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인민회의 대의원 선거 게시물 훼손에 경비 강화
2023.11.22
앵커: 북한에서 각급 인민회의대의원 선거(11/26)를 며칠 앞두고 한 선거구에서 후보자의 공개 게시물이 훼손된 사건이 발생했습니다. 당국은 선거장 경비를 강화했습니다. 북한 내부소식, 김지은 기자가 보도합니다.
오는 11월 26일은 북한의 각급(도, 시, 군) 인민회의 대의원 선거의 날입니다. 이를 계기로 북한 당국이 전국에 선거분위기를 고취하고 있는 가운데, 지방의 한 선거구에서 게시물이 훼손된 사건이 발생해 비상 경계령이 내려졌다는 소식입니다.
양강도의 한 주민 소식통(신변안전 위해 익명요청)은 20일 “어제(19일) 혜산시 선거구마다 예비투표에서 당선된 대의원 후보자의 사진과 경력을 게시판에 게시했다”면서 “그에 앞서(18일) 선거구마다 기존의 경비인원을 교체했다”고 자유아시아방송에 전했습니다.
소식통은 “예비선거가 끝나자 지난 13일 도당위원회는 갑산군의 한 선거구에 시범으로 당선된 대의원 후보자 사진과 경력사항을 게시했었다”면서 “그런데 당선자 정보가 게시된 그날 밤 해당 사진과 게시물에 낙서가 쓰여지고 또 찢겨진 사건이 발생했다”고 말했습니다.
또 “이에 도당위원회는 선거장 게시물 훼손사건을 극비에 붙이는 한편 당선자 정보에 대한 공개 게시를 못하고 있었다”면서 “그러다가 주민들로 조직된 경비인원을 전부 지역 민방위대와 당간부들로 교체한 후 어제 다시 게시했다”고 덧붙였습니다.
이어 “지역 주민들이 물러난 선거분구 경비는 이제부터 민방위부(예비군)에 소속된 청년들과 당기관 간부들이 담당하고 있다”면서 “당국에 대한 주민들의 불만이 선거장 화재나 게시물 훼손으로 이어질 수 있어 비상경계를 서는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이달 초(4일)에 도 대의원을 선출하는 1차 예비선거가, 13일에는 시 대의원 예비선거가 있었는데 이제야 당선자를 공개한 것은 사회 불안이 크다는 방증”이라면서 “그 외에 주민경비를 민방위대와 당간부로 교체한 것을 두고 주민들은 ‘당이 인민을 믿지 못하냐’는 목소리를 높이는 실정”이라고 덧붙였습니다.
이와 관련 양강도의 또 다른 주민소식통(신변안전 위해 익명요청)은 21일 “요즘 일반 주민들로 조직되었던 선거장 경비를 전부 민방위대로 교체했다”면서 “폭풍경계령이 내려지고 선거장마다 당 간부들이 배치되었다”고 자유아시아방송에 전했습니다.
소식통은 “선거구 경비를 민방위대로 교체하게 된 배경에는 양강도 갑산군에서 시범으로 공개한 선거장 게시물이 밤새 훼손된 사건이 발생했기 때문”이라면서 “이 때문에 각급 지방인민회의 대의원선거가 끝날 때까지 각 공장, 기업소의 적위대, 교도대와 당 간부들로 조직된 경비대가 선거장을 지키게 된다”고 언급했습니다.
또 “경비체계가 삼엄하게 바뀌면서 대부분의 주민들은 애당초 선거장 가까이에 접근하는 것조차 꺼리고 있다”면서 “선거장 게시판에 공개된 당선자 경력을 가까이 가서 자세히 보려고 해도 경비원들이 의심의 눈초리를 보내기 때문”이라고 전했습니다.
이어 “당초 예비선거 투표에서 당선된 후보는 다음날(14일) 바로 선거장에 공개할 것으로 알려졌다”면서 “하지만 시범 공개에서 당일 밤에 게시물이 찢어진 사건이 발생하면서 그동안 계속 공개를 못하다가 민방위대를 동원한 후 게시했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당에서는 ‘모두가 인민회의 대의원 선거에 높은 정치적 열의로 100% 찬성 투표하자’고 선동하지만 선거장은 싸늘한 분위기에 휩싸여 있다”면서 “민방위대와 당간부들로 선거장을 공포분위기로 조성했는데 어찌 진정한 선거라고 할 수 있냐”고 반문했습니다.
북한에서 민방위부는 남한의 예비군을 말합니다. 북한 당국이 지방인민회의 대의원 선거장 경비에 민방위부를 동원했다는 것은 당국에 대한 주민들의 불만이 크고 내부상황이 불안하다는 것을 나타낸다고 소식통들은 전했습니다.
에디터 양성원, 웹팀 김상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