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정보위원장 “북 조성길 전 대사대리, 수차례 한국행 의사”

서울-홍승욱 hongs@rfa.org
2020-1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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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osungkil-6202.jpg 사진은 조성길(오른쪽에서 두번째) 전 북한 주이탈리아 대사대리가 2018년 3월 이탈리아 베네토 주의 트레비소 인근에서 열린 한 문화 행사에 참석한 모습.
사진-연합뉴스 제공

앵커: 지난 2018년 종적을 감춘 조성길 전 북한 주이탈리아 대사대리가 지난해 한국에 들어와 1년 넘게 체류하고 있으며 수차례 자발적으로 한국행 의사를 밝혔다고 한국 국회 정보위원장이 확인했습니다.

서울에서 홍승욱 기자가 보도합니다.

지난 2018년 11월 임기 만료를 앞두고 종적을 감춰 제3국 망명설 등이 제기된 조성길 전 북한 주이탈리아 대사대리.

복수의 한국 정치권 인사들에 따르면 조성길 전 대사대리는 극비리에 한국에 들어와 1년 넘게 체류 중인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전해철 한국 국회 정보위원장은 7일 기자들과 만나 “조 전 대사대리가 지난해 7월 자진해서 한국에 왔다”며 “수차례 한국행 의사를 자발적으로 밝혔고 그 의사를 확인했다”고 말했습니다.

조 전 대사대리의 한국 입국이 1년 이상 공개되지 않은 배경과 관련해서는 “본인이 한국에 온 것이 알려지는 것을 당연히 원하지 않았다”며 이는 북한에 있는 가족에 대한 걱정 때문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앞서 이탈리아 외교부는 지난해 2월 이탈리아에 남아있던 조 전 대사대리의 미성년 딸이 북한으로 송환됐다고 확인한 바 있습니다.

일각에서는 조 전 대사대리의 한국행이 지난 1997년 고 황장엽 북한 노동당 국제비서 이후 최고위급 인사의 망명이라는 평가가 나오지만 한편에서는 1등 서기관인 조 전 대사대리가 지난 2016년 한국에 온 영국 주재 북한대사관 공사 출신 태영호 국민의힘 의원보다 직급이 낮다는 분석도 제기되고 있습니다.

전해철 정보위원장은 북한이 해당 사안과 관련해 한국 정부와 접촉했는지 여부는 확인해줄 수 없다고 밝혔고, 조 전 대사대리의 이탈리아 잠적 이후 경로와 현재 한국 내 거취, 한국행 동기 등은 신변 보호를 이유로 일절 언급하지 않았습니다.

전해철 정보위원장은 조 전 대사대리의 한국 입국 사실을 사전에 인지하고 있었고, 한국 국가정보원은 전날 이와 관련한 첫 언론 보도가 나오기 전 국회 정보위원회의 여당과 야당 간사들에게도 관련 보고를 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한국 국회 정보위원회 야당 간사 하태경 의원도 하루 전인 지난 6일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조 전 대사대리를 한국 당국이 보호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고 밝힌 데 이어 7일에는 “정보위원회 여당·야당 간사 합의로 입국사실 정도만을 확인해주기로 했다”며 신변 안전 문제로 그 이상의 내용은 공개하지 않는다고 설명했습니다.

영국 주재 북한대사관 공사를 지낸 국민의힘 태영호 의원은 이날 입장문을 내고 자신이 조 전 대사대리와 20년 지기임을 밝히면서 당사자와 가족의 신변 안전 문제와 관련해 신중하게 대응해줄 것을 당부했습니다.

태 의원은 “북한에 혈육을 두고 온 외교관들의 소식 공개는 그 혈육의 운명과 관련된 인도적 사안”이라며 북한 외교관이 근무지를 탈출해 자신이 주재하던 국가에 머무르는 경우보다 한국으로 망명했을 때 처벌 수위가 높아질 수 있다고 우려했습니다.

태영호 국민의힘 의원: 이 사실이 어떻게 노출됐는지가 대단히 우려스러운 상황이라고 생각합니다. 조 전 대사대리 부부가 지금 어디에 있느냐에 따라서 북한에 있는 그 친척·혈육들의 처벌 수위가 달라질 것입니다.

태 의원은 “한국에 있는 대부분의 전직 북한 외교관은 북한에 두고 온 가족과 친척의 안전을 생각해서 조용한 삶을 이어가고 있고 한국 정부도 인도적 차원에서 신분을 공개하지 않고 있다”며 딸을 북한에 두고 온 아버지의 심정을 헤아려 한국 언론 등이 집중조명과 노출을 자제했으면 한다고 주문했습니다.

한국 정부는 조 전 대사대리의 한국 망명 여부와 관련해 공식적으로 확인할 사항이 없다는 입장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강경화 한국 외교부 장관은 이날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국정감사에 나와 한국 외교부가 할 역할은 충분히 했지만 해당 사건과 관련한 상세한 내용을 밝히기는 곤란하다고 말했습니다.

강 장관은 그러면서 조 전 대사대리의 입국 후 한국 정부의 조치를 묻는 질문에 “개인의 신변 문제에 있어 안전을 위주로 본인의 바람에 따라 처리한다는 것이 한국 정부의 최우선 원칙”이라며 지금까지 그렇게 해 왔고 앞으로도 그렇게 대응할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이와 관련해 한국 통일부와 국가정보원도 이날 자유아시아방송(RFA)에 “확인해 줄 사항이 없다”는 입장을 밝혔습니다.

조 전 대사대리는 지난 2017년 9월 북한의 6차 핵실험을 이유로 이탈리아 정부가 문정남 당시 주이탈리아 북한 대사를 추방한 뒤 대사대리를 맡았습니다.

아버지와 장인도 북한에서 대사를 지낸 엘리트 외교관 집안 출신으로 영어와 이탈리아어, 프랑스어 등 4개 국어에 능통한 것으로 알려진 조 전 대사대리는 지난 2018년 말 임기 만료를 앞두고 종적을 감췄습니다.

조한범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이와 관련해 조 전 대사대리가 한국에 있다고 해도 반북 활동을 하지 않으면 북한이 실종자로 처리해 묵인할 가능성이 있지만, 최근의 ‘한국 국민 피격 사망 사건’ 등으로 인해 수세에 몰릴 경우 이를 공론화 할 가능성도 있다고 전망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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