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북’ 주쿠웨이트 북한 대사대리 “김정은, 핵 포기하지 않을 것”
2021.02.01
앵커: 류현우 전 북한 쿠웨이트 주재 대사대리가 탈북 후 첫 언론 인터뷰에서 북한 당국이 핵무기를 완전히 포기할 가능성은 낮다고 진단했습니다.
서울에서 이정은 기자가 보도합니다.
지난 2019년 탈북해 한국에 정착한 류현우 전 북한 쿠웨이트 주재 대사대리.
류현우 전 대사대리는 1일 공개된 미국 CNN과의 인터뷰에서 북한의 핵무력은 체제의 안정과 직결돼있다며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핵무기가 그의 생존에 필수적이라고 믿고 있을 것으로 관측했습니다.
류현우 전 북한 쿠웨이트 주재 대사대리: 북한의 핵무력은 체제의 안정과 직접적으로 연결되어 있습니다. 북한이 이를 폐기할 것이라고는 상상이 안갑니다.
그러면서 북한 당국이 핵무기 감축을 위한 협상에는 나설 수도 있지만 향후 어떤 시점에라도 핵을 완전히 포기할 가능성은 낮다고 내다봤습니다.
지난 2018년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과 김정은 위원장 간 정상회담을 지켜보면서도 이러한 생각은 변함이 없었다고 밝혔습니다.
류현우 전 북한 쿠웨이트 주재 대사대리: 외교관의 입장에서 이는 정치적 이벤트로 여겨졌습니다. 미국은 북한의 비핵화를 포기할 수 없고 김정은은 비핵화를 할 수 없습니다.
지난달 취임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에 대해서는 이란 핵문제 관련 경험을 바탕으로 북핵문제도 지혜롭게 다룰 수 있을 것을 의심치 않는다고 말하면서도 이란보다는 북한이 더 까다로울 것으로 예상했습니다.
CNN 보도에 따르면 류 전 대사대리는 중동에서 근무할 당시 버락 오바마 미국 행정부가 이란 핵문제를 다루는 과정을 가까이서 지켜본 바 있습니다.
김정은 위원장이 바이든 대통령으로부터 무엇을 원하는 것 같은지에 대한 질문에는 제재 해제를 꼽았습니다.
다만 현재의 전례 없고 강력한 대북제재는 지속돼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그러면서 2018년 북한을 대미협상의 장으로 나오게 한 요인 중 하나가 대북제재였을 것으로 진단했습니다.
류 전 대사대리는 2017년 북한의 잇따른 핵∙미사일 실험으로 유엔 제재가 강화되기까지 중국과 러시아 다음으로 북한의 해외 파견 노동자들이 가장 많은 양의 외화를 벌어들인 곳이 쿠웨이트, 카타르, 아랍에미리트(UAE) 등 걸프 지역 국가들이었다고 말했습니다.
다만 북한 해외 노동자들을 전원 송환하도록 하는 유엔 결의안이 채택된 이후 걸프 지역의 북한 해외노동자 대부분 역시 떠났다고 말했습니다.
CNN은 류 전 대사대리가 있던 쿠웨이트가 북한 정권을 위한 외화벌이에서 특히 중요한 곳이었다며 1만명 정도의 북한 노동자들이 일하던 곳이었다고 보도했습니다.
또 이들은 현대판 노예 대우를 받으며 일했고 이들의 수입은 모두 핵개발 등 김정은 정권의 우선순위 정책을 위해 송금됐다고 지적했습니다.
류 전 대사대리는 북한인권 문제가 바이든 행정부의 대북정책에서 중요한 부분을 차지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인권은 도덕 상의 문제고 북한에서 이는 민감하고도 심각한 문제이기 때문이라는 설명입니다.
류 전 대사대리는 지난 2019년 9월 가족과 함께 한국으로 탈북했지만 이들의 탈북 사실은 지난주에야 한국언론에 공개됐습니다.
그는 10대인 딸이 더 나은 삶을 누릴 수 있게 하기 위해 탈북을 결심하고 아내와 함께 한 달 동안 탈출 계획을 짰다고 밝혔습니다.
이후 딸을 차로 학교에 데려다주는 것처럼 위장해 쿠웨이트 주재 한국 대사관에 가서 망명을 신청하고 며칠 뒤 한국에 도착한 겁니다.
류현우 전 북한 쿠웨이트 주재 대사대리: ‘자유를 찾아서 가자. 부모님이랑 가자’고 말했더니 딸이 충격을 받았습니다. 그리고는 알겠다고 말했습니다.
한국에 와서 가장 좋은 것이 무엇인지 물었을 때 딸은 “인터넷을 마음껏 쓸 수 있어서 좋다”고 답했다고 전했습니다.
류 전 대사대리는 북한에 남아있을 가족들이 처벌받을 것을 우려하기도 했습니다.
그러면서 21세기인 지금 북한에 그처럼 봉건적인 연좌제가 남아있다는 것은 끔찍한 일이라고 말했습니다.
류 전 대사대리는 북한 내 엘리트 출신으로 특히 그의 장인은 김정은 위원장의 통치자금을 관리하는 노동당 39호실을 운영하는 인물이었다고 CNN은 보도했습니다.
김정은 위원장 집권 이후 북한 외교관의 한국 망명이 알려진 것은 지난 2016년 태영호 전 영국 주재 북한대사관 공사와 지난 2019년 조성길 전 북한 이탈리아 주재 대사대리에 이어 이번이 세번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