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FA뉴스분석] ‘도발’ 말 못하는 문재인 정부

워싱턴-양성원 yangs@rfa.org
2021/10/22 14:00:00 GMT-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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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FA뉴스분석] ‘도발’ 말 못하는 문재인 정부 북한이 전날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을 잠수함에서 시험발사한 사실을 지난 20일 확인했다. 조선중앙통신은 이날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국방과학원은 19일 신형잠수함발사탄도탄 시험발사를 진행했다"고 보도했다.
/연합뉴스

앵커: 안녕하십니까. 토요일 격주로 보내드리는 ‘RFA뉴스분석’ 시간입니다. 지난 2주간 RFA 한국어서비스에서 다뤘던 굵직한 북한 소식, 영향력을 미쳤던 RFA 뉴스 보도들을 그 뒷이야기와 함께 소개해드립니다.

앵커: 양성원 기자 이 자리에 나왔습니다. 안녕하세요.

양: 안녕하십니까.  

앵커: 지난 2주간 북한 관련 뉴스들 가운데 눈에 띄는 건 지난달 수차례 미사일 시험발사에 이은 이번주 북한의 SLBM, 즉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 시험발사 소식인데요.

양: 북한은 지난 9월 한달 동안에만 4차례 새로운 미사일을 시험 발사했고 지난 19일 함경남도 신포 동쪽 해상에서 동해상으로 SLBM으로 추정되는 탄도미사일 1발을 또 발사했습니다. 한국 합참에서는 1발이라고 하는데 일본 측에서는 2발이라고 하고 아직 논란의 여지가 있는 상황인데요. 북한 측은 제대로 된 SLBM 시험발사라고 주장하지만, 아직 일부 전문가들은 물 속에서 발사된 것은 맞지만 제대로 된 잠수함에서 발사된 게 아니라 바지선 등에서 쐈을 가능성도 있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앵커: 여하간 이러한 탄도미사일 발사에 대해 미국이나 유럽연합 등 국제사회는 일제히 이를 ‘도발’로 규정하고 규탄하고 나섰는데요.

양: 그렇습니다. 앞서 미국 백악관, 국무부, 국방부는 북한의 이번 발사가 ‘도발’임을 명확히 하면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대북제재 결의 위반임도 거듭 강조했습니다. 미국과 영국 등의 요청으로 유엔 안보리가 지난 20일 이 문제를 논의하기도 했는데요. 당시 유엔 주재 미국 대표부의 린다 토머스-그린필드 대사는 이번 SLBM 발사에 대해 ‘무모한 도발(reckless provocations)’의 연속이라며 목소리를 높였습니다.

앵커: 토머스-그린필드 대사의 20일 발언을 들어보면 지금까지 미국 측 입장이 잘 정리돼 있는 것 같은데요. 간단히 핵심만 소개해주시죠.

양: 일단 북한이 올해 들어 수차례 탄도미사일을 발사했다, 그건 명백히 불법 행위다, 다시 말해 유엔 대북제재 결의에 위배되는 국제법 위반이라는 겁니다. 직접 그의 목소리를 한번 들어보시죠.

토머스-그린필드 대사: 이는 불법행위입니다. 다수의 안보리 결의를 위반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용납할 수 없습니다. (These are unlawful activities. They are in violation of multiple Security Council resolutions. And they are unacceptable.)

그는 이어 미국 뿐 아니라 국제사회, 즉 유엔 회원국 모두가 대북제재를 철저히 이행해 북한이 불법 대량살상무기와 탄도미사일을 개발하는 데 필요한 자금과 기술에 접근하는 것을 차단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앵커: 미국이 북한과 대화 의사가 있다는 점도 재차 밝혔다구요

양: 그렇습니다. 조 바이든 미 행정부 관리들은 최근 거듭 미국이 아무런 전제조건 없이 북한 측과 대화할 것을 원한다면서 이를 아주 구체적으로 제안했고, 북한에 대한 적대적 의도가 없다는 점도 분명히 밝혔다는 점을 반복해서 말하고 있습니다. 토머스-그린필드 대사의 말입니다.

토머스-그린필드 대사: 우리의 입장은 분명합니다. 북한은 안보리 결의를 준수해야 하며,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라는 목표를 위해 지속적이고 실질적인 대화를 할 것을 촉구합니다.

그는 또 미국의 대북 추가제재 가능성과 관련한 질문에 미국이 이미 제재체제를 갖추고 있지만, 대북제재 이행에 대해서 좀 더 진지해질(serious) 필요가 있다고 강조하면서 특히 현재 유엔 안보리 산하 대북제재위원회가 제대로 된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다는 평가를 내놓기도 했습니다.

앵커: 이렇게 미국 측은 북한의 계속되는 미사일 발사 행태가 국제법 위반이며 명백한 ‘도발’이라고 확실히 언급하고 있는데요. 한국 문재인 정부 장관들은 최근 ‘도발’이란 단어를 입 밖으로 꺼내지 못한다는 데 어떻게 된 일인지요?

양: 지난 21일 한국의 서욱 국방부 장관, 이인영 통일부 장관, 정의용 외교부 장관은 국회에 출석해 이번 북한의 SLBM 발사가 ‘도발’은 아니라고 평가했는데요. 서욱 장관은 한국 영공, 영토, 영해에 피해를 주지 않았으니까 ‘도발’이 아니라 ‘위협’으로 본다고 말했고, 정의용 외교부 장관은 ‘전략적 도발’ 수준은 아니다, 또 이인영 장관은 ‘북한이 핵실험을 하거나 ICBM(대륙간탄도미사일)을 발사한 건 아니지 않냐’는 식의 발언을 내놨습니다. 이인영 장관은 한발 더 나아가 북한이 미사일을 쏘긴 했지만 그래도 “대화를 탐색하는 것으로 보인다”는 나름의 주장을 내놨습니다. 이런 발언들에 대해 일각에서는 무슨 홍길동전 이야기처럼 ‘호부호형’ 못하는 상황도 아니고 ‘도발’을 ‘도발’이라 부르지 못하는 한국 장관들이 무척 딱하고 안쓰럽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습니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이렇게 한국 정부가 북한 측이 원하는대로, 혹은 시키는대로 말을 절제하고 자제한다고 해서 앞으로 북한이 핵과 미사일 관련 도발을 안할 것인가, 또 핵협상에 선뜻 나설 것인가 하면 그게 전혀 아니라는 데 문제가 있다는 겁니다.

앵커: 앞서 문재인 정부는 지난달 북한이 단거리 탄도미사일을 발사했을 때는 이를 ‘도발’이라고 명확히 규정하지 않았습니까?

양: 그렇습니다. 지난 15일 한국 정부 측은 “북한의 연속된 미사일 발사 도발에 깊은 우려를 표명한다”고 명확히 밝혔습니다. 그런데 이달 들어 앞서 말씀드린대로 입장이 바뀐 것은 북한 측이 ‘도발’이라는 단어에 무척 민감하기 때문이란 지적입니다. 앞서 김여정 북한 노동당 부부장이 ‘도발’이라는 표현을 쓰지 말라고 사실상 ‘명령조’로 말했고 최근에는 김정은 노동당 총비서까지 지난 10일 연설에서 "우리(북한)의 상용무기시험까지도 무력도발이라느니 위협이라느니"라는 표현을 쓰면서 불쾌한 기색을 내보였습니다. 21일 국회 국정감사장에서 일부 야당 측 의원들은 “한국 정부가 북한의 잘못된 도발을 도발이라고 분명하게 지적하고 규탄하지 않으면 북한의 행동을 정당화시켜줄 수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또 “한국 정부가 북한의 ‘가스라이팅’ (세뇌) 전략에 말려들었다고 본다”는 언급도 나왔습니다. 여기서 ‘가스라이팅’이란 쉽게 말해 상대방의 자주성을 교묘히 무너뜨리는 언행을 말합니다.

앵커: 이러한 한국 문재인 정부의 행태에 대해 미국 정부나 전문가들은 어떤 반응을 보이고 있는지요?

양: 일단 미국 국무부는 자유아시아방송(RFA)의 21일 논평 요청에 “한국 정부에 문의하라”고 답했습니다. 그리고 미국 전문가들은 제가 앞서 지적한 그대로, 똑같은 견해를 내놨는데요. 문재인 정부 임기말에 어떻게 해서라도 북한 측과 대화를 재개하고자 하는 한국 정부의 입장은 이해하겠지만 도발을 도발로 호칭하지 않는다고 해서 북한이 비핵화 협상이나 남북대화에 임할 것 같지는 않다는 것입니다. 수미 테리 미국 윌슨센터 국장의 말입니다.

테리 국장: (문재인 정부는) 북한을 화나게 만들고 싶어하지 않습니다. 그래서 이것이 분명한 도발임을 알지만 북한과의 대화와 관여가 계속되도록 하기 위해 그렇게(도발이라고) 말하지 못한 것입니다.

수 김(Soo Kim) 미국 랜드연구소 연구원도 자유아시아방송(RFA)에 문재인 정부가 ‘도발’이란 언급을 자제한다해도 북한이 협상장으로 돌아올 것으로 예상하지 않는다면서 오히려 한국 측의 이런 작은 양보(concession)는 북한 측엔, 한국은 더 밀어부치면 (원하는 대로) 된다는 잘못된 신호가 될 수 있다고 우려했습니다. 또 북한을 상대할 때는 말과 행동을 번복하지 말고 일관성(consistency)을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습니다.

앵커: ‘도발’ 관련 이야기는 이쯤에서 마무리하도록 하구요. 북한 외무성 측이 이번에 SLBM을 쏘고 나서 미국 등이 나서 유엔 안보리 회의를 소집하자 “미국은 북한의 주적이 아니니 근심하거나 고민할 필요가 없다”는 발언을 내놓은 것이 흥미로운데요.

양: 그렇습니다. 앞서 말씀드린대로 유엔 안보리는 지난 20일 긴급회의를 소집해 이번 북한의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 시험 발사 문제를 논의했는데요. 회의 결과 의장 성명이나 언론 성명 등이 채택되지는 않았습니다. 여하간 북한 측은 이 안보리 회의를 문제 삼으며 “미국이 주권국가의 고유하고 정당한 자위권 행사에 비정상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는데 대하여 매우 우려스럽게 생각한다”고 밝혔습니다. 그러면서 미국은 북한의 주적이 아니기 때문에 전혀 걱정할 필요가 없고 “주변 나라들과 지역의 안전에 그 어떤 위협이나 피해도 주지 않았다”는 다소 유화적인 언급을 내놨습니다.

앵커: 이런 북한 측 발언의 진의나 의도를 어떻게 봐야 할까요?

양: 일각에서는 앞뒤가 전혀 안맞는 일종의 궤변이라는 지적이 나왔는데요. 한국 고려대학교의 남성욱 교수는 21일 자유아시아방송(RFA)에 “국제사회의 대북제재를 피하기 위해 군사적 위협을 해놓고 신경쓰지 말라는 앞뒤가 맞지 않는 모순적인 이야기를 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그는 이런 발언을 내놓는 북한 측의 숨은 의도는 향후 미국과의 협상 국면에서 유리한 고지에 서기 위한 것이라면서 “북한은 미국을 상대로 제재완화 등을 얻어내기 위해 첨단 신무기를 잇달아 선보이며 (미국을) 압박하고 있다”고 진단했습니다. 직접 그의 말을 들어보시죠.

남성욱 교수: 결국 자신들의 군사적인 행동은 자신들의 목적을 달성하려는 수단인데, 이 수단을 두고 겉으로는 위장 선전공세를 취함으로써 각국이 제재에 나서지 못하도록 하는 이중적인 혼선전선을 추구하고 있습니다.

앵커: 다른 한국 전문가들은 북한이 가능한 한 연말까지 SLBM이나 신형 무기개발을 완성하기 위해 앞으로도 미사일 시험발사를 계속 이어갈 것으로 전망하지 않았습니까?

양: 그렇습니다. 한국의 정성장 세종연구소 북한연구센터장과 신범철 경제사회연구원 외교안보센터장이 저희 자유아시아방송(RFA)에 그런 예상을 내놨는데요. 하지만 신범철 센터장은 내년 초부터 북한은 한국 대선 국면을 의식해 다시 평화 공세를 펼칠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습니다. 직접 그의 말을 들어보시죠.

신범철 센터장: 북한으로서도 차기 한국 정부로 북한에 우호적인 정부가 들어서는 것이 좋겠죠. 그래서 내년 1월이나 2월에는 분명 ‘평화 쇼’를 할 것입니다. 그렇지만 북한은 그때까지는 자신의 이익을 극대화하기 위해서 필요한 실험을 하고 그 명분을 자기들의 미사일 시험발사는 평화적인 것이다 이런 식으로 호도하려는 것이죠.

북한이 과거 2018년 평창 동계 올림픽 때처럼 태도를 확 바꿔 대화에 적극 나설 수 있다는 전망인데 그 시기는 내년 2월 중국 베이징 동계올림픽 즈음이 될 것으로 그는 예상했습니다.

앵커: 그렇군요. 양성원 기자 잘 들었습니다.

앵커: 지난 2주간 RFA 한국어서비스에서 다뤘던 주목할 만한 북한 뉴스들을 소개해드리는 ‘RFA 뉴스분석’ 오늘은 여기까지 입니다. 청취자 여러분 고맙습니다.

기자 양성원, 에디터 박봉현, 웹팀 김상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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