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인도 김정은 품에 살고 싶어한다’ 북 당국의 허풍

서울-김지은 xallsl@rfa.org
2025.01.31
‘중국인도 김정은 품에 살고 싶어한다’ 북 당국의 허풍 북한이 새로 조성한 살림집
/연합뉴스

앵커: 북한 당국은 최근 강연회에서 중국 사람들이 ‘김정은 령도자의 품에 살고 싶다’는 현수막을 내걸었다고 주장했습니다북한의 신의주 수해 복구를 보고 부러움에 이런 행동까지 했다는 주장입니다북한 내부 소식김지은 기자가 보도합니다.

 

북한 당국은 필요에 따라 사실을 부풀리거나 편집해 선전에 이용해 왔습니다그러나 최근 당국의 선전은 외부 정보를 잘 모르는 일반 주민도 신뢰하기 힘든 수준인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평안북도의 한 주민 소식통(신변안전을 위해 익명 요청) 26 “요즘 당에서 중국 사람들이 우리(북한)식 사회주의의 우월성과 불패성에 매료되어 있다고 선전한다”면서 “하지만 이런 선전을 그대로 믿는 주민은 거의 없다”고 자유아시아방송에 전했습니다.

 

소식통이 전한 선전 내용은 1월 초 진행된 강연에서 나온 것으로 강연의 내용은 수해 복구된 신의주 살림집에 대한 찬양이었습니다당국은 강연회에서 “지난해 신의주를 마주한 중국의 압록강 하류 주민 지역도 큰물 피해를 입었으며 이곳에 사는 중국 사람들이 신의주 수해 지역의 천지개벽을 목격하고 부러움을 금치 못하고 있다”고 주장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소식통은 특히 “중국 사람들은 130여 일간의 수해 복구에서 제방이 뻗어 나가고 현대적인 살림집들이 쭉쭉 솟구쳐 오르는 조선을 보았다”면서 “이에 ‘우리도 위대한 김정은 령도자님의 품속에서 살고 싶습니다’라는 현수막을 내걸었다는 주장도 이어갔다”고 전했습니다.

 

그러나 강연에서 당국의 주장을 그대로 믿는 주민들은 거의 없었다고 밝혔습니다.

 

당시 강연회에서 현수막을 보여주지 않았고 연사가 제강내용을 구두로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소식통은 “새집에 입사한 주민들은 하루에 물전기 각각 1시간씩만 공급돼 냉동방에서 사는데 누가 부러워하겠냐”고 반문했습니다신의주 강가에 건설된 수해민 주택은 전기식 난방취사 설비를 갖췄다고 선전했지만 입사 이후 일주일만 24시간 물과 전기를 정상적으로 공급했다는 겁니다소식통은 입사 일주일 이후에는 “물은 하루 24시간 중 1시간만전기는 밤에만 1시간 공급하고 있다”고 전했습니다.

 

북한에서 전기 공급은 지역마다 시간이 다르게 정해져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예를 들어 1지구가 7~8시까지라면 2지구가 8시부터 9시까지, 이런 방식으로 전기를 교대로 공급하는 겁니다

 

그런 상황에서 당국에서 어떤 말로 선전을 해도 “같은 시기 큰물 피해를 입은 중국 측이 며칠 만에 원상복구하고 일상을 회복하는 걸 신의주 주민들은 이미 다 지켜봤다”고 소식통은 덧붙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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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 조성된 마을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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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 내용의 선전은 자강도에서도 이뤄졌습니다.

 

자강도의 한 주민소식통(신변안전을 위해 익명 요청)은 같은 날 “요즘 당에서 중국 사람들이 조선에서 살고 싶어 한다는 내용의 선전을 한다”면서 “수해복구 광경을 보고 그런 반응을 보였다는 주장을 펴고 있다”고 전했습니다.

 

하지만 “식의주가 해결된 중국 사람들이 무엇이 부족해 조선에서 살고 싶겠냐”고 소식통은 반문했습니다.

 

특히 그는 “북한 당국이 자랑하는 신의주 강가의 수해민 주택들은 중국이 보이는 쪽만 빼고는 창을 유리 대신 비닐 박막으로 막아놓은 실정”이며 “주민들은 전기 온열식 난방 위에 연탄 등을 이용할 수 있는 온돌을 다시 설치하려고 한다”고 설명했습니다.

 

전기나 물이 거의 나오지 않는 상황에서 버틸 수 없는 주민들의 궁여지책이지만 이마저도 당국은 김정은 위원장의 배려로 내려진 ‘선물주택’이라는 이유로 초기 상태를 그대로 유지할 것을 요구하는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소식통은 보이는 것만 치중해 건설된 주택이 주민들에겐 고통이 되는 현실 속에서 당국은 중국 사람들이 ‘위대한 김정은 령도자님의 품속에 살고 싶다’는 현수막까지 내걸었다는 기가 막힌 선전만 반복한다고 덧붙였습니다.

 

북한은 지난  7 28일 북중 국경지역과 압록강 유역에 집중호우에 의한 큰물 피해가 발생하면서 12월까지 수해지역 살림집 건설 등 복구작업이 이어졌습니다

 

북한 당국은 당시 정확한 피해 규모를 공개하지 않았지만 한국 통일부는 위성사진 등을 근거로 평안북도의 신의주·의주 지역과 자강도, 양강도의 홍수 피해가 심각했다며 200채가 넘는 집들이 있었던 마을이 통째로 사라지는 등 최소 수백 명의 사상자가 발생했을 것으로 추정했습니다.

 

서울에서 RFA, 자유아시아방송 김지은입니다.

 

에디터 이현주, 웹편집 김상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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