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서 북한 관련 가짜 영상 ‘폭풍 클릭’

워싱턴-자민 앤더슨 andersonj@rfa.org
2023.10.05
인터넷서 북한 관련 가짜 영상 ‘폭풍 클릭’ X(옛 트위터) 유저가 올린 사진. 배경의 글자들, 군인들의 얼굴, 여성의 손가락 등 인공 지능(AI)으로 만든 사진의 왜곡 현상을 발견할 수 있다.
/ X @Pandavillosu

앵커: 인터넷 상에는 북한에 관한 많은 자료들이 올라옵니다. 그 중에는 정확한 뉴스와 분석들도 있지만, 의도적으로 조작된 영상과 사진들도 많은데요. ‘북한에서 미사일을 쏘겠다, 김정은이 자신을 처형하라고 했다고 주장하는 장난 영상이 특히 인기를 끌고 있습니다. 자민 앤더슨 기자가 보도합니다.

 

[사하이 영상 오디오] 저는 지금 북한 미사일 기지에 몰래 들어가서 핵 미사일을 발사할 거예요. 누가 진짜 리더인지 김정은에게 보여주겠습니다.

 

3개월 전, 온라인 동영상 공유 사이트 유투브에 올라온 1분짜리 영상입니다. 조회수는 7백만회가 넘었습니다.

 

크리쉬나 사하이라는 이 영상 제작자는 본인이 현재 북한에 있고, 북한의 안 좋은 모습이 담긴 많은 사진과 영상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만약 잡히면 처형 당할 것이라고 주장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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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투버 krishna Sahay가 '북한 미사일 발사 기지에 몰래 들어간다'며 올린 영상. 그는 295만명의 구독자를 보유하고 있다. / Krishna Sahay Youtube Channel

 

이어 미사일 기지로 들어가는 트럭에 숨어있다가 발각돼 심문당했지만, 미국 정부는 자신을 구하기 위해 아무 노력도 하지 않았다고 말합니다.

 

이 영상의 내용은 모두 가짜입니다.

 

북한이 아니라 다른 곳에서 촬영한 영상에, 포토샵으로 정교하게 조작된 사진들을 합쳐 빠르게 편집해 그럴 듯하게 보이게 만든 겁니다.

 

또 “아젤리아 뱅크스가 북한에서 성소수자 축제를 축하하고 있다”는 글과 함께 한 흑인 여성이 북한 인공기가 달린 건물 앞에 서서 웃고 있는 사진이 지난 3일 온라인 사회관계망 서비스 X(구 트위터)에 게시돼 이틀 만에 95만 조회수를 기록했습니다.

 

J라는 이름의 계정이 올린 이 사진에는 미국의 가수 아젤리아 뱅크스로 추정되는 이 여성 뒤로 수백명의 북한 군인들이 성소수자를 상징하는 무지개색 깃발을 들고 서 있습니다.

 

자세히 살펴보면 이상한 점들이 발견됩니다. 

 

건물 위 간판의 글자들은 자음과 모음이 잘못 조합돼 있고, 북한 군인들의 얼굴은 찌그러져 있습니다.

 

인공 지능(AI)으로 만든 사진의 대표적인 오류인 왜곡 현상이 사진에서도 고스란히 드러납니다.

 

사하이와 J, 두 계정은 혹시 모를 법적 문제를 피하기 위해 창작물이라고 정확히 명시하고 있습니다.

 

특이한 점은 이 두 계정 모두 북한에 대한 컨텐츠가 특히 더 많은 인기를 끌고 있다는 겁니다.

 

사하이 유투브 계정에 비슷한 시기에 올라온 영상들은 157만회, 132만회, 518만회를 기록하고 있고, J X 계정의 경우 천4백여회, 12천회, 1만회를 기록하고 있습니다.

 

이에 대해 북한에 대해 연구하는 로렌 길버트 애틀랜틱 카운슬 인도태평양안보구상(IPSI)의 부책임자는 5일 자유아시아방송(RFA)에 비교적 잘 알려지지 않은 국가인 북한에 대한 관심이 이런 컨텐츠에 주목되는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길버트 부책임자: 많은 사람들은 어둡고 위험한 지역인 북한에 대한 관심이 많습니다. 겉으로 보이는 북한의 모습 뒤에, 북한의 진짜 모습과 일상을 궁금해합니다. 다크 유머(어두운 소재를 과장하고 일상스럽게 풍자한 유머)로 만들어진 가짜일 것이라는 걸 알면서도 클릭하고 눈을 떼지 못하게 됩니다.

 

그는 북한이 외국인 관광을 재개한다면, 이러한 영상들을 보고 일부 잘못된 인식을 갖고 방문하는 관광객들이 위험한 상황에 처할 수도 있다고 우려했습니다.

 

북한을 주제로한 가벼운 창작물들은 앞으로도 계속해서 제작될 것으로 보입니다. 

 

유투브와 X는 창작자(혹은 게시자)에게 조회수에 기반해 수익금을 지급합니다.

 

유투브 수익금 계산 사이트 튠 포켓(Tune Pocket)에 따르면 앞서 설명한 사하이의 1분 짜리 영상은 최소 9천5백 달러에서 2만3천 달러의 수익을 얻었을 것으로 추정합니다.

 

랜드 연구소 소속으로 미디어를 분석하는 사회과학자인 토드 헬머스 박사는 이날 RFA좋은 편집 기술을 가진 창작자들은 계속해서 재미있고 자극적인 컨텐츠를 만들어 수익을 얻을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RFA는 가짜 영상을 올린 제작자의 입장을 들어보기 위해 인터뷰를 요청했지만 답변을 받지 못했습니다.

 

에디터 박정우, 웹팀 이경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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