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외교역량 부족해 ‘북중러 밀착’ 단기성과 난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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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북한이 전승절 열병식 등을 계기로 중국·러시아와 3국 공조 강화를 시도하고 있지만 부족한 외교역량 때문에 목적을 달성하기는 어려울 것이란 분석이 제기됐습니다. 서울에서 홍승욱 기자가 보도합니다.

지난달 말 한국전쟁 정전협정체결일, 이른바 ‘전승절’ 70주년을 기념해 평양 김일성 광장에서 대규모 야간 열병식을 개최한 북한.

리훙중 중국 전국인민대표대회 상무위원회 부위원장과 세르게이 쇼이구 러시아 국방장관이 김정은 북한 노동당 총비서와 함께 주석단에서 열병식을 지켜보며 3국 간 밀착을 과시했습니다.

이와 관련해 한국 국가정보원 산하 국가안보전략연구원의 성기영 책임연구위원은 9일 자유아시아방송(RFA)에 이른바 ‘탈냉전’ 국제질서 속에서 해체됐던 북·중·러 동맹 재구축을 노리는 움직임으로 볼 수 있다며, 북한이 이번 열병식을 계기로 외교적 고립을 탈피하려 시도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특히 우크라이나를 상대로 전쟁을 하고 있어 재래식 무기 및 병력 지원이 절실한 러시아, 그리고 러시아로부터 개발 중인 미사일 체계 원천기술과 핵탄두 소형화 기술을 제공받고자 하는 북한의 이해관계가 서로 맞아 떨어지는 상황이라는 것입니다.

성기영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책임연구위원: 북·중 관계에 비해서는 서로 주고받을 것들이 많지 않은 상황이었는데 우크라이나 전쟁이 터지면서 그런 상황이 빠르게 바뀐 것입니다. 러시아는 러시아대로 전쟁이 장기화하면서 군수 지원이 절박하니까 단기적으론 북·러 간에 이해관계가 일치하는 측면이 있습니다.

성 책임연구위원은 다만 3국 밀착을 노린 북한의 노력이 단기간에 성과를 거두기는 어려울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북한 스스로 삼각 연대를 주도적으로 이끌 외교적 역량을 갖추지 못했다는 것입니다.

또 한·미·일 간 안보협력 확대가 북·중·러 연대 복원 계기를 제공하는 것으로 보는 일부의 시각에 현실과는 거리가 있으며, 한·미·일과는 달리 북·중·러 3국 간 외교적 이해관계는 완전히 일치하진 않는다는 진단을 내놓았습니다.

미국과의 패권 경쟁을 목표로 하는 중국으로선 러시아의 팽창주의와 북한의 군사모험주의가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고, 유관국들의 지지를 받고 있는 한·미·일과는 달리 북·중·러 연대 복원을 환영하는 국가들이 거의 없다는 지적입니다.

따라서 북한으로서는 북·러 관계와 북·중 관계 간 긴장국면을 적절히 활용하면서 단기적으로 상대적인 이익을 취하는 것이 현재로선 유일한 선택지라고 분석했습니다.

지속적인 의혹을 받고 있는 북·러 간 무기 거래 가능성과 관련해 국제사회의 추가 제재가 이뤄질 가능성도 제기됐습니다.

성 책임연구위원은 오는 18일 미국에서 정상회담을 가질 한·미·일 3국이 북한의 대러시아 무기 거래를 논의하면서 이 문제가 향후 유엔에서도 비중 있는 의제로 다뤄질 수 있다고 내다봤습니다.

또 코로나 이후 국경 개방을 준비하고 있는 북한이 러시아와의 무기 거래를 노골화하고 대러·대중관계 강화를 외교전략 전면에 내세우면서 한반도 주변의 안보 불안정이 당분간 커질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지난달 월북한 미군 병사 송환 문제를 계기로 미북 대화가 이뤄질 수 있다는 분석도 나왔습니다.

성 책임연구위원은 해당 병사의 송환 문제를 빌미로 북한이 대미 접촉을 재개할 가능성이 있다면서, 다만 과거 북한이 미국을 상대로 벌인 ‘납치 외교’ 전례와 같이 자진 입북이었다는 점을 대미 비난 소재로 충분히 활용한 뒤에야 유리한 시기에 맞춰 접촉을 시도할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한편 한국 내 북한 외교관 출신 인사들은 미군 병사 월북 사건 직후 자유아시아방송(RFA)에 “북한에 강력한 대미 외교 지렛대가 생겼다”며 이번 일이 북한 측에 호재로 작용할 것으로 전망한 바 있습니다.

에디터 양성원, 웹팀 김상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