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은지의 북한 풍향계] “북, 남북관계 패러다임 전환 요구”

서울-김은지 kime@rfa.org
2020-07-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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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26일 경기 파주 오두산 통일전망대에서 바라본 북한 황해북도 개풍군 일대에서 주민들이 농사일을 하고 있다. 초소 위의 병사도 보인다.
지난달 26일 경기 파주 오두산 통일전망대에서 바라본 북한 황해북도 개풍군 일대에서 주민들이 농사일을 하고 있다. 초소 위의 병사도 보인다.
사진-연합뉴스

앵커: 속전속결식 대남 적대행보에 이은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전격적 ‘보류’ 조치. 한국 내에선 북한의 이 같은 대남 행보가 지난 2년여간의 남북관계에 대한 ‘최종 계산’을 토대로 마련된 계획에 따른 것이란 분석이 나오고 있습니다. 단순한 대남 압박이 아닌 남북관계의 본질적 패러다임, 틀의 전환을 요구한 것이란 관측인데요. 북한은 향후 대북전단 문제를 시작으로 한미 연합훈련 중단과 남북 합의이행 등에서 한국 정부의 ‘새로운 셈법’을 요구하며 정책 전환을 압박할 것으로 전망됩니다. 북한 현안을 분석, 전망하는 ‘김은지의 북한 풍향계’입니다.

톱다운(하향식) 방식의 속도전으로 전개되던 대남 파상공세가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군사행동 ‘보류’ 조치로 일단 숨고르기에 들어간 형국입니다.

한국 외교가는 북한이 철회가 아닌 ‘보류’라는 잠정적 조치를 취한 점에 주목하고 있습니다.

북한으로선 일단 1차 목적(내부 결속과 한국의 대북전단 규제 움직임)을 달성한 만큼 내부 상황과 한미의 대응, 중국 입장 등 정세 추이를 지켜보며 대응 전략을 모색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이에 따라 김정은의 ‘보류’ 카드는 하반기 한반도 정세를 좌우할 핵심 변수가 될 전망입니다.

김형석 전 한국 통일부 차관: 긴장 분위기가 계속되는 가운데 북한이 완전한 철회나 폐기가 아닌 ‘보류’라는 입장을 밝혔고 보류 조치 역시 당 중앙 군사위원회 예비회의에서 이뤄져 본회의를 앞두고 있는 상황이라는 점에서 기본적으로 완전히 입장을 바꾼 것은 아니다, 현재 상황은 여전히 불만스러운 만큼 앞으로 한국 정부가, 또 미국이 어떻게 하는지를 보겠다는 의미로 볼 수 있습니다.

북한의 대남 강경 기조는 한국 정부의 대북 접근방식에 대한 누적된 불만에 기초하고 있습니다.

‘본질적 문제’를 회피한 채 ‘지엽적인 교류협력’이란 낡은 틀을 고수하는 데 대한 강한 반발입니다. 한미 공조와 제재 속에서 자율성을 확보하지 못한 한국 정부를 향한 이른바 ‘충격적 환기’라는 분석입니다.

홍민 통일연구원 북한연구실장은 북한 입장에선 남북 합의의 이행 의지와 실천력, 과감성 어디에서도 한국 정부의 추진력을 발견하지 못했다고 볼 수 있다며 북한의 대남 강경 전환은 이에 대한 일종의 ‘반발로서의 전환전략’으로 진단했습니다.

이에 따라 최근 북한의 대남 행보는 지난 2년여간의 남북관계에 대한 ‘최종 계산’을 토대로 마련된 계획에 따른 것이란 분석이 나옵니다. .

미북 협상 교착국면 속 고강도 제재와 코로나19, 신형코로나바이러스(비루스)발 위기로 대내외적 어려움이 가중된 가운데 이를 ‘정면돌파’하는 데 남북관계가 실질적으로 기여하지 못했다는 최종 판단의 결과물이라는 겁니다.

문정인 한국 대통령 통일외교안보 특별보좌관(민주평통 6.15 공동선언 기념 토론회): 북한이 강경 행보로 나선 데는 전술적, 협상으로 더 많은 것을 얻으려는 것보다는 북한이 지금 실존적 위협을 느끼고 있고 이에 대한 정면돌파로 나가기 위한, 그래서 이번 기회에 판이 크게 바뀌지 않으면 (대남관계에서) 적대적으로 가겠다는 의사를 표명한 것이라고 봅니다.

‘한국 무용론’에 입각한 이 같은 대남 기조는 이미 지난 해 말 정면돌파전 발표 당시 예고된 바 있습니다.

신범철 한국국가전략연구원 외교안보센터장은 남북관계를 미북관계의 하위 요소로 인식해온 김정은 정권이 대미 정면돌파전을 선언할 때 남북관계에서도 얻을 것이 없다는 계산을 이미 마쳤을 것이라고 진단했습니다.

이는 김정은의 군사행동 ‘보류’ 지시에도 불구하고 북한의 ‘최종 계산’을 바꿀만한 결정적인 계기가 없는 한 전면 철회는 사실상 쉽지 않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지난 해 10월 김정은의 금강산 남측 시설 철거 지시는 사실상 김정은 정권의 대남정책 운영 지침을 제시한 것이란 관측이 나옵니다. 당장의 교류협력 중단으로 인한 경제적, 단기적 손실보다 대남 강경책을 통한 정치적, 장기적 이득을 노린 것이란 분석입니다.

조성렬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자문연구위원: 북한이 계산했을 때 남북관계의 경우 상당히 어려운 상황까지 만든다 하더라도 결국 미북회담이 재개된다면 금새 복구될 수 있다고 판단하는 것 같습니다. 즉 미북관계가 풀리지 않은 상태, 유엔 안보리 제재와 미국의 독자제재가 지속되는 한 남북 대화가 이뤄지고 관계가 진전된다 하더라도 한국 정부가 북한에 줄 수 있는 것은 사실상 거의 없다는 판단에 따라 지금과 같은 남북관계를 지속하기보단 미국에 대한 협상 카드로 비축하는 것이 낫다고 판단한 것 같습니다.

한국 내에선 북한이 일련의 대남 행보를 통해 사실상 남북관계의 본질적 패러다임, 틀의 전환을 요구하고 있다는 관측이 나옵니다.

김동엽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 연락사무소는 판문점 선언의 상징인 만큼 연락사무소 폭파 조치로 판문점 선언은 사실상 리셋이 됐다고 봅니다. 북한이 예고했던 군사적 조치가 향후 이행될 경우 이 역시 9.19 남북 합의가 리셋이 되는 것이고, 마지막으로 언급한 개성공단 완전 철거의 경우 만약 이뤄질 경우 사실상 6.15, 10.4공동선언의 리셋이라는 점에서 우려됩니다. 북한 입장에서 보면 단순히 한미 정부와의 관계 재정의라기보다는 북한이 연말에 예고한 자력갱생에 기반한 새로운 길을 통해 본질적인 남북관계의 기본적인 패러다임, 틀의 변화를 요구하고 있다고 봅니다.

북한이 공식적으로 한국을 ‘적’으로 규정한 것은 지난 2000년 6월 남북 정상회담 이후 20년 만입니다.

정성장 세종연구소 북한연구센터장은 북한이 언급한 대적 사업은 과거 냉전시대 대남사업으로 회귀하겠다는 것으로 볼 수 있다며 교류협력 중단은 물론이고 통일전선사업을 활성화해 한국을 타도의 대상으로 삼겠다는 의미로 분석했습니다.

실제 북한은 대남기구를 내세워 불만을 제기하는 전술적 차원의 위협이 아닌 2인자 김여정을 내세워 남북관계를 ‘대적 관계’로 전환해 위협의 강도를 극대화하는 전략적 조치를 택했습니다.

여기엔 증강된 핵무력을 지렛대로 남북관계를 비롯한 한반도의 ‘현상변경’을 시도하려는 북한의 전략적 의도가 자리하고 있다는 평갑니다.

사실상 한반도 문제의 주인으로서 한반도 상황을 주도하고 자신들이 원하는 남북관계의 ‘새 판’을 짜겠다는 계산이 작용한 것이란 분석입니다.

차두현 아산정책연구원 수석연구위원은 북한의 일방적 행보 이면엔 평양이 가진 대남 우월감과 자신감이 강하게 작용하고 있다고 진단했습니다.

2017년 ‘국가 핵무력 완성’ 선언 이후 최소한 전략 능력에 관한 한 한국을 압도하고 있다는 주관적인 자기 확신이 김정은을 비롯한 북한의 권력 엘리트들 사이에서 공유되고 있다는 겁니다.

속전속결식 강경 행보에 이은 김정은의 전격적 ‘보류’ 조치 역시 대결과 협상 구도의 ‘주도권’을 확보하기 위한 의도라는 분석입니다.

북한은 이 과정에서 남북관계의 ‘위계적 형성’도 도모하는 것으로 보입니다. 남북관계는 동생에게 맡김으로써 김정은 자신은 싸움을 말리고 미국과 직접 상대하겠다는 메시지로, 지난 3월 김여정 담화-김정은 친서의 ‘재판’인 셈입니다.

북한은 이에 따라 일정한 수준의 긴장국면을 유지한 채 한국의 대응조치를 봐가며 단계적으로 자신들의 요구사항을 관철하려 할 것으로 전망됩니다.

대북 전단살포 규제 조치 외에 한미 연합훈련 중단 등 한미동맹 조정, 그리고 남북이 합의한 경제협력 이행 등에서 자신들이 주도하는 ‘새 판’에 부응하는 ‘새로운 셈법’을 한국 정부에 요구할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입니다.

천영우 전 한국 청와대 외교안보수석은 북한의 의도는 한국 정부가 전단 살포를 막을 실효적 조치를 취하면 그 여세를 몰아 대북정책을 자신들의 입맛에 맞게 바꾸려는 것이라며 전단 문제에서 다른 현안으로 점차 확대하며 문재인 정부의 말이 아닌 ‘행동’과 ‘실천’을 요구할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값을 계산해야 위기가 종결될 수 있다, 올바른 실천으로 보상하라’는 지난 달 17일 김여정과 북한 매체의 언급은 향후 대남 행보를 예측케 하는 대목입니다.

이 과정에서 남북간 ‘근본 문제’를 논의하기 위한 당국 회담이 개최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습니다.

현재의 대남 압박이 ‘새 판’을 짜기 위한 의도라고 할 때 역설적으로 정상회담 등 하향식 협상의 여지도 남아 있습니다. 다만 위험 부담이 너무 크다는 점에서 단기간에 성사되긴 어려울 전망입니다.

하지만 ‘민족 공조’를 둘러싼 남북 간 첨예한 인식의 간극을 좁히긴 사실상 쉽지 않다는 점에서 언제든 위기국면으로 전환될 가능성은 열려 있습니다.

북한이 남북관계의 긴장국면을 정면돌파전의 동력으로 활용할 가능성도 제기됩니다.

그런 측면에서 경제 중심의 정면돌파전을 달성하는 데 과도한 긴장 조성은 자제할 것으로 보입니다. 레드라인, 금지선을 넘는 긴장국면 조성은 북한 체제의 취약성을 높여 정치외교적 비용을 높이기 때문입니다.

한미 균열과 한국 사회 분열, 미중의 반응 등 대외적 측면에서도 적절한 위협 수위 조절은 필요합니다. 고강도 도발을 통한 명백한 위기 고조는 이해 당사국(자)들의 단호한 공동 대응을 불러올 수 있기 때문입니다.

반면 당사국(자)들의 이해관계가 이질적일수록 북한에 대한 타협의 범위는 탄력적으로 커질 수 있습니다.

이 경우 북한은 대남 차원에선 공세적이나 향후 언제든 되돌릴 수 있는 가역적이고 한국이 대응하기 어려운 비대칭적 성격의 행동을 시도할 가능성이 있습니다.

한국 내에선 북한이 ‘한국 때리기’를 시작으로 한반도 정세의 주도권을 잡고 긴장국면을 유지하면서 한미 연합훈련 재개 등 도발의 ‘명분’을 만들어 대미 공세로 옮겨갈 것이란 관측이 나옵니다.

따라서 오는 8월 재개될 것으로 예상되는 한미 연합훈련의 규모와 수위는 향후 북한의 행동을 결정할 주요 변수가 될 전망입니다.

최강 아산정책연구원 부원장(6.15 아산정책연구원 토론회): 북한은 향후 비무장지대(DMZ)나 북방한계선(NLL) 인근에서 소규모의 도발로 시작해 미 대선을 앞둔 오는 10월쯤 고강도 도발을 감행할 가능성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10월은 미국의 트럼프 2기 혹은 차기 행정부와의 협상에서 유리한 입지를 다지는 데 적기로, 북한은 자신들이 하겠다고 말한 것을 실행할 가능성이 큰 만큼 북한의 행보를 예의주시할 필요가 있습니다. It seems to me that they will start with small scale provocation in DMZ or along the NLL and save the big one until October. That’s the best time to show their resolve and secure the negotiation position with the next administration. I think we have to be very watchful what N.Korea is doing but N.Korea will do what they have said.

결국 전단 살포로 촉발된 6월의 한반도 긴장국면은 미북 협상 교착국면 속 미 대선의 불확실성, 고강도 제재에 더한 코로나발 위기에 따른 김정은 정권의 벼랑 끝 강압 전술에서 비롯된 것이란 게 한국 외교가의 평가입니다.

문제는 이들 구조적, 환경적 요인이 단기간 내에 바뀔 가능성이 낮다는 점에서 일시적으로 협상 국면이 조성되더라도 언제든 좌초될 가능성이 크다는 점입니다.

무엇보다 핵무력을 완성한 북한이 국가생존전략으로 내건 대미 정면돌파전은 문재인 정부의 한반도 평화프로세스의 중대 도전 요인이 될 전망입니다.

황지환 서울시립대 교수는 북한의 대남정책은 결국 미북관계 및 비핵화 협상과 밀접히 연결돼 있는 만큼 남북관계의 근본적인 발전을 위해선 비핵화 협상의 진전을 통한 미북관계의 변화가 우선돼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문재인 한국 대통령이 연락사무소 폭파 등 남북관계 경색국면에서 미북 정상회담 개최 노력 등 ‘촉진자역’ 카드를 다시 꺼내든 이유도 여기에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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