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병 북한군 시신서 망가진 수류탄 나와”

워싱턴-박재우 parkja@rfa.org
2024.12.30
“파병 북한군 시신서 망가진 수류탄 나와” 2013년 3월 6일, 북한 군인들이 중국 국경 도시 단둥 맞은편 신의주의 압록강 유역에서 수류탄을 던지는 연습을 하고 있는 모습.
/로이터 통신

앵커: 러시아 쿠르스크 지역에서 파병된 북한군과 교전한 우크라이나 군인은 자유아시아방송에 북한군의 시신에서 전투식량과 무전기 같은 필수품은 찾아볼 수 없었고, 망가진 수류탄이나 담배, 라이터 등만 발견됐다고 증언했습니다. 박재우 기자가 직접 들어봤습니다.

 

우크라이나 제8특수작전연대 미하일로 마카루크(Mykhailo Makaruk) 작전 하사는 지난 27일 자유아시아방송(RFA)과의 인터뷰에서 쿠르스크 지역에서 사망한 북한 병사들을 수색했다고 증언했습니다.

 

현재 그는 작전 교대 후 전투지역을 떠나 후방에서 임무를 수행하고 있습니다.

 

앞서, 존 커비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국가안보소통조정관은27일 화상 브리핑에서 지난 한주 동안만 북한군 약 1천명 이상의 사상자가 발생했다고 밝혔습니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도 지난 23일 북한군 3천명 정도가 사상했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마카루크 하사는 사망한 북한 병사들을 수색한 결과 그들이 사용하고 있는 무기와 보급품을 확인할 수 있었다며 상당히 열악한 상황이라고 밝혔습니다.

 

구식 무기로 싸우는 북한 병사들

 

마카루크 하사는 북한 병사들은 주로 소련 시대의 무기와 보급품을 사용하고 있다며  12일간 전선에 배치되었지만 최신 장비는 전혀 없었고, 오로지 구식 소련제 무기에 의존하고 있었다고 말했습니다.

 

[마카루크 하사] 북한 병사들이 사용하는 소총이 대부분 오래된 칼라시니코프 소총(AK-47)이며, 무전기와 같은 현대적 장비는 거의 찾아볼 수 없었습니다. 그들의 시신에서 무전기가 발견되면 보물찾기에서 성공한 것처럼 여겨집니다.

 

또한 그는 북한 병사들이 착용한 칼은 실용적으로 보이지 않았고, 작은 단검 수준이라고 증언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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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리에 빨간 테이프(북한군 식별을 위한 표시)를 두른 한 북한군이 우크라이나군 무인기의 공격에 맞서 사격을 가하고 있다. /우크라이나군 특수작전군

 

전투식량 없고 망가진 수류탄·라이터만 소지

 

마카루크 하사는 북한 병사들이 러시아로부터 보급을 받았으나, 장비의 품질이 중간 이하 수준이라고 평가했습니다.

 

그는 이들의 개인 장비에는 전투식량 대신 수류탄이나 소규모 물품들이 주를 이루고 있었다고 밝혔습니다.

 

[마카루크 하사] 그들의 가방에는 전투식량이 없었습니다. 의료병들의 물품도 부실했습니다. 대신 수류탄을 소지하고 있었습니다. F-1 또는 소련식 수류탄이 아니라, 완전 망가진 RGO수류탄을 사용했습니다.

 

또한, 가방에는 러시아산 담배와 다수의 라이터가 발견되었으며, 일부는 물물교환 화폐로 사용되거나 기념품으로 보관된 것으로 보였다고 말했습니다.

 

전투군인 아닌 비전투 군인으로 기재된 신분증

 

우크라이나군은 그간 북한군이 러시아식 이름이 적힌 위장 신분증을 사용해 신원을 감추고 있다는 정황을 포착해 공개한 바 있습니다.

 

해당 신분증의 서명란에는 유일하게 다른 종류의 필기도구로 작성된 한글 이름이 자필로 적혀 있었습니다.

 

마카루크 하사는 북한 병사들의 주머니에서 발견된 신분증들은 모두 러시아어로 작성되었으며, ‘전투군인이라는 직책 대신 민간 직업을 수행하는 군인이라고 적혀 있었다고 설명했습니다.

 

다만, 그는 관련 문서와 사진을 제시하진 않아 RFA는 자체적으로 해당 주장의 진위를 확인할 순 없었습니다.

 

한편, 현재까지 북한과 러시아는 북한군 파병과 관련해서 아무런 공식 입장을 내지 않고 있습니다.

 

러시아 차르그라드티비 등 러시아 관영 매체들은 아직까지 이들이 북한출신이 아닌 투바인, 부랴트인 등 러시아 내 소수 민족이라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에디터 박정우, 웹 편집 이경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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