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 RFA 10대 뉴스➄] “김정은 타도” 반북단체, 스페인 북한대사관 침입
2019.12.25
앵커: 한 해의 북한관련 뉴스를 총 정리하는 ‘RFA 자유아시아방송 10대 뉴스’ 시간입니다. 오늘 10대뉴스 다섯 번째 시간은 홍알벗 기자와 함께 합니다. 안녕하세요.
홍기자: 네, 안녕하세요.
앵커: 먼저 오늘 주제부터 알아볼까요.
홍기자: 네, 준비해온 자료를 먼저 들어 보시겠습니다.
<기자 리포트 Cut>
앵커: 홍기자, 올 한해 동안 정말 많은 일이 있었지만, 오늘 살펴볼 사건만큼 전세계를 떠들썩하게 만들었던 일도 없었던 것 같은데요. 어떤 사건이었는지 소개 좀 해주시죠.
홍기자: 네, ‘스페인 주재 북한대사관 습격사건’으로 알려진 바로 그건데요. 사건이 일어난 건 지난 2월 22일이었습니다. 스페인, 그러니까 에스빠냐 마드리드 주재 북한 대사관에 10명의 괴한들이 침입한건데요. 괴한들은 북한 공관원들을 묶고 컴퓨터와 휴대전화기를 빼앗아 달아났는데요. 사건이 발생하자 일부 언론은 이 사건의 배후가 미국 정보기관일 가능성이 크다고 했지만, 곧이어 ‘자유조선’이란 이름의 반북단체가 이 사건에 관여했다는 의혹과 주장이 나오기 시작했습니다. 이에 대해 FBI, 그러니까 미국 연방수사국은 긍정도 부정도 아닌 입장을 취했고, 미국 국무부는 이번 사건이 미국 정부와 관련이 없다고 공식 발표하기도 했습니다.
앵커: 그럼 스페인 북한 대사관 침입사건은 누가 저지른 건가요?
홍기자: 네, 앞서 언급했던 반북단체 ‘자유조선’이 이번 사건의 배후로 지목되고 있던 가운데, 한 달이 지난 3월 26일, 자유조선은 자체 인터넷 홈페이지를 통해 스페인 북한 대사관 습격 사건은 자신들이 저지른 일이라고 밝혔습니다. 그러면서, 자신들이 스페인 대사관에 들어간 것은 맞지만 ‘공격은 아니었다’면서 ‘스페인 주재 북한 대사관으로부터 초청을 받았고, 또 보도와는 달리 아무도 공관원에게 재갈을 물리거나 구타를 하지 않았다고 주장했습니다. 이와 함께, 이번 사건을 위해 자신들의 활동에 관여한 다른 정부는 없었으며 상호 기밀 유지 조건 하에 미국 연방수사국과 특정한 정보를 어떠한 대가도 없이 자발적으로 공유했다고 주장했습니다. 특히, 이들은 ‘북한 정권이 운영하는 세계 각국의 북한 대사관은 불법 마약과 무기 밀거래의 중심이라며 북한 정권은 거대한 범죄 기업’이라고 강조했습니다.
앵커: 그런데, 북한 대사관에 들어갔던 괴한들 가운데 몇 명은 체포됐다면서요?
홍기자: 네, 그렇습니다. 일단 침입했던 10명의 용의자 가운데 신원이 확인된 몇 명은 미국으로 건너가 현지 수사당국에서 조사를 받는 것으로 알려졌고, 이 때문에 스페인이 이들에 대한 범죄인 인도를 요청하기도 했습니다. 일단 알려진 용의자로는 링크(LiNK)라는 북한인권단체의 공동 설립자였던 에이드리안 홍 씨를 비롯해 샘 류라는 미국 국적자와 우 란 이 라는 이름의 한국 국적자 등 3명이 있습니다. 특히, 에이드리언 홍 씨는 지난 2016년 3월 캐나다에서 ‘북한의 인권 상황과 탈북자’를 주제로 열린 청문회에 참석해 북한은 안팎으로 그 어느 때보다 많은 압박을 받고 있다며 북한에 급격한 변화가 임박했다고 주장하기도 했습니다.
에이드리언 홍: 저는 빠르면 올해 안에 아니면 늦어도 향후 2-3년 안에 북한에 체계적이고 단계적인 변화가 아니라 급격하고 근본적인 대변혁이 발생할 것으로 판단합니다.
<프로모: 앵커> “여러분께서는 미국 워싱턴에서 전해드리는 자유아시아방송의 연말특집방송 2019 RFA 10대 뉴스를 듣고 계십니다.”
앵커: 그렇다면 자유조선이 스페인 북한 대사관을 습격한 이유나 동기는 뭘까요?
홍기자: 자유조선측은 자체 홈페이지를 통해 자신들의 입장을 표명했는데요. 우선 스페인 북한 대사관에 들어가고 그 안에서 발생했던 일련의 사건들은 ‘습격’이 아니라고 주장했습니다. ‘북한 대사관 안에서 일어났던 긴급한 상왕에 대응했던 것 뿐’이라고 설명을 했는데요. 하지만, 구체적인 침입 목적이나 동기는 밝히지 않고 있습니다. 다만, 북한 외교 전문가는 북한 대사관에 있는 비밀문서 탈취가 목적이었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습니다.
앵커: 자유조선 측은 습격이 아니라고 했지만, 당시 권총, 물론 모형이긴 하지만 총기류를 들고 침입한 것으로 알려졌는데 어떻게 된 건가요?
홍기자: 말씀하신 것처럼 북한 대사관에 침입했던 용의자들은 26유로, 그러니까 미화로 약 30달러 하는 모형 권총을 여러 개 사서 갖고 들어간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이 같은 사실은 이들에게 모형 총을 팔았던 총포상이 공개해서 알려지게 됐는데요. 이번 습격사건의 주도자로 알려진 에이드리언 홍이 모두 6정의 권총을 산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총포상에 따르면 홍 씨는 북한 대사관 습격 직전에 권총과 전투용 칼 4개, 그리고 수감과 권총 장착용 어깨띠 등을 샀습니다. 한편, 사건 발생 2달 뒤인 4월 4일 스페인 종합이리간지 엘 디이아리오 바스코는 스페인 고등법원 문서를 인용해, 스페인 주재 북한 대사관에 침입한 용의자 중 5명이 한국 여권을 가지고 있으며 적어도 3명은 미국으로 건너갔다고 밝혔습니다. 그리고 스페인 당국이 미국 당국에 이번 사건의 주도자인 에이드리언 홍 씨를 포함한 2명에 대해 인도 청구서를 보냈다고 덧붙였습니다.
앵커: 그렇다면 전세계의 이목을 집중시켰던 ‘자유조선’은 어떤 조직인가요?
홍기자: 자유조선은 지난 2017년 말레이시아에서 북한 공작에 의해 암살된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맏아들 김정남의 아들인 김한솔을 보호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 ‘천리마민방위’의 후신단체로 알려졌습니다. 천리마민방위와 자유조선의 발표문들을 주의 깊게 읽어 보면 자유조선은 해외로 탈북한 전직 북한 고위간부들로 구성된 것으로 보입니다. 사실 이들이 스페인 주재 북한대사관 성원들의 의심을 받지 않고 진입한 사실만 보더라도 이들은 북한의 내부사정을 매우 잘 알고 있으며 북한 내부에도 선이 닿아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치밀한 움직임을 보이는 조직이라고 평가할 수 있겠습니다. 이와 함께, 자신들의 인터넷 홈페이지에 올린 '우리의 존재'라는 글을 보면, 북한의 정치범 수용소 해체와 탈북민 북송 반대, 그리고 개혁·개방 등의 요구사항을 제시하고 있습니다. 그러면서 또 “자유의 명령을 거부할수록 김정은 정권은 수치를 경험하게 될 것”이라고 주장했습니다.
앵커: 그런데, 이 단체가 무슨 비자, 그러니까 여행 허가서를 발급해 판매한다는 이야기도 전해졌는데 어떤 내용인가요?
홍기자: 자유조선은 지난 3월 25일부터 인터넷 홈페이지를 통해 자유조선 임시정부 사증 20만 장의 판매를 시작했다고 발표했습니다. 사증 한 개 당 가격은 미화, 그러니까 미국 돈으로 대략 140달러입니다. 인터넷에서 주고 받는 암호 화폐로 구매해야 한다는 점도 강조했습니다. 가상화폐 전문가들은 이런 방식으로 사증을 발급하는 경우 위조, 변조도 안 되고 전 세계의 불특정 다수를 상대로 판매할 수 있다고 평가합니다. 앞서 지난 1일에는 천리마민방위라는 명칭을 자유조선 임시정부로 개칭한다고 발표했습니다. 이들은 “자유조선 임시정부는 북조선 인민을 대표하는 단일하고 정당한 조직임을 선언한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광복이라는 밝은 빛이 평양에 다다르는 날까지 인민을 압제한 자들과 맞서 싸울 것”이라고 선언했습니다. 이런 가운데, 자유조선의 활동이 국제 언론에 크게 보도되면서, 자유조선의 가상 비자 판매 개수가 25일 본격적으로 비자를 발급한지 8일 만인 4월 1일 100개를 돌파하기도 했습니다. 바로 이날 자유아시아방송이 자유조선의 비자발급 현황을 확인해 본 결과, 총 118개의 가상비자가 판매돼 미화 약 1만6천여달러의 후원금이 모였습니다.
앵커: 자유조선이나 스페인 북한 대사관 습격사건을 바라보는 밖에서의 평가는 어떻습니까?
홍기자: 지금까지 북한의 공권력에 대해 북한 동포들은 무기력하게 당하기만 해왔습니다. 너무나 강력한 독재 권력이기 때문에 감히 저항할 엄두도 내지 못했던 것입니다. 하지만 이번 사건은 유럽을 총괄하는 스페인 주재 북한대사관을 완전하게 제압하고 직원들의 탈북까지 권유한 사건으로 북한 내부에도 큰 충격을 줬을 것으로 예상합니다. 본격적인 북한 공권력에 대항하는 저항운동으로 변화될 가능성이 제기되기도 했습니다.
앵커: 마지막으로, 스페인 북한 대사관에 들어갔던 괴한, 사람들의 근황이 궁금합니다.
홍기자: 습격사건의 당사자가 어떻게 지내는지는 잘 알려지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용의자 중 한 명이며 미국 사법 당국에 구금돼 있었던 한국계 미국인 크리스토퍼 안 씨는 지난 7월 17일 보석으로 풀려났습니다.
<클로징 시그널: K-201910NEW-SGM-CLOSING>
앵커: 자유아시아방송 2019년 10대뉴스 5편, ‘“김정은 타도” 반북단체, 스페인 북한대사관 침입’ 편을 마칩니다. 내일 이 시간에는 ‘돼지열병’ 편을 보내 드립니다. 청취자 여러분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