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 “김여정 담화 선제타격론 두려움 보여”
2022.04.05
앵커: 북한의 김여정 부부장이 선제타격을 언급한 서욱 한국 국방부 장관을 비난하는 담화를 이틀만에 또 내놓았습니다. 3일 동안 2개의 담화가 나온 것인데 선제타격 가능성에 대한 북한의 두려움이 보인다는 전문가 분석이 나왔습니다.
서울에서 한도형 기자가 보도합니다.
북한의 김여정 노동당 중앙위 부부장이 5일 이틀만에 또 다시 담화를 발표하고 서욱 한국 국방부 장관의 선제타격 관련 발언을 거듭 비난했습니다.
김 부부장은 지난 3일 발표한 담화에서는 서 장관에 대해 원색적인 표현을 쏟아냈는데 이날 발표한 담화에서는 보다 정제된 표현으로 선제타격론을 비판하고 한국의 자제를 촉구했습니다.
김 부부장은 “한국은 주적이 아니”라며 “북한은 결단코 누구를 먼저 치지 않는다”고 강조했고 “군사적 대결을 선택하는 상황이 온다면 부득이 북한의 핵 전투 무력은 임무를 수행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이날 담화는 김 부부장 명의로 나온 19번째 담화이며 지난 3일 발표한 담화에 비해 3배 이상 분량이 늘어났습니다.
정대진 원주 한라대 교수는 이날 자유아시아방송(RFA)과의 통화에서 “북한이 선제타격에 대해 두려움을 느낀다는 점이 이번 담화에서 묻어져 나오는 것 같다”고 분석했습니다.
정 교수는 “한국과 미국이 선제타격하는 상황은 북한으로서는 상상하기도 싫은 재앙과 같은 상황일 것”이라며 “김 부부장 담화는 북한이 선제타격론에 대해 두드러기 반응을 보인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정대진 원주 한라대 교수: 북한이 선제타격에 대해서 두려움을 느끼고 있는 것은 당연할 것이고 이번 담화에서도 여러 가지로 묻어져 나오는 것 같습니다. (실제 전쟁이 난다고 하면) 북한이 핵ㆍ미사일이 있다고 하지만 사실 전투에서 잠시 한두 번 이길 수 있을지 몰라도 전쟁 측면에서 봤을 땐 북한이 절대 한미연합전력을 상대할 수 없거든요. 가공할 만한 차이가 있기 때문에. 북한 입장에서는 상상하기도 싫은 아마 재앙과 같은 상황일 것이고요. 그런 의미에서 선제타격에 대해서 두드러기 반응을 보인다고 할 수 있겠죠.
정 교수는 김 부부장 담화가 강경한 기조에 더 무게를 두고 있지만 한국이 선제타격론을 거론하지 않으면 대화를 할 수 있다는 간접적인 메시지도 이번 담화에 들어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습니다.
김용현 동국대 북한학과 교수는 “이번 담화에 한국과의 관계를 악화시키는 방향으로 가지 않겠다는 북한의 입장이 포함됐으며 김 부부장이 수위조절을 했다”고 평가했습니다.
김 교수는 이번 담화에서 선제타격에 대한 두려움보다는 선제타격론을 언급하는 차기 한국 정부를 강하게 압박하며 쐐기를 박겠다는 북한의 의도가 보인다는 분석을 내놓았습니다.
김용현 동국대 교수: 핵 무력에 대한 이야기를 하면서도 한국과의 관계를 계속 악화시키는 쪽으로 가지 않겠다는 입장이 내용 속에 들어있다는 점에서 수위조절, 속도조절을 김여정 부부장이 하고 있다고 봐야겠습니다. 선제타격을 언급하고 있는 새 정부에 대해서 쐐기를 박겠다, 남북관계를 북측이 계속 끌고 가겠다는 그런 차원에서 강하게 한국을 압박하는 것이라고 봐야겠습니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도 “김 부부장이 수위조절하는 모습을 보였고 군사적인 대남조치 등에 대한 언급이 없는 것으로 보아 북한을 자극하지 않는다면 대화의 문도 열려있다는 간접적인 메시지를 보냈다”고 말했습니다.
이와 함께 양 교수는 “서욱 국방부 장관에 대한 직접적인 비판도 있지만 선제타격론, 북한 주적 등을 언급한 윤석열 대통령 당선자에 대한 우회적인 비판도 내포되어 있다”고 평가했습니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 북한을 자극하는 표현에 대한 사전 확산을 방지하는 차원이랄까요. 그런 차원에서 새로운 정부, 윤석열 대통령 당선자에 대한 우회적인 비판, 간접적인 비판의 의도도 내포되어 있다고 분석합니다.
정성장 세종연구소 북한연구센터장은 이날 분석자료를 통해 북한이 이날 담화에서 한국이 주적이 아니라고 밝힌 점, 선제 불공격 입장을 밝힌 것은 긍정적인 부분이라고 평가했습니다.
정 센터장은 다만 북한이 핵과 미사일 능력을 끊임없이 고도화하며 먼저 공격하지 않을테니 안심하라고 주장하는 것은 설득력이 없다고 비판했습니다.
정 센터장은 또 김 부부장이 한국의 국방부 장관에 대해 거친 표현을 계속해서 사용한다면 북한은 대화가 불가능한 체제라는 인식이 한국 내에서 굳어질 것이라며 김 부부장이 공개 담화에서 이 같은 표현을 쓰지 않는 것이 북한의 대외 이미지를 위해서도 반드시 필요하다고 밝혔습니다.
한국 통일부 관계자는 이날 기자들을 만난 자리에서 김 부부장 담화와 관련해 “기본적으로 지난 3일 담화와 같은 주장을 담고 있는 것으로 본다”며 “지금은 북한의 향후 행보를 단정하기보다는 동향을 면밀히 살피며 가능성에 대비해야 할 때”라고 말했습니다.
통일부 관계자는 “북한이 자신의 주적은 전쟁 자체이며 전쟁에 반대한다는 입장을 재확인했고 남북이 싸우지 말아야 하는 같은 민족이라고 거론한 점에 유의하고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한편 한국 외교부의 최영삼 대변인은 이날 정례 기자설명회에서 북한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발사에 대응하는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신규 결의안을 추진하기 위해 중국, 러시아와 협의 중이라고 밝혔습니다.
최 대변인은 미국 현지시간으로 4일 열린 한미 북핵대표 회동에서 새로운 대북제재 방안으로 어떤 논의가 오갔는지 묻는 기자들의 질문에 대해 새로운 안보리 결의 추진 등 강력한 조치를 취할 필요가 있다는데 한미는 의견을 같이 한 바 있다며 원론적인 입장을 보였습니다.
기자 한도형, 에디터 오중석, 웹팀 김상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