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 기반 북 반체제 세력 ‘김일성 표식비에 먹물’ 영상 공개
2024.06.11
앵커: 북한 정권에 저항하는 반체제 활동 조직이 북한 내부에서 새롭게 등장했습니다. 해외에 기반을 두고 북한 내 반독재 세력과 연대하는 이 단체는 성명서를 통해 현재 정권을 종식시키고 개혁개방을 하겠다는 목표를 가지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김지수 기자의 보도입니다.
한 영상에서 남성이 김일성 표식비로 보이는 비석에 가까이 다가서더니 잠시 후, 먹물을 여러 차례 뿌립니다.
‘평양에서 보내온 영상’이라는 제목의 이 짧은 영상은 동영상 공유사이트 유튜브 ‘새조선’ 채널에 게시돼 눈길을 끌고 있습니다.
RFA 자유아시아방송은 해당 동영상의 진위여부를 자체적으로 확인하지 못 했습니다.
자체 홈페이지와 유튜브 채널을 통해 북한 반체제 활동을 알리는 이 단체는 자신들을 해외에 기반을 두고 있는 ‘새조선’이라는 이름의 평양의 ‘비밀 자유민주정부’라고 소개합니다.
단체는 지난 3월, 북한 내 반독재 세력과 연대하는데 성공했다고 밝히고 지난 5월에는 평양으로부터 온 ‘새조선 성명서’를 공개했습니다.
성명서는 단체의 최우선 목표를 북한 김가세습의 종식이라고 알리고, 인민이 진정한 주인이 되는 정상적인 나라로 조선이 홀로서기 위해 목숨도 걸었다며 결의를 드러냈습니다.
또 북한 내부에서 제보받은 문건이라며 2014년 식인을 목적으로 살해를 저지른 대표적인 세 가지 사례가 적힌 식인 범죄에 대한 북한 당국의 대책보고안도 홈페이지에 게시했습니다.
새조선 홈페이지는 “2014년에 작성된 문건이라 시간이 많이 지났지만, 식량난이 여전히 해결되지 않은 현재 북한 땅에서 어떤 일들이 벌어지고 있을지 예측조차 하기 힘들다”며 “김정은 정권이 본인들의 안위를 위해 핵과 미사일에 퍼부은 돈을 인민들을 위해 썼다면 가족의 인육을 먹는 참혹한 일은 벌어지지 않았을 것”이라고 규탄했습니다.
이 단체는 또 해외 북한 대사관 앞에서 ‘자유조선을 위한 연대’라고 쓰인 문구를 들고 사진을 찍고, 대사관 벽에 ‘북한에도 자유가 필요하다’는 글을 써 붙이기도 했습니다.
데이비드 맥스웰 아시아태평양전략센터 부대표는 자유아시아방송(RFA)에 “북한에 있는 이 단체가 집단 행동을 시작하면 체제 불안정과 김정은 정권의 생존에 위협이 될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맥스웰 부대표: 지금 우리가 보고 있는 오물 풍선 등 북한이 외부 긴장을 조성하기 위해 벌이고 있는 모든 활동은 김정은이 내부 위협을 포착한 결과일 수 있으며, 그는 한국군와 미군보다 북한 내 주민들을 더 두려워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이것이 실제로 일어나고 있다면 김 위원장이 극심한 스트레스를 받고 있다는 또 다른 지표가 될 수 있으며 그가 이런 행동을 하는 이유가 될 수 있습니다.
브루스 베넷 미국 랜드연구소 선임연구원은 자유아시아방송(RFA)에 “이것이 사실이라면 김정은 위원장이 단체의 규모에 대해 우려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베넷 연구원: 김 위원장은 편집증적이기 때문에 이 단체가 실제로 얼마나 큰지, 그리고 그들이 실제로 북한에서 얼마나 진지하게 교류하고 있는지에 대해 걱정하게 될 것입니다.
자유아시아방송(RFA)이 더 자세한 내용을 듣기 위해 이 단체와 접촉을 시도했지만 11일 오후까지 답이 오지 않았습니다.
‘새조선’ 홈페이지에 따르면 “우리는 2019년 3월 1일 설립된 자유조선의 설립이념과 사상을 따른다”고 명시돼 있는데, 지난 2017년 김정은의 이복 형 김정남의 아들, 김한솔의 망명을 도왔던 반북단체 '자유조선'과 유사한 단체인 것으로 보입니다.
한국 국정원은 "이 조직에 대해 인지하고 있다"며 "정확한 주체와 규모는 파악되지 않았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한편 지난 1월 한국 내 민간 북한 연구기관인 샌드연구소는 북한 내에서 자유민주주의 신당 창건을 시도했다가 북한 당국에 적발돼 처벌받았다는 내용의 영상을 공개한 바 있는데, 이 사건과 관련이 있는지는 아직 확인되지 않았습니다.
에디터 박정우, 웹팀 한덕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