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핵, 생존ㆍ협상용 아닌 ‘강압용’...한국 핵잠재력 갖춰야”
2023.11.30
앵커: 북한의 핵이 생존이나 협상을 위한 것이 아니라 ‘강압’에 목표가 있기 때문에 한국도 단기간에 핵무기를 보유할 수 있는 능력, 핵잠재력을 갖출 필요가 있다는 주장이 제기됐습니다. 서울에서 한도형 기자가 보도합니다.
한국의 민간연구기관 세종연구소가 30일 경기 성남에서 개최한 ‘동북아 안보정세의 변화와 한미일의 전략적 협력 방향’ 2023 한미일핵전략포럼.
발표에 나선 정성장 세종연구소 동아시아협력센터장은 “북한이 단지 생존용ㆍ협상용으로 핵무기를 보유하려고 한다면 50~60개만으로도 충분하겠지만 북한은 이 수준을 훨씬 넘어서서 핵전력을 강화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그러면서 “한미일은 북한이 한반도와 동북아에서 현상을 타파하고 미국의 핵우산을 약화시키며 그들의 요구를 강압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평가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랜드연구소와 아산정책연구원은 지난 8월 ‘한국에 대한 핵보장 강화 방안 보고서’를 통해 북한이 현재 최소 180개의 핵무기를 보유하고 있으며 2030년 최대 300개 핵무기를 보유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한 바 있습니다.
정 센터장은 또 북한이 비핵국가인 한국을 대상으로 전술핵무기 공격 훈련을 실시하고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능력의 급속한 고도화를 추구하는 것도 북한의 핵무기가 생존ㆍ협상용의 수준을 넘어서는 것을 의미한다고 분석했습니다.
정 센터장은 이런 상황에서 북한이 핵무기를 포함해 공격을 가해올 경우 어떻게 대응할 것인지 한국과 미국의 준비 수준이 충분하지 않다고 지적했습니다.
내년 미국 대선 결과에 따라 미국의 한국 방어 의지가 지금보다 약화될 가능성도 있다며 정 센터장은 한국의 핵 잠재력 확보를 대안으로 제시했습니다. ‘핵 잠재력’(nuclear latency)은 현재 핵무기를 보유하고 있지는 않지만 핵무기 보유 결심 이후 단기간에 핵무기를 생산해낼 수 있는 능력을 뜻합니다.
정 센터장은 또 2025년까지 핵추진잠수함을 건조한다는 계획을 갖고 있는 북한에 대응하기 위해 한국ㆍ일본이 핵잠수함을 보유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제언했고 핵잠수함 건조에 상당한 기간이 소요되는 만큼 한미일 정상이 지금부터 관련 논의를 시작해야 한다고 촉구했습니다.
정성장 세종연구소 동아시아협력센터장: 일본처럼 유사시 신속하게 핵무장의 방향으로 갈 수 있는 핵 잠재력을 확보하는 것은 반드시 필요하다고 봅니다. 한국은 미국과의 정상회담을 통해서 사용후 핵연료의 재처리와 우라늄 농축 분야에서 미일 원자력협정 수준으로의 한미 원자력협정 개정을 이끌어낼 필요가 있고요.

이날 또다른 발표자인 미국 다트머스대학의 대릴 프레스 교수는 “미국이 향후 10년간 중대한 재정적 제약에 직면하게 될 것이며 이는 미국이 국방비 지출과 그 책임을 줄이도록 압박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이어 이러한 상황은 “미국이 과거에 했던 만큼 앞으로 동맹국을 위해 많은 일을 할 수 없을 것을 시사한다”고 말했습니다.
대릴 프레스 교수의 설명에 따르면 현재 미국의 연간 재정적자는 GDP의 5.8%에 달하며 새로운 전쟁이나 경제위기가 발생하지 않더라도 계속 증가해 10년 후 미국의 연간 재정적자는 GDP 6.8% 수준에 이를 것으로 예상됩니다.
대릴 프레스 교수는 또 “한국 입장에서는 동맹국의 약속에 안보를 맡기는 것이 과연 합당한지 질문을 제기할 수 있다”고 언급했습니다.
대릴 프레스 다트머스대 교수: 미국은 역사적으로 매우 큰 수준의 재정적자를 갖고 있는데 이것이 지속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앞으로 국방예산은 다른 중요한 예산들과 경쟁을 할 것입니다. 미국은 계속해서 국방예산의 수준을 유지하려고 하겠지만 어려울 것입니다.
한편 이날 포럼에서는 한미일 3국이 보다 협력을 강화해야 한다는 제언이 이어졌습니다.
발표에 나선 미치시타 나루시게 일본 정책연구대학원 부총장은 북한ㆍ중국 미사일의 요격 확률을 높이기 위해 한미일 3국이 협력해 미사일 방어능력을 강화할 것, 북한ㆍ중국이 핵무기를 사용하는 다양한 시나리오를 연구하고 이에 대한 대응 계획ㆍ수단을 마련할 것을 제언했습니다.
미치시타 나루시게 부총장은 또 미국과 한국 사이, 미국과 일본 사이 각각 마련된 작전계획(OPLAN)을 한미일 3국이 한자리에서 긴밀히 조율할 것을 제안했습니다.
유명환 전 외교통상부장관은 이날 축사에서 “한미 양국의 재래식 전력만으로는 북한의 핵 위협에 대응할 수 없는 상황에 봉착했다”며 “북한의 핵 위협과 러시아와의 무기거래, 중국의 공세적 외교 등에 효과적으로 대처하는 길은 결국 한미일 3국이 공조하는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정 센터장은 “북한이 2021년 1월 제8차 당대회에서 핵ㆍ미사일 능력 고도화에 대한 목표를 제시했지만 이에 대한 한미일 간 대화가 아직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고 진단하며 공동의 중장기적 대응전략을 마련할 것을 주문했습니다.
북한은 2021년 제8차 당대회에서 ‘국방과학 발전 및 무기체계 개발 5개년 계획’(2021~2025년)을 공개하며 초대형 핵탄두생산, 극초음속 활공 비행전투부 개발 도입, 수중 및 지상 고체발동기 대륙간탄도로켓 개발, 핵잠수함과 수중발사 핵전략무기 보유, 1만5천km 사정권 타격명중률 제고 등을 핵심 5대 과업으로 제시한 바 있습니다.
에디터 양성원, 웹팀 김상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