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부첩자' 감독 “유엔 측에 ‘북 제재회피’ 증거 제공 용의”

북한의 제재 회피 실상을 몰래 촬영한 다큐멘터리, 즉 기록영화 '내부첩자(The Mole)'가 지난 11일 영국 BBC 등을 통해 일부 유럽국가에서 방영되면서 큰 반향을 일으키고 있습니다.

덴마크 영화감독 매즈 브루거(Mads Brügger)는 3년에 걸친 함정식 취재를 통해 북한이 유엔 대북제재를 위반하는 무기거래 정황 등을 포착했다고 밝혔습니다.

총 2시간 15분 길이의 이 영상에는 북한 체제에 매료된 것으로 가장한 전직 요리사 울리히 라르센이 스페인에 기반한 친북 단체인 '조선친선협회'(KFA)에 접근해 알레한드로 카오 데 베노스(Alejandro Cao de Benós) 회장과 접촉하는 장면이 나옵니다.

또 전직 프랑스 부대원인 짐 라트라셰-포트러프가 평양 교외의 한 식당에서 북한 무기 공장 대표자들과 당국자들이 참석한 가운데 무기 계약을 체결하는 내용이 담긴 것으로 알려지면서 세간의 이목을 끌고 있습니다.

라르센이 스웨덴 즉 스웨리예 주재 북한 대사관을 방문해 그곳 외교관들과 불법 무기 거래에 대해 논의하는 장면도 포착됐습니다.

영상에서 논의되는 무기들은 탱크에서부터 중거리 탄도 미사일 등 다양합니다.

실제 거래가 성사되진 않았지만 이러한 거래 과정이 사실이라면 북한의 무기 수출을 금지한 유엔 대북제재에 위반됩니다.

브루거 감독은 13일 로이터통신과 인터뷰에서 "유엔대북제재위원회 전문가단과 만나 그들이 무엇에 관심 있는지에 대해 대화를 시작하고 싶다"고 밝혔습니다.

그는 또 "이 영상이 전 세계적인 북한의 무기 확산과 제재 위반을 잠재우는 데 도움이 된다면 매우 기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브루거 감독은 무기 거래 관련 증거들을 스웨덴 주재 북한 대사관에 보냈으나 이에 대한 어떠한 반응도 듣지 못했다고 주장했습니다.

한편 미국의 북한 전문매체 'NK뉴스'에 따르면 카오 데 베노스 회장은 이번 영상에서 자신이 무기 및 마약 밀수의 중재자 역할로 묘사된 데 대해 전면 부인하고 나섰습니다.

앞서 12일 스웨덴과 덴마크 외무부 측은 북한의 제재 회피를 다룬 이 영상 내용에 대해 유엔과 유럽연합에 알릴 것이라고 밝힌 바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