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제품 등 반입 금지” 북, 중서 철수하는 노동자에 ‘담보서’ 요구
2023.11.28
앵커: 북한 당국이 중국에서 철수하는 소환 노동자들에게 담보서를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북한으로 가지고 갈 물건에 남한이나 미국 상표가 부착된 물품 등이 없다고 담보해야 한다는 지적입니다. 북한 내부소식, 김지은 기자가 보도합니다.
중국에 파견되었던 북한 노동자들이 최근 철수하고 있는 가운데 북한 당국이 소환대상자들로부터 담보서(각서)를 받고 있습니다.
중국 료녕성 단동시의 한 현지인 소식통(신변안전 위해 익명 요청)은 23일 “북조선으로 소환(철수)되는 대상은 회사가 내놓은 담보서에 서명해야 한다”면서 “만약 가져갈 물건에서 금지품이 나오면 본인이 책임지겠다는 담보”라고 자유아시아방송에 전했습니다.
소식통은 “해당 담보서는 단동 주재 북조선 영사부에서 단동시와 동강시에 파견된 북조선 회사들에 일제히 보낸 것으로 안다”면서 “이에 각 회사에서는 곧 철수할 소환대상자들에게 해당 담보서에 본인 이름과 수표(서명)를 하라고 강요하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또 “담보서의 반입금지 품목에는 ‘따로 붙이는 짐에 괴뢰서체 상표가 붙거나 괴뢰물건짝, 비키니 수영복, 외국글자가 란잡하게 씌여진 피복류, 진바지, 폭죽을 비롯한 폭발물, 극약 및 마약, 무선조종비행체, 마킨토쉬콤퓨터, 반도체라지오가 달린 록음기, GPS기능이 달린 기재, 록화기 등이 적혀있다”고 덧붙였습니다.
이어 “더 기막힌 것은 ‘앞끝 바닥 두께가 2cm 이상인 신발, 직발기(머리를 곧게 펴주는 기계) 및 직발약, 각종 군용품, 흉기로 이용될 수 있는 기재, 미국, 괴뢰기발(태극기)이 형상된 상표가 달린 물건, TV, 피아노, 전열제품(전기밥가마 제외), 담배 3막대기 이상, 무역화물, 식료품(건식료품, 통졸임, 술 제외)을 금지품으로 지정했다”고 설명했습니다.
그러면서 “소환대상은 담보서에 ‘만일 이를 어기는 경우 본인이 전적으로 책임진다는 것을 담보합니다. 주체 112(2023)년 월 일’ 아래에 본인 이름을 쓰고 수표(서명)해야 한다”며 “중국에서 마음대로 사고파는 일반 상품이 조선에서는 쓸 수 없다”고 언급했습니다.
이와 관련 중국 길림성 훈춘시의 한 현지인 소식통(신변안전을 위해 익명 요청)은 24일 “요즘 훈춘(북-중 경제개발구)에 파견되었다가 철수하는 북조선 노동자들은 담보서를 작성해야 한다”면서 “(지난 8월 이후) 1차로 철수한 노동자들의 짐에서 금지된 물품이 많이 나왔기 때문에 당국이 담보서를 지정해 작성하라고 지시한 것으로 안다”고 설명했습니다.
소식통은 “지난 9월까지 중국에 파견되었던 북조선 노동자 3천 여 명이 1차로 소환(철수)된 것으로 안다”면서 “하지만 1차 소환된 사람들이 북조선에서 금지하는 물품을 가지고 간 것이 문제가 되어 2차 소환부터 담보서를 작성하라는 지시가 내려진 것”이라고 지적했습니다.
또 “북조선 당국은 남한 상품과 미국산 물품을 가장 먼저 금지품목으로 지정했다”면서 “중국에서는 누구나 한국산과 미국산을 제일 선호하는데 북조선 당국은 최상의 품질을 자랑하는 남한과 미국산을 배척하도록 조직적으로 강요하고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이어 “하지만 노동자들은 5년 만에 돌아가지만 번 돈도 적고 금지된 짐을 다 빼고나면 갖고 갈 짐이 별로 없을 것”이라면서 “하지만 공장 사장이나 간부들은 트럭에 실어도 넘쳐날 정도로 짐이 많은데다 대부분 한국산과 미국산이어서 밀수로 들여갈 것”이라고 주장했습니다.
그러면서 “못사는 나라(북한)에서 안 된다는 게 왜 그리 많은지 이해할 수 없다”면서 “머리카락을 곧게 펴는 직발기(매직기)와 직발약(매직약)은 일반 생필품인데 왜 금지하는 것인지, 진바지(청바지)에는 무슨 사상이라도 묻어 있는지 묻고 싶다”고 말했습니다.
소식통은 “담보서는 남한에 대한 적대감정을 조장하는 괴뢰서체, 괴뢰물건짝이라는 표현이 있다”면서 “이를 보면 북조선 당국이 통일을 하자는 것인지 의심이 들기도 하고 또 자기(김정은과 고위 간부)들은 TV나 피아노, 마킨토쉬(애플)컴퓨터를 쓰면서 인민은 수영복, 반도체 라지오, 녹음기조차 쓰지 못하게 한다는 게 어처구니가 없다”고 덧붙였습니다.
에디터 양성원, 웹팀 이경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