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인터뷰] 장지향 아산정책연구원 중동센터장 “북, 하마스와 달리 ‘정권생존’ 최우선...전면도발 없을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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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최근 약 반 년간 하마스-이스라엘, 이스라엘-이란 전쟁이 연이어 발생하는 등 중동이 혼란스럽습니다. 북한이 중동 분쟁상황을 어떻게 지켜봤을지, 북한과 급진 무장단체, 중동 독재국가들과의 차이점은 무엇이 있는지 등에 대해 한도형 기자가 한국의 중동 전문가인 장지향 아산정책연구원 중동센터장을 만나 그의 견해를 들어봤습니다.

이스라엘-이란 충돌, 북한은 무엇을 얻나… 장지향 아산정책연구원 중동센터장 인터뷰 이스라엘-이란 충돌, 북한은 무엇을 얻나… 장지향 아산정책연구원 중동센터장 인터뷰

“북한 김정은 정권의 목표, 하마스와 달라”

[기자]지난해 10월 팔레스타인 무장단체 하마스와 이스라엘 전쟁이 발발했습니다. 4월에는 이란과 이스라엘이 사상 처음으로 본토 공격을 주고받기도 했습니다. 북한이 중동 상황을 지켜보면서 어떤 생각을 했을까요?

[장지향 센터장]중동에서 이렇게 생각지도 않은 전례없는 분쟁이 연달아 일어날 경우 제가 볼 때는 북한이 비즈니스에 굉장히 좋은 기회라고 생각했었을 테고요. 그 다음으로는 이란의 미사일이나 드론 기술이 어떤지 그 기술도 굉장히 유심히 봤을 것 같고요. 또 이란이 이스라엘을 향해서 300기가 넘는 미사일·드론을 발사했을 때 옆에 동맹은 아닌데 파트너라고 하는 나라들이 같이 막아주는 모습도 굉장히 흥미롭게 봤을 것 같아요.

[기자]북한이 하마스의 기습공격을 모방해 후방 침투, 테러 등 군사적 도발을 일으킬 가능성이 있다는 일부 분석도 제기됩니다. 여기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실까요?

[장지향 센터장]항상 중동 정치·외교·안보를 보는 사람과 한반도를 보는 사람과의 가장 큰 특징인데 하마스는 소위 잃을 게 없는 이슬람 급진단체거든요. 북한 같은 경우에는 정권의 안위, 정권 지키기가 목표거든요. 그래서 그게 자기 자신들의 방식이 될 것이라고는 생각 못할 것 같아요. 김정은도 역시 북한 주민한테 전혀 관심이 없지만 자기의 정권은 유지를 해야 되는 반면에 중동에 있는 여러 급진단체들은 자신들이 책임져야 하는 주민들에 대해서도 아무 관심이 없고 나아가서 자신들이 굳이 지켜야할 정권 또한 없기 때문에 그 둘이 비슷하면서도 꽤나 다른 차이점을 보이는 것 같아요. 북한은 소규모의 도발은 계속할 거예요. 하지만 현상변경 시도는 굉장히 쉽게 자신의 정권 붕괴와 연결될 수 있는 위험도가 굉장히 높기 때문에 그럴 유인요인이 김정은한테는 전혀 없을 것 같아요.

[기자]이스라엘이 미국, 영국, 프랑스, 요르단 등과 공조해 이란의 공격 대부분을 요격한 것이 한국에게도 시사하는 바가 있을까요?

[장지향 센터장]동맹이라는 무거운 이름보다는 외부의 공격으로부터 각자 안보협의체를 만들어서 함께 힘을 합쳐서 방어하자는 훨씬 좀더 가벼운 분위기에서 할 수 있는 통합 방공망 체제를 이번에 아랍과 이스라엘과 미국과 유럽 국가들이 보여줬다고 생각하거든요. 우리의 한미일 안보협의체도 저 정도의 수준이면 충분히 할 수 있지 않을까, 그러니까 정치적 부담감을 좀 덜 받으면서 할 수 있지 않을까, 그런 생각이 많이 들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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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지향 아산정책연구원 중동센터장의 모습. / RFA PHOTO

“중동 분쟁, 북한 정권에 기회 제공”

[기자]북한이 무기거래를 금지한 유엔 안보리 대북제재를 위반하고 중동에 무기를 수출하고 있다는 정황이 나타났는데요. 한국 정보기관인 국가정보원은 하마스가 북한제 무기를 사용한 것으로 판단한다고 밝히기도 했습니다. 북한의 무기수출, 계속 이어질 것으로 보실까요? 중동의 혼란이 북한에게 있어서는 기회로 작용하는 지점이 있는지 궁금합니다.

[장지향 센터장]계속할 것 같아요. 북한이 재래식 무기들을 계속 팔아왔다는 것은 굉장히 오래 전부터 중동에 있는 사람들은 다 하던 이야기였거든요. 특히 이스라엘 쪽 싱크탱크나 관계자들이 저한테 그런 얘기를 많이 했었어요. 북한의 불법무기가 초국가 테러단체들한테 많이 돌아다니는데 한국은 굉장히 관심이 덜 한 것 같다 이런 이야기는 많이 나왔었죠. 기본적으로 중동은 국지전쟁·분쟁이 자주 일어나는 곳이고 무기가 국경을 넘어서 자유롭게 왕래하는 수준이 다른 지역보다 훨씬 높고 이제 이스라엘-하마스 전쟁까지 하나가 더 추가가 됐으니 원래도 이 제재가 타이트(촘촘)하게 돌아가지 않았었는데 더 그러지 않을 이유가 하나 더 추가가 됐고 그럴 경우 북한에게는 어떤 식으로든 직간접적으로든 정권이 조금 더 숨통을 트일 수 있는 그런 기회를 제공해 주는 지역이라고 생각해요.

[기자]미국이 외교·안보 정책 초점을 아시아·태평양으로 옮기고 중동에서 소위 '발 빼기'를 하려고 했던 것도 영향을 미치고 있을까요?

[장지향 센터장]미국이 2010년대 초반부터 중동을 떠나겠다고 하니 사실 미국에 안보를 전적으로 맡기고 있었던, 흔히 친미국가들 하면 떠올리는 사우디, UAE, 카타르, 쿠웨이트 이런 나라들이 정말 불안해 했었어요. 그래서 이들이 불안해하면서 취했던 행동이 제일 먼저 러시아와도 이제 척을 지면 안 되겠구나 하는 다각화예요. 무조건 다각화. 만약에 이런 구도가 계속된다면, 그리고 우크라이나 전쟁이 끝난다면, 러시아의 중동 내 영향력은 더 커질 가능성이 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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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지향 아산정책연구원 중동센터장의 모습. / RFA PHOTO

“북-이란, 핵 기술 협력 가능성...다만 이란은 약한 고리”

[기자]윤정호 대외경제상을 단장으로 하는 북한 정부 대표단이 최근 이란을 방문하면서 양국 간 군사협력 가능성이 제기되기도 했습니다. 일부에서 특히 북한의 핵 기술 이전 가능성에 대해 우려하고 있는데요. 여기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실까요?

[장지향 센터장]저는 핵 전략 파트너는 될 수 있다고 생각해요. 북한이 이란한테 핵 기술을 전해주고 대신 대가로 이란이 북한한테 오일머니를 주거나 아니면 오일을 직접 주고. 이란이 북한으로부터 핵 기술을 계속 받아들여서 정말 중동에서 또다른 북한의 사례가 나타난다면 중동뿐만 아니라 바로 옆에 있는 유럽 국가에게도 가장 끔찍한 악몽이 될 것이고 국제사회의 엄연한 실패이기 때문에 그것은 굉장히 막아야 되고 막고 싶어하는 시나리오인 것 같아요. 다만 이란은 그것을 굉장히 유별나게 아니라고 부정을 하는 분위기더라고요. 연구원에서 일하는 친구나 외교관들한테 정말 합리적인 의심이 든다 라고 하면 항상 굉장히 기분 나빠해요. 북한과 얽히는 것이 국가의 품격을 떨어뜨린다는 생각을 하는 것 같더라고요.

[기자]그렇군요. 북한보다는 이란이 정상국가를 지향하는 측면이 있는 것 같습니다.

[장지향 센터장]소위 우리가 국제사회에서 정상국가의 범주가 있다고 봤을 때 이란이 조금 더 정상국가에 가깝고 북한은 그렇지 않기 때문에, 제가 만약에 미국 정부 당국자의 입장이라면, 러시아, 이란, 중국, 북한으로 대표되는 반미연대 이 국가에서 가장 약한 고리는 이란일 거예요. 그리고 그 나라들 중에서 현재 내부에서 반체제 반정부 운동이 가장 활발하게 일어나는 곳도 이란이고요. 11월 미국 대선에서 바이든 정부가 다시 재선이 된다면 당연히 첫 번째로 이란 핵합의 복원 협상이 진행될 테고요. 그런데 트럼프 대통령이 재선이 된다면 그때는 또 완전히 다른 시나리오가 이어지겠죠.

“북 정권, 오래 가지는 않을 것...정보 계속 유입해야”

[기자]지난해 발간하신 책 '최소한의 중동 수업'에서 "이란, 아랍 사례처럼 북한의 독재 역시 매우 극적인 모습을 띠며 붕괴할 것"이라고 밝히셨습니다. 중동국가 급변사태와 북한 급변사태, 어떤 차이점과 유사점이 있을까요?

[장지향 센터장]중동을 제대로 보려면 국가 하나를 한 목소리를 내는 행위자로 보면 안 된다라고 늘 이야기를 하거든요. 바깥으로 보기에는 과연 저런 나라에 진짜 정권 반대세력이 있을까 싶지만 들여다보면 확실히 있거든요. 그래서 먼저 말씀드리고 싶은 것은 북한에서 중동에서 일어났었던 민주화 도미노 현상이 곧 일어날지는 잘 모르겠어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는 그 정권이 그렇게 오래 가리라고는 생각 안 해요. 독재는 너무나 언론 탄압을 가혹하게 해서 제대로 된 여론이 없기 때문에 독재 정권도 자기 정권이 얼마나 취약한지를 모른다, 그러다 보니 굉장히 무리수를 두거나 엉뚱한 유화책을 쓰거나 하는 바람에 정권이 한순간에 무너진다는 것을 제가 중동 독재가 무너지는 걸 보면서 많이 배웠는데, 김정은이 자기의 정권 토대가 얼마나 약한지 내지는 얼마나 강한지를 전혀 감을 못 잡을 것 같아요. 지금 이 3대 세습독재를 유지하는 데 가장 큰 취약고리라고 생각해요.

[기자]북한이 정권유지 측면에서는 여론이나 정권 반대세력이 없다는 점에서 중동 독재국가보다 더 나은 상황에 놓여있다고 할 수 있겠네요.

[장지향 센터장]안 좋은 가정이긴 한데 제가 만약에 김정은이라면 최대한 바깥으로의 교류를 차단할 것이고 더 철권통치를 강화한다면 과거 중동의 독재보다는 조금 더 수명은 길어질 수 있지 않을까 생각은 들어요. 반대로 저희는 최대한 정보를 유입해야죠. 최대한 바깥으로부터 안으로 정보를 유입해서 계속 흔들어야 돼요. 그게 굉장히 중요한 것 같아요.

[기자]지금까지 장지향 아산정책연구원 중동센터장과 이야기 나눠봤습니다. RFA 자유아시아방송 한도형입니다.

에디터 양성원, 웹팀 김상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