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부 북 주민들, 당 전원회의 ‘정면 돌파전’ 결정에 반발

서울-손혜민 xallsl@rfa.org
2020.01.06
workers_party_meeting_b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이 이틀째 진행된 노동당 7기 5차 전원회의를 직접 주재했다고 북한 매체들이 지난달 30일 보도했다. 사진은 이날 조선중앙TV가 보도한 이틀째 회의에서 김 위원장이 단상에 오른 모습.
/연합뉴스

앵커: 요즘 북한 당국이 당 전원회의 결정서에 관한 사상학습을 주민들에 강요하고 있다는 소식입니다. 일부 북한 주민들은 자력갱생 정신으로 미국의 경제제재를 정면돌파하자는 당 전원회의 결정에 대해 ‘당을 믿지 말고 달러를 저축해 (내)운명을 정면 돌파하자’며 결정서 내용을 비하하고 있다고 현지 소식통들은 밝혔습니다.

북한 내부 소식 손혜민 기자가 보도합니다.

평안북도의 한 주민 소식통은 5일 “요즘 각 공장 기업소와 여맹조직에서는 당전원회의에 관한 사상학습이 집중적으로 진행되고 있다”면서 “당전원회의 사상핵심은 미국과 적대세력들의 경제제재를 전체 주민들이 자력갱생의 힘으로 정면 돌파하자는 내용”이라고 자유아시아방송에 전했습니다.

소식통은 “미국에 대한 환상은 자멸의 길이며 이에 맞서 정면 돌파전을 벌려야 한다는 당전원회의 결정서 학습이 매일 같이 되풀이 되자 주민들 속에서 ‘정면 돌파전’이라는 말을 비하하는 내용이 번지고 있다”면서 “주민들은 맹탕 앉아서 당중앙(김정은)을 믿고 있다가는 굶어 죽을 수 있으니 자기 힘으로 달러를 저축해 운명을 정면 돌파해야 한다며 당 전원회의 사상을 비꼬고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소식통은 이어서 “솔직히 당에서 강요하는 정면돌파전이란 것은 식량난이 닥쳐와 굶어 죽게 되어도 주민들은 무조건 당에서 하라는 대로 복종하고 충성하라는 것”이라면서 “지금까지 보면 수령에게 충성하고 공장의 만가동자(결근없이 출근하는 사람)일수록 가난에 쪼들리며 굶주리는 게 우리나라의 현실인 데, 어리석게 누가 또 속겠냐”고 반문했습니다.

소식통은 그러면서 “주민들 속에서는 우리가 오로지 믿을 것은 위(김정은)가 아니라 ‘달러대가리’(백달러 지폐)가 아니겠냐”면서 달러만 있으면 세월이 바뀌고 어떤 일이 닥쳐도 고난을 정면 돌파할 수 있다는 말을 서로 주고받고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같은 날 평안북도의 또 다른 주민 소식통은 “새해 들어 주민들 속에서는 ‘올해는 기생도 호미자루 둘러메고 논판에 나간다’는 말들이 돌고 있다”면서 “이 말은 미국의 경제제재로 간부와 돈주들도 돈벌이가 안되어 이들에 기생하며 놀고먹던 여자들도 살기 힘들 판인데, 이중 삼중의 통제를 받아야 할 주민들의 고생은 더 말할 것도 없다는 의미”라고 지적했습니다.

소식통은 “당 전원회의 사상학습이 강조될 수록 주민들은 조-미 간 대립관계가 장기화 될 것이며 유엔 경제제재가 쉽게 풀리지 않을 것이라는 사실을 실감하고 있다”면서 “우리가 핵과 미사일만 포기하면 남조선을 비롯한 외국의 경제원조가 대대적으로 시작될 터인데, 대책 없는 정면돌파전 운운하면서 주민들만 들볶고 있는 당중앙의 처사에 원망과 비난이 쏟아지고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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