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현우 전 대사대리 “북 엘리트, 24시간 도청 당해…김정은과 운명공동체 아냐”

서울-목용재 moky@rfa.org
2024.04.30
류현우 전 대사대리 “북 엘리트, 24시간 도청 당해…김정은과 운명공동체 아냐” 류현우 전 쿠웨이트 주재 북한 대사대리.
/ RFA PHOTO

앵커: RFA 자유아시아방송이 신규 주간프로, ‘류현우의 블랙북()를 내달 2일부터 방송합니다. 류현우 전 쿠웨이트 주재 북한 대사대리는 앞으로 이 프로그램에 고정 출연하면서 북한 외교 비화, 고위 관료들의 숨겨진 이야기, 알려져 있지 않은 북한 이야기 등을 일주일에 한 차례 풀어낼 예정입니다. 류 전 대사대리는 북한 엘리트들이 24시간 도청을 당하는 등 인권 유린을 겪는다며 그들이 김정은 노동당 총비서와 운명공동체라고 보기 어렵다고 말했습니다. 서울에서 목용재 기자가 보도합니다.

 

류현우 전 쿠웨이트 주재 북한 대사대리는 오는 2일부터 방송되는 RFA 자유아시아방송의 신규 주간프로, ‘류현우의 블랙북()에서 고위 간부는 언제든 정치범수용소에 가거나 죽을 수 있다는 생각을 한다한 쪽 발은 지옥에 넘겨 놓고 사는 것이 북한의 엘리트라고 말했습니다.

 

류 전 대사대리에 따르면 노동당과 행정부, 군의 주요 책임자들 가운데 김정은 노동당 총비서의 신임을 받으면서 국가 기밀을 다루는 인사들은 평양 대동강구역 의암동에 위치한 은덕촌6층짜리 아파트 6개동에 모여 삽니다.

 

류 전 대사대리는 지난 2008년부터 2016 11, 쿠웨이트 파견 전까지 장인인 전일춘 전 39호실장과 함께 이곳에 거주했고 전 실장은 2019 2월까지 이곳에 살았습니다.

 

류 전 대사대리는 이곳에 거주하는 고위 간부들은 모두 24시간 도청을 당한다고 밝혔습니다. 또한 이곳에는 인민무력부(국방성)의 경비중대가 근무를 서며 거주민의 출입을 관리하고 일반인의 접근을 통제한다고 합니다.

 

류 전 대사대리는 함께 살았던 장모님이 내가 집에서 불평불만을 쏟아내려 하면 손가락으로 입을 가리며 주의를 줬다“39호 실장인 장인어른과 속 깊은 대화를 나누기 위해 새벽 산보를 함께 나가곤 했다고 말했습니다.

 

류현우 전 쿠웨이트 주재 북한 대사대리: 오전 6시쯤되면 저도 같이 깨서 같이 달리기를 하든지 산보를 하든지 합니다. 그 때 장인어른이 저한테 물어볼 얘기도 하시고 제가 장인께 얘기도 합니다. 예를 들어서 제가 시리아에 나가 있을 때인데, (북한에서는) 장인한테 김정일의 금고지기라는 표현을 쓰지 않아요. 그래서 남조선에서 장인을 김정일의 금고지기라고 부른다는 얘기를 했습니다. 그러니까 웃으시더라고요.

 

류 전 대사대리는 이 같은 도청에 포착된 사례로 지난 2012년 숙청된 리영호 당시 총참모장을 꼽았습니다. 리영호 총참모장은 김정일 국방위원장 국가장의위원 가운데에서도 김 위원장 운구차량을 옆에서 지킨 핵심 7인방 중 한 사람이었습니다.

 

류 전 대사대리는 리영호 총참모장이 총살당한 가장 큰 원인은 집에서 아내와 김정은에 대해 비방중상을 하는 말을 했기 때문이라며 은덕촌에 들어간 인사들에 대한 도청, 미행, 감시가 상당히 강하기 때문에 항상 조심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류현우 전 쿠웨이트 주재 북한대사대리: 리영호가 (주목받기 전까지는) 지방에서 군단장을 하다가 올라오고, 인민무력부에서도 조금 일하다가 또 (지방으로) 내려가고 오랜 기간동안 주둔군 사령관을 하다가 올라오고, 이런 식의 삶을 살았기 때문에 중앙 정치에 대해 민감하게 반응하지 못했던 사례였던 것으로 생각됩니다.

 

특히 고위 관리들이 자신이 추진한 정책이 실패하면 그 책임을 지고 죽임을 당하거나 정치범수용소로 보내지는 사례가 상당하다고 말했습니다. 지난 2009 11월 화폐개혁을 담당했던 박남기 노동당 재정부장이 대표적인 사례라고 말했습니다.

 

이러다보니 외무성 내 젊은 외교관들이 북한 고위 관료 자제들과의 혼사를 꺼리는 분위기가 형성돼 있다는 게 류 전 대사대리의 말입니다.

 

류현우 전 쿠웨이트 주재 북한대사대리: 저의 아파트에서 살고 있는, 딸이 있는 간부들이 외무성이라든가 대외 부문에서 일하는 사람에게 딸을 줘서 해외에 나가서 살게 하려고 합니다. 조금은 호강하게 살 수 있으니까요. (그런데 젊은 외교관들이) 뭐 해서 쓱 피하거든요. 그러면서 하는 소리가 1, 2층에서 떨어지면 다리만 다칠 수 있는데, 10층에서 떨어지면 머리가 박살 나서 죽는대요.

 

이어 류 전 대사대리는 이후 젊은 외교관들이 선택한 아내를 보면 돈 많은 집의 외동딸, 해외에 장기 체류하며 돈을 버는 집안의 자제였다고 덧붙였습니다.

 

북한의 고위 관리들은 은퇴 후에도 업무상 다룬 비밀의 유지를 위해 통제된 삶을 살아야 하고, 당국이 주는 소량의 배급으로 버텨야 한다는 것이 류 전 대사대리의 설명입니다. 전일춘 39호실장도 은퇴 이후 1인당 6개월치 감자 2kg을 받았다고 합니다.

 

류 전 대사대리는 장인이 은퇴한 뒤 아내가 처가댁을 갔는데 집안 살림이 너무 초라해 울면서 돈을 두고 나왔다장인어른에게 자가용이 없다고 하면 아무도 믿지 않는데, 이런 청렴함 때문에 목숨을 유지하고 은퇴할 수 있었던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류 전 대사대리는 북한 고위 관리들이 김정은과 운명공동체라고 생각하는 것은 잘못된 인식이라며 제일 먼저 처형당하고 조금만 잘못해도 목이 달아나는 것이 고위 관리들이라고 강조했습니다.

 

이어 내 아내가 고위층의 자제라고 해도 북한에서 본인이 어떤 인권침해를 받았는지 알지 못했다의암동 은덕촌은 함부로 말을 할 수 없는, 정치범수용소로도 볼 수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에디터 양성원, 웹팀 김상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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