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당국 “당 깃발 대신 국기 들어라”
2025.01.09
앵커: 최근 북한 당국이 주요 회의나 행사, 모임에서 노동당 당 깃발이 아닌 국기만 사용할 것을 지시했습니다. 주민들 속에서 노동당이 신뢰와 인기를 잃고 있기 때문이라는 지적입니다. 북한 내부소식, 안창규 기자가 보도합니다.
북한에서 진행되는 회의나 행사, 모임을 보면 지도자를 찬양하는 각양각색의 구호와 선전용 그림이 많이 난무 합니다. 깃발도 많이 등장하는데 과거에는 국기가 아닌 노동당기가 대부분이었습니다.
함경북도의 한 주민 소식통(신변안전 위해 익명요청)은 7일 “최근 모든 회의와 행사, 모임에서 당 기발 대신 국기만 보인다”며 “의아하게 생각했는데 며칠 전 당국의 지시에 따른 것임을 알게 되었다”고 전했습니다.
소식통은 “새해를 앞두고 기업소에서 정치 행사 관련 지시를 포치하면서 행사장에 국기만 들고 입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며 “행사에 참가해 내 옆에 선 초급당비서에게 조용히 물어봤더니 당국의 지시가 있었다고 말했다”고 설명했습니다.
“지금까지 전국에 김정은이자(이) 곧 노동당이고, 노동당이자(이) 곧 김정은이라는 인식이 퍼져있었다”며 “월급과 가끔 주는 식량, 명절 공급 같은 것도 다 김정은과 노동당이 주는 혜택이고 배려였다”고 말했습니다.
“이는 개인의 견해나 생각이 아니라 당국의 사상교육 내용”이라며 “각종 회의나 행사, 모임 장소에 가면 노동당기가 가득 나부꼈고 길거리에도 당기가 장식돼 있었다”고 덧붙였습니다.
그는 “그렇게 수십 년간 수령이 제일이고 노동당이 제일이라고 강조하더니 최근 갑자기 국가의 중요성을 강조하면서 국기가 대접을 받고 있는데 이런 상황이 아직은 많이 낯설다”고 언급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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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와 관련 양강도의 다른 한 주민 소식통(신변안전 위해 익명요청)은 8일 “요즘 어느 행사나 모임을 불문하고 당기가 사라졌다”며 “노동당에 대한 주민들의 불만이 반영된 결과인 것 같다”고 밝혔습니다.
소식통은 “새해를 맞아 진행된 정치 행사도, 지난 12월 말 진행된 수해피해지역 주택 준공식 행사 때도 당기는 없이 국기만 있었다”며 “보고와 토론에서는 피해지역에 번듯한 일떠선 새 집에는 김정은과 당의 은덕이 깃들어 있다고 말했지만 정작 당기는 하나도 보이지 않았다”고 설명했습니다.
그는 “당국의 지시가 없이 회의나 행사장에 당기가 없어지고 국기가 등장하는 상황이 절대 있을 수 없는 만큼 그 어떤 내부 조치가 있은 게 분명하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그 이유는 명백하다”며 “나라가 생겨 지금까지 모든 것을 당이 좌지우지했지만 경제, 인민생활 등 결과는 매우 처참해 주민들속에서 빈말만 해온 노동당에 대한 인식이 좋지 않기 때문이 아닌가 생각한다”고 덧붙였습니다.
소식통은 “요즘 국가와 국가에 대한 충성이 부쩍 강조되고 있는데 그렇다고 당의 지위나 역할이 달라진 것이 아닌 만큼 이는 주민들을 기만하는 하나의 술책”이라고 주장했습니다.
서울에서 RFA 자유아시아방송 안창규입니다.
에디터 양성원, 웹편집 김상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