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아프리카서 부패 정치인 손잡고 외화벌이”

워싱턴-박재우 parkja@rfa.org
2023.04.03
“북, 아프리카서 부패 정치인 손잡고 외화벌이” 민주콩고 정치인들과 조각상 건설 관련 부지를 보고 있는 황길수와 박화성의 모습.
/ Tony Mwepu페이스북

앵커: 최근 미국 정부가 콩고민주공화국에서 대북제재결의를 위반하고 사업을 벌였던 북한 기관과 개인에 대해 제재를 가한 가운데해당 사건을 처음 알린 민주콩고의 내부고발자들은 북한이 허술한 법망의 빈틈을 노리고 부패한 아프리카 국가에서 불법 행위를 벌이고 있다고 폭로했습니다박재우 기자가 보도합니다.

 

미 재무부 산하 해외자산통제국(OFAC)은 지난달 콩코민주공화국(민주콩고)의 건설회사 ‘콩고 아콘데’(Congo Aconde)와 민주콩고에 거주하는 북한 국적자 황길수와 박화성을 제재 대상으로 지정했습니다.

 

황길수와 박화성은 2018년부터 2019년 말까지 북한 정권을 지원하기 위해 ‘콩고 아콘데’를 설립한 뒤 지방정부가 추진하는 건설 및 조각상 건립 사업을 통해 수익을 창출했습니다.

 

이들은 ‘콩고 아콘데’를 통해 현지 아프릴랜드 퍼스트 은행(Afriland First Bank)에 미국 달러 취급 계좌를 개설해 당시 이 은행과 연계돼 달러와 유로 거래를 처리하던 BMCE 은행(BMCE Bank International)의 프랑스 파리 지점을 통해 콩고 외부로 자금을 옮긴 것으로 전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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센트리 보고서에 실린 황길수와 박화성의 여권 사본 모습.  /센트리

  

유엔 안전보장이사회가 2016년에 채택한 결의 2321호는 대북 무역에 대한 공적 금융지원은 물론 북한의 동상 공급·판매도 금지하고 있습니다.

 

미국의 비영리 국제감시단체 ‘센트리’(The Sentry) 2020 8월 보고서에서 이 내용을 처음으로 폭로했는데아프릴랜드 퍼스트 은행에서 일했던 민주콩고 국적의 두 내부 고발자 네이비 말렐라(Navy Malela)와 그라디 코코(Gradi Koko)가 결정적인 도움을 줬습니다.

 

이들은 지난달 31일 자유아시아방송(RFA)과의 화상 인터뷰에서 “북한이 민주콩고의 느슨한 은행감독시스템과 부패한 정치인들을 노렸다”고 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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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콩고 국적의 내부 고발자 네이비 말렐라 와 그라디 코코. /PPLAAF

 

네이비: 이 모든 것은 부패 때문이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민주콩고는 매번 세계에서 가장 부패한 국가 중 하나로 선정되고 있는데북한은 이런 곳에서 제약을 받지 않고 사업을 할 수 있었습니다북한은 이런 종류의 국가에서 이점을 얻으려고 노력하는 것으로 보입니다.

 

그라디: 북한이 할 수 있는 것은 부패를 이용하는 것입니다민주콩고의 법은 완벽하지 않지만존재하고 있습니다은행과 사업은 일반적으로 규제됩니다하지만 몇몇 사람들은 자신들의 이권을 위해 이를 위반하는 것을 스스로 허용한 것입니다.

 

북한의 사업이 콩고 정치인들의 부정부패와 직접적인 연관이 있을 가능성이 있느냐는 질문에 이들은 “가능성이 높다고 믿는다”며 “현지 정치인들은 제재와 규칙을 대놓고 무시하고 있다”고 답했습니다.

 

특히 콩고 아콘데는 민주콩고의 루알라바주(Lualaba) 주도인 콜웨지(Kolwezi) 시에서 조각상을 세우는 계약에 서명하고 사업을 진행했는데계약에 콜웨지 시장 등 정치인들이 관여하고 이들이 황길수와 박화성을 직접 만났던 사실을 봤을 때 정부 차원의 연관성이 의심된다고 지적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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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지 언론과 인터뷰를 하고 있는 황길수의 모습. / Tony Mwepu페이스북

 

특히 아프릴랜드 퍼스트 은행의 부행장 패트릭 카핀도(Patrick Kafindo)를 언급하며 “그는 민주콩고 정치인들과 가까웠는데 이 또한 북한 콩고 아콘데의 사업에 그가 어떻게 도움이 됐을지 예상할 수 있는 부분”이라고 덧붙였습니다.

 

네이비: 민주콩고에서는 우리가 생각할 수 없었던 것 이상의 모든 것이 가능합니다또 이는 우리가 알지 못한 것이 더 있을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하기도 합니다저는 이러한 연결이 북한의 핵무기 개발 의지를 강화하기 위한 도움이 됐다고 생각합니다민주콩고는 우라늄 매장량이 높은데 북한의 핵무기와 연관됐을지 우려스럽습니다.

 

북한과 민주콩고 간 검은 거래를 폭로한 이 고발자들은 아프리카 내부고발자보호플랫폼(PPLAAF)를 통해 아프릴랜드 퍼스트 은행의 불법행위들을 알린 뒤 위조절도부패범죄음모비밀누설 등 혐의로 민주콩고 정부로부터 2020 10월 사형까지 선고받았습니다.

 

이들은 현재 한 유럽 국가에서 생활하면서 정치적 망명을 해 있는 상황입니다.

 

기자 박재우, 에디터 박정우웹팀 이경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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