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성심이 밥 먹여주나” 북 주민 연이은 주민강연회에 냉담

서울-김지은 xallsl@rfa.org
2022.09.21
“충성심이 밥 먹여주나” 북 주민 연이은 주민강연회에 냉담 9월 들어 전국에 배포된 북한 강연자료 표지사진.
/RFA Photo

앵커: 북한당국이 흩어진 민심을 다잡기 위해 안간힘을 다하고 있다는 소식입니다. 민심 결집을 위해 연이어 주민강연회를 조직하고 있지만 주민들의 당에 대한 불신은 갈수록 커지고 있다고 현지소식통들은 밝혔습니다.

 

북한 내북소식 김지은 기자가 보도합니다.

 

평안북도의 한 주민소식통은 16일 “이 달 들어 당과 지도자의 위대성을 강조하는 주민강연회가 매주 화요일마다 전국적으로 개최되고 있다”면서 “생계난으로 인해 날로 차가워지는 민심을 되돌리기 위해 수령과 당을 위해 충성을 다하라는 사상교육을 연이어 계속하는 것”이라고 자유아시아방송에 전했습니다.

  

소식통은 “이달에 전국 각 지역에 배포된 (주민)강연제강은 세가지이다”라면서 “간부 및 군중대상 강연자료로 ‘우리 공화국은 령도자와 인민이 하나의 사상의지로, 혈연의 정으로 굳게 뭉친 위대한 나라이다’와 ‘온 사회에 아름답고 고상한 도덕기풍을 철저히 확립할 데 대하여’라는 제목의 강연제강이 배포되었다”고 지적했습니다.

  

소식통은 또 “당원과 근로자 대상 강연제강은 ‘국기와 국가를 사랑하고 숭엄하게 대할데 대하여’라는 제목으로 되어 있다”면서 “강연의 주된 목적은 당과 수령을 위해 충성을 바치는 것이 곧 조국을 위한 애국이라고 강조하는 것”이라고 덧붙였습니다.

  

소식통은 이어서 “강연에 참가한 사람들은 당원과 일반 주민을 가릴 것 없이 강연회장에서 졸거나 잡담을 하면서 시간을 때우고 있다”면서 “중앙당에서 먹고 살기 어려워 고통받는 주민들의 생계대책을 내놓을 생각은 안 하고 무조건 당과 지도자에 대한 충성심만 요구하고 있으니 누군들 그 선전에 귀를 기울이겠냐”고 반문했습니다.

  

소식통은 “이 같은 분위기를 알아차린 당국에서는 그동안 주로 연단에 나선 강연자가 강연제강을 낭독하며 내용을 전달하던 방식에서 벗어나 전체 참가자들에게 강연 내용을 필기하게 하고 단위별, 조직별로 문답식 토론을 진행해 참가자들에 강연내용을 강제로 주입시키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이와 관련 양강도의 한 주민소식통은 같은 날 “올해 9월 9일은 공화국창건 74주년이 되는 날이어서 이 달 들어 주민 대상 사상선전이 어느 때 보다 강하게 전개되고 있다”면서 “매주 열리는 주민강연회에서 국가와 국기, 국가상징(국장) 등을 숭엄하게 대하라는 내용이 강조되고 있다”고 자유아시아방송에 전했습니다.

  

소식통은 “우리(북한) 공화국의 발전행로에서 이룩된 기적적 승리들은 무엇을 말해주는가’라는 내용의 강연회에서는 군사강국의 징표, 국가의 강대성은 령토의 크기와 인구수, 군사력과 경제력에 있는 것이 아니라 령도자와 인민이 하나의 사상의지로 굳게 뭉쳐서 발생하는 위대한 힘에 있다고 주장했다”고 설명했습니다.

  

소식통은 또 “강연자는 ‘과거 세계 륙지(육지)면적의 6분의 1을 차지하고 인구수도 세계에서 손꼽힐 정도였던 쏘련이 하루 아침에 무너졌다’며 로씨야(러시아)를 걸고 들었다”면서 “군사력과 경제력이 높아도 령도자와 인민이 하나의 혈연으로 뭉치지 못하면 큰소리 한번 쳐보지 못하고 붕괴된 쏘련처럼 된다며 열을 올렸다”고 증언했습니다.

  

소식통은 이어서 “진행자는 열변을 토하는데도 참가한 주민들의 반응은 냉담했다”면서 “당장 내일 먹을 식량도 해결하지 못했는데 당과 최고지도자에 무조건 충성하라는 선전을 순순히 받아들일 수 있겠냐”고 지적했습니다.

 

기자 김지은, 에디터 오중석, 웹팀 김상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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