등 적대적 관계를 해소해야 대화에 나올 수 있을 것”이라는 전망도 함께 내놓았습니다.

이런 가운데 9일 온라인에서 열린 한 외교안보 토론회에서는 현재의 미북 교착상태가 지속될 경우 상황이 북한에 불리해질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 나왔습니다.

정성윤 통일연구원 연구위원은 이 자리에서 미국이 압도적인 군사력과 외교적 영향력을 바탕으로 북한의 핵능력 증강을 우선 차단하고 도발 시도를 억제해 결국 선제적 양보를 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을 조성하는, 이른바 '우세전략’(primacy strategy)을 취하고 있다고 진단했습니다.

그러면서 북한도 현 정세가 불확실하고 불만족스럽지만 방역과 당 조직 쇄신 등 내부적으로 우선 해결해야 할 문제들이 산적해 있어 이른바 북한판 ‘전략적 인내’로 버티기에 들어갈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이처럼 미북이 양보 없이 대치하는 상황에서는 미국의 제재 완화에 대한 조건부 언급이나 한미 연합훈련 규모 축소 혹은 취소만으로 북한이 만족하기는 어려워지며, 이는 결국 교착 국면 장기화로 이어져 전략과 자원 모두 미국에 비해 압도적으로 열세를 보이는 북한이 점차 불리해질 수밖에 없다는 설명입니다.

정성윤 통일연구원 연구위원 :북한이 이를 타파하기 위해 미국 본토에 대한 핵 능력을 증강하더라도 미국의 전략과 능력의 우세는 크게 변하지 않을 것입니다. 오히려 지금보다 미국의 상대적인 전략적 입지가 더 강화될 수 있어 북한에게는 상당히 불리한 정세가 형성될 가능성이 높아 보입니다.

정 연구위원은 미국의 새 행정부가 동맹 활성화를 통해 확장 억제력을 더욱 강화하고 국제사회의 대북제재를 강하게 주도하는 방식으로 북한을 압박해 나갈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그러면서 바이든 행정부가 내세우고 있는 ‘실용적 방식’은 결국 억지력 유지 강화를 대북 정책의 기본 축으로 삼으면서 외교와 압박을 적절히 조화시키는 방식이 될 것으로 전망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