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주민들, ‘러시아에 간 군인들 누구와 싸우나’ 의문
2025.01.21

앵커: 최근 북한 군인들이 러시아에 파병된 사실이 북한 내부에 알려지면서 주민들이 의문을 제기하고 있습니다. 이들이 과연 누구와 싸우는가 하는 것입니다. 북한 내부소식, 안창규 기자가 보도합니다.
북한군의 러시아 파병이 구체적으로 보도된 건 지난해 10월입니다. 같은 달 13일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화상연설에서 북한군 러시아 파병설을 제기했고 그 달 18일 한국 국가정보원도 북한 군 선발대가 러시아 수송함으로 러시아로 이동했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최근 부상당한 북한군 2명이 우크라이나에 포로로 잡힌 사실도 전해졌지만 북한 당국은 여전히 주민들에게 파병 사실을 공개하지 않고 있습니다. 하지만 북한 내부에 관련 소식이 서서히 확산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함경북도의 한 주민 소식통(신변안전 위해 익명요청)은 19일 “최근 당국이 공개하지 않은 러시아에 파견된 군인들에 대한 이야기가 주민들의 관심사가 되고 있다”며 “핵심은 우리의 적이 과연 누구인가 하는 것”이라고 전했습니다.
소식통은 “엊그제 친구 셋이 모인 자리에서 러시아에 파견된 군인들에 대한 이야기가 나왔다”면서 “러시아에 파견되었으면 우크라이나 전쟁에 나간 건데 그러면 우크라이나와 싸우는 게 아닌가, 왜 우리가 우크라이나와 싸워야 하는가 하는 내용이 핵심이었다”고 설명했습니다.
그는 “당국은 8.15해방후 나라를 분열(분단)시킨 것도, 6.25전쟁을 일으킨 장본인도 미국이고 우리가 지금처럼 경제적 어려움을 겪는 것도 다 미국 때문이라고 선전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소식통은 “미국은 우리와 한 하늘을 이고 살 수 없는 철천지 원수이고 만약 우리가 싸우게 된다면 미국과 싸우게 될 것이라며 미국에 대한 적개심(적대감) 고취에 몰두해왔다”고 덧붙였습니다.
“그런데 군인들이 우크라이나 전쟁에 나갔으니 사람들이 왜 우리의 적이라고 하는 미국이 아니라 애꿎은 우크라이나와 싸우는지 의아해 한다”이라고 소식통은 언급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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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와 관련 양강도의 다른 한 주민 소식통(신변안전 위해 익명요청)도 20일 “군인들이 러시아에 파견되었으면 우크라이나 전쟁에 나간 게 분명하고 미국이 아니라 우크라이나와 싸우는 건데 이에 대해 사람들이 의문을 갖는다”고 전했습니다.
소식통은 “최근 신문, 방송을 보면 우크라이나를 괴뢰라고 하는데 당국의 지시가 있은 게 분명하다”며 “왜 갑자기 우크라이나를 괴뢰라고 부르는지, 언제부터 우크라이나가 우리의 적이 됐는지 정말 궁금하다”고 설명했습니다.
그는 “당국이 강조해 온 우리의 첫째가는 적은 미국이었다”며 “당국의 논리대로라면 우리 군인들이 미국과 싸우기 위해 전쟁터에 갔어야 하는데 현실은 우크라이나와 싸우기 위해 갔다면서 사람들이 쉬쉬하고 있고 나 자신도 이해되지 않는다”고 말했습니다.
소식통은 일부 사람들이 ‘우리 적은 과연 누구인가?’ ‘왜 우리의 적이 하나 더 늘었는가’라고 하는데 “결국 당국이 교육하고 선전해온 미국 중심의 대적관이 흔들리고 있는 상황”이라고 지적했습니다.
서울에서 RFA 자유아시아방송 안창규입니다.
에디터 양성원, 웹편집 이경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