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들 “북 새 엔진은 고해상도 위성 탑재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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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북한이 27일 공중폭파한 정찰위성에 액체산소와 석유연료를 사용한 '석유추진제' 엔진을 처음 사용한 것은 해상도가 높은 위성을 탑재하기 위해서였다고 위성전문가들이 밝혔습니다. 이상민 기자가 보도합니다.

북한 국가항공우주기술총국은 27일 1단계 비행 중 공중폭파한 정찰위성의 사고 원인이 새로 개발한 '액체산소와 석유발동기의 동작 믿음성(신뢰성)' 때문이라고 밝혔습니다.

북한 당국이 말한 '액체산소와 석유발동기'는 석유추진제 방식의 엔진을 말합니다.

로켓에 사용되는 추진제는 '연료'와 연료와 결합하기 위해 산소를 방출하는 물질인 '산화제'로 구성됩니다. 석유추진제는 고도로 정제된 '등유(케로신)'와 액체 산화제를 섞어 산화되는 방식으로 작동되는 것으로 미국과 러시아 등에서 주로 사용하고 있는 방식입니다.

북한은 지난해 11월 첫번째 정찰위성을 발사할 때 석유추진제 방식이 아닌 '하이드라진(hydrazine)'이라는 화학물질을 사용하는 '하이드라진 추진체 방식'으로 위성발사체를 쏘아 올렸습니다.


'하이드라진'은 발연성이 높아 탄도미사일 등 무기에 많이 사용되어 왔는데 보관이 용이하고 빠르게 주입할 수 있는 장점이 있지만 유독성 물질이라 주입 과정에서 오염이나 인명 피해, 암발생 등의 사례가 있어 최근 인공위성 발사에는 국제적으로 사용하지 않고 있습니다.

미국 하버드 스미소니안 우주물리학센터의 조나단 맥도웰 연구원은 28일 자유아시아방송(RFA)에 석유추진제 방식은 하이드라진 방식에 비해 덜 유독하고 더 안정적이고 효율적이라고 평가했습니다.

독일 ST애널리틱스의 미사일 및 위성전문가인 마커스 실러 박사도 28일 자유아시아방송(RFA)에 석유추진제 방식은 하이드라진 방식보다 로켓이 산화하면서 뿜어내는 힘인 '추력'이 더 크다고 말했습니다.

그래서 같은 크기의 로켓을 발사할 때 석유추진제 방식이 하이드라진 방식보다 더 많은 탑재물을 실고 우주로 날아갈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실러 박사: (석유추진제 방식은) 운영하는 것이 좀더 어렵지만 더 많은 탑재물을 더 높은 궤도까지 실고 올라갈 수 있는 더 좋은 성능을 갖고 있습니다.

한국 통일연구원의 홍민 선임연구위원도 28일 자유아시아방송(RFA)에 해상도가 높은 정찰위성은 중량이 많이 나간다며 북한으로서는 이를 위해 추력이 큰 석유추진제 방식을 도입한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홍민 연구원: 북한의 지난 1호기 때 위성체의 크기가 300kg 으로 추정됩니다. 그런데 300kg의 위성체 해상도는 조잡합니다. 최소 1톤 이상의 위성체 크기가 되어야 해상도가 좋습니다. 그럴려면 그것을 떠받치는 추진체의 추력이 확보되어야 하구요. 북한은 향후 인공위성 위성체 크기를 크게하고 거기에 맍는 추진체의 추력을 확보하기 위해 석유추진제를 사용한 가능성이 높다고 봅니다.

실러 박사는 북한이 이번에 처음 사용한 석유추진제 방식 기술은 러시아로부터 받았을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습니다.

북한이 이전에 석유추진제 방식을 이용한 엔진시험을 했다는 것을 들어본 적이 없다는 게 그 이유였습니다.

실러 박사: 다른 국가와 회사들은 석유추진제 엔진방식 시험을 최소 100여번은 합니다. 그런데 북한이 이 시험을 했다는 것을 들어본 적이 없습니다. 러시아가 기술 지원했을 겁니다. 최근 북한과 러시아가 친밀해지면서 가능성이 커지고 있는데 부품 중 러시아로 된 표기들을 발견한다면 놀랄 일이 아닐 겁니다.

제프리 루이스 미들베리 국제연구소 동아시아 비확산센터 교수는 28일 자유아시아방송에 지난해 9월 김정은 북한 총비서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을 러시아 우주기지에서 만나 같이 둘러본 로켓이 석유추진제 방식을 사용하고 있다며 러시아가 북한에 이 기술을 제공했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하지만 이 기술로 로켓을 제조하는 과정에서 구조적 결함이나 통제상실로 이번에 공중에서 폭파했을 것이라고 루이스 교수는 추정했습니다.

실러 박사는 우주 로켓은 기술적으로 복잡하기 때문에 러시아로부터 좋은 엔진 기술을 받았다고 해도 이것을 새 로켓에 통합하는 데 위험이 따른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석유추진제 방식이라는 새 엔진에 맞게 로켓의 연료탱크, 연결선 등이 다 새로와야 되기 때문에 이번에 북한이 발사한 위성발사체는 새로운 디자인이거나 러시아 디자인일 가능성이 높다고 밝혔습니다.

이런 가운데 네덜란드 델프트 기술대학교 항공우주공학 마르코 랭브룩 교수는 28일 자유아시아방송(RFA)에 북한이 지난해 11월에 발사한 정찰위성 '만리경 1호'는 현재 궤도를 돌며 잘 운용되고 있는 같다고 밝혔습니다.

랭브룩 교수는 지난 2월 '만리경 1호'가 고도를 높이는 엔진 점화를 한 후 지금까지 다시 고도 상승을 위한 추가 엔진점화 활동은 관측되지 않았다고 밝혔습니다. 하지만 고도를 올리기 위해 수개월 내 다시 엔진 점화를 할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습니다.

한편, 미 국무부는 28일 정례기자회견에서 불법적인 탄도미사일 프로그램에 사용되는 동일한 기술을 이용한 북한의 지난 27일 정찰위성 발사를 규탄한다고 밝혔습니다. 이 발사는 다수의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결의 위반이라고 지적했습니다.

에디터 박정우, 웹팀 한덕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