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내 전문가들 “북, 성탄절 계기 대미 메시지 발신 가능성”
2019.12.24
앵커: 한국 내 전문가들은 북한이 언급한 이른바 ‘성탄절 선물’이 대미 메시지일 가능성이 크다고 분석하며 성탄절을 전후로 한 북한의 고강도 도발 가능성은 낮을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서울의 목용재 기자가 보도합니다.
한국 군 당국은 성탄절을 전후로 북한의 도발 가능성이 제기되는 가운데 관련 동향을 예의주시하고 있습니다.
한국 군 당국자는 24일 기자들과 만나 한미 공조를 통해 북한의 주요 핵, 미사일 시설 등을 면밀하게 감시하고 있다는 입장을 밝혔습니다. 북한의 고강도 도발과 관련한 구체적인 군사적 동향은 포착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앞서 북한의 리태성 외무성 미국 담당 부상은 지난 3일 담화를 통해 ‘성탄절 선물’이 무엇이 될지는 미국의 결심에 달려 있다고 주장한 바 있습니다. 이에 따라 북한이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의 시험 발사 등 고강도 도발을 감행할 수 있다는 관측이 제기돼 왔습니다.
한국 내 전문가들은 리 부상이 언급한 ‘성탄절 선물’에 대해 고강도 도발보다는 ‘새로운 길’을 공식화하는 등의 대미 메시지일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합니다. 북한이 고강도 도발을 감행할 경우 향후 외교적인 운신의 폭이 좁아질 수 있기 때문입니다.
조한범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 (북한은 향후 전원회의를 통해) 자위적 국방력과 국제연대 강화 등을 강조하겠다는 입장을 밝힐 겁니다. 예상해볼 수 있는 북한의 고강도 메시지라면 조건부 비핵화 협상 중단 선언 정도가 될 것입니다.
박영호 서울평화연구소장은 대북제재가 이행되고 있는 상황에서 중국과 러시아의 지원을 받아야 하는 북한이 고강도 도발을 감행하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분석했습니다. 미국 현지시간으로 지난 16일 중국과 러시아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에 제출한 대북제재 완화 결의안의 동력 자체가 상실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북한의 고강도 도발은 내부의 정치적인 부담으로 크게 작용할 가능성도 제기됩니다. 그동안 북한이 대내적으로 대미 외교 성과를 성공적으로 선전해왔기 때문에 김정은 위원장의 위상에 흠집이 생길 수 있다는 겁니다.
이와 관련해 김인태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책임연구위원은 최근 이른바 ‘말폭탄’을 주고 받은 미북관계에 대해 북한 주민들이 인지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에 주목했습니다.
김 책임연구위원은 “지금까지 북한 당국은 주민들에게 대미 강경 기조와 관련된 설명을 하지 않았다”며 “북한이 ICBM 시험 발사와 같은 고강도 도발을 감행하려면 내부적으로 현재 상황을 알릴 필요가 있다”고 분석했습니다.
고영환 전 국가안보전략연구원 부원장은 북한 노동당 중앙군사위원회 확대회의에서 절제된 표현이 나왔다는 점을 거론하며 북한이 아직 대미 협상에 대한 여지를 남겨뒀다고 평가했습니다. 이에 따라 ICBM 시험 발사와 같은 고강도 도발은 잠시 보류했다는 분석입니다.
앞서 북한은 지난 22일 당 중앙군사위원회 제7기 제3차 확대회의를 개최했다며 자위적 국방력을 지속 발전시키기 위한 문제들이 논의됐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고영환 전 국가안보전략연구원 부원장: 당 중앙군사위에서 나온 발언의 강도가 세지 않았습니다. 미국을 겨냥한 말도 없었습니다. ‘핵’과 관련된 표현도 없었습니다. 이번에 당 중앙위 전원회의에서 ‘핵’을 포함한 메시지가 나올 것 같습니다.
한국 내 전문가들은 미국의 정찰, 감시자산들의 움직임이 지속적으로 보도되고 있는 상황 자체가 북한의 고강도 도발을 억제하는 요소로 작용하고 있다고 분석합니다.
특히 연말까지는 아직 시간이 남아있고 스티븐 비건 미 국무부 대북정책특별대표가 최근 한국과 일본, 중국을 오가며 공개적으로 북한에 대화를 제의한 상황입니다. 이에 따라 아직 북한이 내부적으로 대화 지속 여부를 검토하고 있을 것이라는 관측도 나옵니다.
다만 한국 내에서는 북한이 노동당 중앙위 전원회의와 김정은 위원장의 신년사 이후 고강도 도발을 감행할 것이라는 전망이 제기됩니다.
고영환 전 부원장은 “고강도 도발은 시점상 미뤄지는 것일 뿐”이라며 “북한은 연말, 혹은 신년을 계기로 ICBM을 시험 발사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습니다.
김인태 책임연구위원도 “북한은 비상소집회의 성격인 당 중앙위 전원회의와 김 위원장의 신년사 이후 전략도발을 감행할 것”이라며 “다만 주변국의 설득 정도에 따라 그 수위가 조정될 수 있다”고 분석했습니다.
반면 북한이 향후에도 고강도 도발을 감행할 가능성은 낮다는 분석도 나옵니다. 북한의 고강도 도발로 인해 협상판 자체가 깨진다면 북한으로서는 대내외적으로 더욱 어려운 상황에 직면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조한범 선임연구위원은 “북한은 향후 ICBM 시험 발사 같은 직접적인 도발보다는 영변 핵활동 징후를 노출하거나 풍계리 핵실험장 복구 등의 움직임을 보일 것”이라며 “미국의 초강경 대응을 불러일으키는 행위는 자제할 것”이라고 전망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