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우크라전 종전 협상시 요구사항 제시 가능”
2024.11.27
앵커: 향후 우크라이나-러시아 종전 협상이 시작될 때, 북한이 러시아 파병의 명분으로 자신들의 요구사항을 밝힐 가능성이 있다는 전문가 분석이 나왔습니다. 서울에서 한도형 기자가 보도합니다.
한국 국방부 산하 한국국방연구원(KIDA)이 27일 서울에서 개최한 ‘안보 환경의 불안정성 증가와 대북전략의 진화 모색’ 북한군사포럼.
발표에 나선 손효종 한국국방연구원 연구위원은 “북러 관계 격상과 북한의 우크라이나 전쟁 파병으로 인해 미북대화 뿐만 아니라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 종결과 관련해서도 북한의 입지가 증대”했다고 평가했습니다.
그러면서 손 연구위원은 트럼프 2기 미국 행정부 출범 이후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 종결 협상이 시작될 경우, 북한이 러시아를 통해 요구사항을 제시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밝혔습니다.
손 연구위원은 또 트럼프 1기 미국 행정부 시기보다 북한이 갖고 있는 협상의 지렛대가 늘어났다며, 기존 비핵화 협상 수준이 아닌 핵 군축 협상을 요구할 가능성이 있다고 바라봤습니다.
[손효종 한국국방연구원(KIDA) 연구위원] 만약 종결에 관한 협상이 시작될 경우 러시아를 통해서 북한이 요구사항을 제시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을 것으로 우려됩니다. 몇 년 전 북한에서 미국과 관계 정상화를 기대하지 않는다고 밝힌 것은 핵 군축을 통해 체제 이익을 추구하는 쪽으로 북한이 선택한 것 아닌가 생각하게 합니다.
이 자리에 참석한 이승열 국회 입법조사처 입법조사관은 현재 북한이 처한 현실을 평가하며, 북한의 강점은 북러동맹 강화, 우크라이나 전쟁에 대한 지분 획득, 핵 역량 고도화에 있다고 평가했습니다.
이 입법조사관은 핵 국가 인정을 바라는 등 협상 문턱이 너무 올라가 협상이 도리어 어려워진 것, 북중관계 악화로 인해 중국의 협조를 받을 수 없다는 것 등은 북한의 단점이라고 진단했습니다.
그러면서 이 입법조사관은 북한에게 있어 최상의 협상 조건은 트럼프 당선인이 외교적 성과를 급하게 만들어내려고 할 때 주어질 수 있다고 밝혔습니다.
이때 트럼프 당선인이 북한과 핵 동결 협상을 추진하며 북한을 핵 국가로 인정할 가능성이 있다는 설명입니다.
반대로 북한이 맞이할 수 있는 최악의 협상 상황은 트럼프 당선인이 미북 협상에 들어가기 전 북한을 압박하는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이 입법조사관은 이 경우 트럼프 당선인이 러시아를 통해 북한에 대한 방기를 유도할 수 있고, 중국 압박을 통해 대북제재를 강화시킬 수 있으며, 한국 내 전술핵 배치도 추진할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이승열 국회 입법조사처 입법조사관] 북한에게 있어 강점과 기회가 최소화되고 약점과 위협이 극대화되는 국면은 트럼프가 협상 전 김정은을 꺾으려고 할 때입니다. 러시아가 북한을 방기하도록 유도할 수도 있고요. 한국 전술핵 배치도 추진해 볼 수 있고 이런 형태로 김정은의 어떤 고립을 강화시키는 방향으로 나갈 수 있는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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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론에 나선 신범철 전 국방부 차관(세종연구소 수석연구위원)은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에 파병된 북한군의 동향에 대해 더욱 면밀한 분석이 필요하다”며 이 부분과 관련해 “우크라이나와의 협조를 강화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이와 함께 신 전 차관은 “향후 트럼프 2기 행정부와 북한 간 대화가 재개될 때 한국이 가장 걱정해야 하는 것은 한미연합군사훈련 중단”이라고 밝혔습니다.
신 전 차관은 “한미연합훈련을 실질화하고 강화하는 것이 지난 윤석열 정부의 성과였는데, 향후 미국이 한미연합훈련 중단에 대한 북한 요구를 수용할 경우 한국이 어떠한 입장을 취할 것이며, 보완책으로는 무엇을 제시할 것인지 논의가 필요하다”고 말했습니다.
[신범철 전 한국 국방부 차관] 북한이 ‘대북 적대시 정책’을 철폐하라는 요구를 하면서 상징으로서 무엇을 요구했습니까? 한미연합군사훈련 중단을 요구했고 2018년에 그걸 했어요. 어떠한 옵션들을 우리가 준비해야 되느냐 그런 부분까지도 좀 논의가 되고 준비가 됐으면 좋겠습니다.
이날 또다른 발표자인 이수훈 한국국방연구원 선임연구원은 트럼프 2기 행정부가 출범해도 미국이 대중견제 및 인도 태평양 지역 내 영향력 유지 등을 위해 한미일 안보협력의 전체적인 틀을 이어갈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다만 한미일 ‘캠프 데이비드 합의’는 지난해 8월 바이든 행정부 시기에 이뤄진 만큼 트럼프 2기 행정부는 새로운 이름의 보다 강력해진 한미일 합의를 만들 가능성이 있다고 예상했습니다.
서울에서 RFA 자유아시아방송 한도형입니다.
에디터 양성원, 웹편집 김상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