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다탄두 미사일 시험”...전문가 “러시아 지원 우려”
2024.06.27
앵커: 북한이 ‘다탄두 미사일 시험’을 진행했다고 밝혔습니다. 북한이 공식적으로 ‘다탄두 미사일 시험’을 했다고 밝힌 것은 이번이 처음입니다. 한국 전문가들은 올해 북한의 ‘다탄두’ 미사일 시험이 이어질 것으로 전망했고, 러시아의 지원 가능성을 우려했습니다. 서울에서 한도형 기자가 보도합니다.
북한 관영매체인 조선중앙통신은 27일 전날 미사일 발사를 통해 “개별기동전투부 분리 및 유도조종시험”을 진행했다고 밝혔습니다.
북한 매체는 “분리된 기동전투부들은 설정된 3개의 목표 좌표점들로 정확히 유도됐다”며 “미사일에서 분리된 기만체(가짜 탄두) 효과성도 검증했다”고 주장했습니다.
북한 매체가 언급한 ‘개별기동전투부’는 하나의 미사일 본체에서 분리된 여러 개의 탄두가 서로 다른 목표를 타격할 수 있는 ‘다탄두 각개목표 재돌입체’, 즉 MIRV(multiple independently targetable re-entry vehicle)를 뜻합니다.
이는 북한이 앞서 2021년 1월 제8차 당대회에서 ‘국방력 발전 5개년 계획’을 통해 제시한 목표 중 하나로, 북한이 공식적으로 ‘다탄두 미사일 시험’을 했다고 밝힌 것은 이번이 처음입니다.
다탄두 미사일 시험을 성공적으로 진행했다는 북한의 발표에 대해 한국 합동참모본부는 27일 “기만과 과장에 불과하다”고 평가절하했습니다.
이성준 합참 공보실장은 이날 정례기자설명회에서 “다탄두가 분리되는 것은 하강단계”인데 “북한이 어제 발사한 미사일은 비행 초기단계에서 폭발했다”고 말했습니다.
또 북한의 기만적인 발표에는 “최근 우주발사체 실패 등을 포장하기 위한 의도도 있다”고 밝혔습니다. 이 실장은 북한이 ‘기만체 효과성을 검증했다’는 주장과 관련해서도 “상당한 기술적 발달이 필요한 것으로, 북한이 이 기술을 가졌는지 확인이 필요하다”고 말했습니다.
장영근 한국국가전략연구원 미사일센터장은 27일 기자들에게 보낸 분석글을 통해 “북한의 시험이 170~200km 반경 내, 즉 대기권 내에서 이루어진 것으로 추정된다”며 “아직 실제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에서 요구되는 고도에서 충분한 유도제어 능력을 갖춘 MIRV 시험을 모사한 것으로 보기 어렵다”고 평가했습니다.
장 센터장은 이어 “기본적으로 북한이 개발한 화성-17,18형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에 탑재할 MIRV 능력을 확보하기 위해 저고도에서 개발 중인 PBV(후추진체)의 유도제어시스템의 기술 능력을 검증하는 것이 (이번 시험의) 1차적 목표로 보인다”고 밝혔습니다.
장 센터장은 이날 러시아의 기술지원 가능성을 묻는 자유아시아방송(RFA)에 “탄두 대기권 재진입 등 매우 민감한 기술 이전까지는 어려울 것”이지만 “PBV(후추진체)의 유도제어 관련 기술 이전 등은 큰 문제가 없을 것”이라고 답했습니다.
이와 함께 장 센터장은 “북한도 이번 시험을 놓고 ‘다탄두 미사일 기술을 완성했다’고 주장하지는 못할 것”이라며 올해 추가로 ‘다탄두 미사일’ 시험을 진행할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습니다.
장영근 한국국가전략연구원 미사일센터장: 어떻게 보면 그게 마지노선이라고 생각하거든요. 핵탄두의 재진입 기술이라든가 예를 들면 굉장히 민감한 기술들이 있잖아요. 그 정도까지 주면 나중에 상당히 논란이 될 수 있고 다만 지금 후추진체 기술 같은 건 이전에 문제가 없을 것입니다. 이런 것은 아마도 러시아 기술을 받을 가능성이 많아요.
이번 시험의 실패, 성공 여부를 따지는 것보다 북한이 공식적으로 MIRV 개발을 시작한 것이 중요하다는 분석도 제기됐습니다.
권용수 국방대 명예교수는 27일 자유아시아방송과의 통화에서 “무기로서 효과성을 가지려면 탄두의 안전성, 생존성이 보장되어야 하는데, 이를 위해 가장 중요한 것이 MIRV”이라며 “북한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이 실질적인 무기체계로서의 위협에 가까워지고 있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권 명예교수는 미사일 추진체 역량, 탄두 소형화와 경량화, PBV, 정밀유도 기술 등 각 요소부분들이 매끄럽게 연결되어야 하는데 이들을 통합, 조합하는 데에는 복잡한 기술이 요구된다며, “이 부분 등과 관련한 러시아의 자문이 이루어질 수 있다”고 밝혔습니다.
권 명예교수는 “러시아가 자신들의 무기체계 개발 과정에서 얻은 지식과 경험을 북한에게 제공한다면 우리가 예측하는 것보다 훨씬 빨리 북한의 MIRV 기술이 성숙될 수 있다”고 경고했습니다.
권용수 국방대 명예교수: 북한이 공식적으로 MIRV를 개발하기 시작했다는 데 우리가 주목을 할 필요가 있을 것 같아요. 실제 무기체계에 대한 (러시아의) 자문 이런 것들을 많이 오고갈 것 같아요. 그러면 그게 마치 자신들이 시험발사한 것과 같은 효과를 얻을 수 있게 되겠죠. 무서운 거예요. 우리가 예측하는 것보다 훨씬 빨리 MIRV에 대한 기술이 성숙되고 빠른 시간 내 획득이 될 것 같아요.
이와 함께 권 명예교수도 장 센터장과 같이 북한이 계속해서 다탄두 미사일 시험을 할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권 명예교수는 “북한이 일단 고체연료 미사일을 갖고 (수직에 가까운) 초고각 발사가 아닌 방식으로, 약 1,000km까지 사거리를 늘려나가면서 시험을 진행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에디터 양성원, 웹편집 한덕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