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신년 정치행사 불참 화교들에 벌금 등 불이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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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북한당국이 새해 들어 김일성∙김정일 동상에 헌화하고 기여금을 바친 화교들에 한해서 음력설을 쇠러 중국에 가는 것을 허용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북한당국은 설날이나 김일성부자 생일 등 명절에 정치행사에 불참하는 화교들에게는 각종 불이익을 주고 있다고 현지소식통들은 밝혔습니다.

관련소식 김지은 기자가 보도합니다.

함경남도의 한 화교소식통은 10일 “요즘 함흥시에 거주하는 화교들이 음력설을 쇠기 위해 중국으로 하나 둘씩 떠나고 있다”면서 “신년 첫 행사인 동상 헌화에 참가해 기여금(화환 값)을 바친 사람에 한해서 출국비자를 받아 중국에 나갈 수 있게 된 것”이라고 자유아시아방송에 전했습니다.

소식통은 “함흥시 회상구역에 사는 한 화교는 신정 명절을 중국의 친척들과 함께 보내기 위해 출국준비를 했다가 신년 동상참배 행사에 불참하면 거액의 벌금을 내야 한다는 말에 출국을 미뤘다”면서 “이 화교는 오래전 중국으로 영구 귀국한 어머니가 병환을 앓고 있어 가서 돌봐야 하는 형편인데도 행사 불참으로 인한 불이익이 걱정되어 떠나지 못했다”고 지적했습니다.

소식통은 또 “요즘 조선에 있는 화교들은 설날이나 김일성의 생일, 김정일의 생일 등 큰 명절에 진행되는 정치행사들에 의무적으로 참가해야 한다”면서 “화교들도 북조선 주민들과 똑같이 새벽부터 김부자 동상에 헌화를 해야하고 각종 기여금을 부담해야 하며 이를 이행하지 않을 경우 여러가지 불이익을 당하게 된다”고 덧붙였습니다.

소식통은 이어서 “올해 첫날에는 함경남도 화교위원회가 단체로 김일성, 김정일의 태양동상에 꽃다발을 바치고 참배했다”면서 “일부 화교위원들은 대표로 평양까지 가서 만수대 김일성동상에 생화로 된 꽃바구니를 증정했다”고 증언했습니다.

소식통은 “조선 화교들은 해마다 춘절(음력설)이전인 연말연시에 중국에 나가 장사를 함으로써 일년 장사의 밑천을 마련하고 있다”면서 “신년 정치행사에 화교들이 대거 불참하는 사태가 반복되자 당국에서는 김부자 동상헌화 등 정치행사에 빠지는 화교들에 벌금을 매기고 각종 불이익을 주기 시작했다”고 말했습니다.

이와 관련 함경북도의 한 주민소식통은 11일 “조선 화교들은 중국을 오가며 보따리 장사를 하거나 중국 업체에 일정기간 취직해 일하는 것으로 생계를 유지하고 있다”면서 “화교들에게 장사가 제일 잘 되는 시기는 양력 설을 전후한 연말연시 무렵”이라고 자유아시아방송에 설명했습니다.

소식통은 “그런데 화교들이 연말연시에 대거 중국으로 빠져나가 국가 정치행사나 사회지원사업에서 제외되자 이를 간파한 당국에서 화교들의 정치행사 참여를 강요하기 위해 고액의 벌금을 부과하고 출국비자 발급을 제한하는 등 통제를 강화하게 된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소식통은 이어서 “청진시 포항구역의 한 화교는 오래전부터 중국을 오가며 보따리 장사로 돈을 모았기 때문에 올해에도 3만위안이라는 통 큰 충성자금을 보위부(외사과)에 바쳤다”면서 “돈을 벌려면 중국에 가야하고 중국에 가려면 보위부 외사과의 승인이 필수적이기 때문에 거금을 내놓을 수밖에 없었다”고 지적했습니다.

소식통은 그러면서 “김정은 집권 이후 각종 정치행사와 사회지원사업이 많이 제기되면서 화교들이 바쳐야 하는 현금액수도 크게 올랐다”면서 “청진시화교위원회가 해당 지역 화교들에게 신년정치행사에 불참하려면 인민폐 5천위안을 바치라고 요구해 웬만한 화교들은 신년행사참석을 마치고 뒤늦게 중국방문 길에 오르게 된 것”이라고 전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