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유럽연합(EU) 국가 중 마지막까지 평양에 남아 공관을 운영했던 루마니아가 이달 대사관 운영을 임시 중단했다고 밝혔습니다. 지정은 기자가 보도합니다.
루마니아 외교부는 12일 자유아시아방송(RFA)에 “북한 당국이 지난해부터 일년 반 동안 실시한 코로나19, 즉 코로나 비루스 대응 조치가 강화됨에 따라 평양에 위치한 루마니아 대사관의 활동은 일시적으로 중단됐다”며 “현지 외교 및 영사 활동이 10월 9일 중단됐다”고 밝혔습니다. (Following the tightening of measures to combat the COVID-19 pandemic applied in the last year and a half by the North Korean authorities, the activity of the Romanian Embassy in Pyongyang was temporarily suspended, with local diplomatic and consular activities ceasing on October 9, 2021.)
그러면서 “직원들의 주기적인 순환 근무는 임무의 지속가능성을 위해 필요하다”며 “(북한) 현지에서 실시된 (코로나19 관련) 제약은 순환 근무를 시행하려는 루마니아의 노력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쳤다”고 설명했습니다. (The restrictions imposed locally in the context of the pandemic have negatively affected the efforts of the Romanian side to carry out the periodic rotation of staff, necessary for ensuring the sustainability of the mission.)
앞서 체코와 폴란드(뽈스카), 불가리아 주북 대사관이 연달아 잠정 폐쇄된 이후, 루마니아까지 대사관을 임시 폐쇄하면서 현재 북한에서 운영되는 유럽연합 국가 대사관은 없는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미국의 북한 전문매체 ‘NK뉴스’도 루마니아 대사관 직원 2명이 9일 신의주에서 중국 단둥으로 육로를 통해 북한을 떠났다고 지난 10일 보도했습니다.
해당 매체는 존 에버라드 전 평양주재 영국대사를 인용해 1970년대 스웨덴이 평양 대사관을 개설한 이후 유럽 외교관이 북한을 모두 떠난 것은 처음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이와 관련해, 알라스테어 모건(Alastair Morgan) 전 북한주재 영국 대사는 13일 자유아시아방송(RFA)에 “루마니아 (정부는) 외교관을 철수하고 공관을 폐쇄하기 주저했을 것”이라며 “2017년 북한에서 루마니아 측과 접촉할 당시 이들은 일반적으로 어려운 상황에서도 공관 (운영을) 지속하기 위해 노력하는 것으로 보였다”고 설명했습니다.
그러면서 “외교관과 유엔 및 비정부기구 국제 직원들의 철수는 외교 및 프로그램 이행과 모니터링(분배 감시) 등 해당 국가에서 수행했던 기능을 더 이상 진행할 수 없다는 것을 의미한다”며 “해외에서 동일한 직무를 수행하기는 쉽지 않으며 경우에 따라 불가능하기도 하다”고 지적했습니다.
모건 전 대사는 또 외교 공관이 한번 폐쇄된 이후 운영을 재개하는 문제는 단순하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습니다.
네덜란드 라이덴대학의 렘코 브뢰커(Remco Breuker) 한국학 교수도 이날 자유아시아방송(RFA)에 “유럽연합 등 외교관들이 더 이상 북한에서 체류할 수 없는 상황이 (북한 내) 식량 부족이나 코로나19 감염, 정치적 상황 혹은 다른 요인 때문이든 이는 명백히 북한에 좋은 징조는 아니”라고 강조했습니다.
그러면서 북한과 유럽연합 간 의미있는 교류는 사실상 이미 부족해 공관 폐쇄가 향후 외교적으로 큰 영향을 미치지는 않겠지만, 유럽연합이 북한 내 상황을 이해하기는 더욱 어려워질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독일의 인권단체 ‘사람’의 니콜라이 슈프리켈스 대표 역시 13일 자유아시아방송(RFA)에 북한 내 상황을 파악할 객관적인 자료가 부족해질 것이라고 우려했습니다.
슈프리켈스 대표 : (유럽연합 국가들의) 대사관이 계속 폐쇄돼 있는 한, 북한의 실제 내부 상황을 알 수 있는 외교적 수단이 없습니다. 이 경우 북한 관영 매체 보도나 (당국의) 공식 발표에 의존해야 하는데 모든 (보도나 발표가) 정확하지는 않다고 보여집니다.
루마니아 출신의 그렉 스칼라튜 북한인권위원회(HRNK) 사무총장도 12일 자유아시아방송(RFA)에 “(루마니아) 대사관이 임시 폐쇄된 것은 (북한 체류) 상황이 더 이상 지속되기 어렵다(untenable)는 점을 암시한다며, 북한 내 거주 및 공공 보건 환경의 악화로 루마니아 외교관들의 건강과 개인적 안전이 위험에 처했을 수 있다”고 추정했습니다.
스칼라튜 사무총장은 이어 유럽연합 국가들의 주북 대사관이 모두 폐쇄되면서 대북 지원물자 등의 문제를 조율하기도 매우 어려워질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한편, 루마니아 주북 대사관이 폐쇄되면서 현재 중국, 쿠바, 러시아 등 총 9개국만 북한에서 공관 운영을 유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기자 지정은, 에디터 양성원, 웹팀 최병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