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핵 의제 놓고 논란 가중

0:00 / 0:00

서울-박성우 parks@rfa.org

남한 정부가 이번 정상회담에서 북핵 문제를 의제로 다루지 않으려는 움직임이 나타난다는 지적이 나오는 가운데, 의제를 둘러싼 논란이 더욱 증폭되고 있습니다. 텔레비전 화면에 보이는 이미 중년이 되어버린 북한의 한 여성 친척을 향해 남한의 한 할아버지는 목이 멘 채 “지금 어디 사냐”고 질문을 던집니다.

남북간 제6차 이산가족 화상 상봉 행사가 13일 열렸습니다. 정상회담을 앞두고 열린 이번 화상상봉에 참여한 이산가족은 남북 40가족씩 모두 80가족 563명입니다. 이산가족 상봉이 시작된 2000년 이후로 지금까지 만날 수 있었던 남북 이산가족은 대략 만5천명. 남한에 등록된 이산가족이 총 125,930명이라는 점을 고려할 때, 지금 수준의 상봉은 이산 가족들에게 결코 만족스럽지 못한 상황입니다.

한반도 분단의 슬픔을 가장 잘 나타내 주는 이산가족 문제. 하지만 많은 남한 시민들은 북핵 문제를 이산가족 문제 보다 상대적으로 더 중요한 정상회담의 의제라고 생각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남한의 여론조사기관인 한국 갤럽이 지난 8일 실시한 조사에 따르면, 남한 국민의 11퍼센트가 이산가족 문제를 정상회담의 의제로 다뤄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반면 북핵문제 해결은 남한 국민 29.2 퍼센트가 지목한 1순위 의제였습니다. 산적해 있는 한반도 관련 문제들 중에서 남한 국민들은 북핵문제 해결에 최우선 순위를 두고 있지만, 남한 정치권에서는 현재 의제 선정을 둘러싼 논란이 지속되고 있습니다. 한나라당 정형근 의원입니다.

정형근: 김대중 전 대통령도 핵문제가 주 의제가 되어서는 안 된다고 해서 핵문제가 의제가 아닌 것 같은 말을 흘리고 있는데...

김대중 전 대통령은 지난 12일 한명숙 전 총리의 예방을 받은 자리에서 “핵문제 해결 자체가 정상회담에 부담이 돼선 안 된다”고 못 박습니다. 같은 날, 열린우리당의 장영달 원내대표는 북핵 문제가 의제가 될 가능성이 낮다면서 그 이유를 구체적으로 밝히기도 했습니다. KBS 심야토론에 나온 장영달 의원입니다.

장영달: 제가 보기로는 북핵 문제가 이번 의제로 될 가능성은 적다고 봐요. 왜냐면 이 문제는 6자회담에서 주로 다루는 문제이기 때문에... 또 6자회담 당사자들도 이 문제가 남북 정상회담에서 다뤄지길 원치 않을 거에요.

13일 국회에서 열린 정보위원회 비공개 회의에서도 북핵 문제가 정상회담 의제가 되냐는 질문이 쏟아졌습니다. 이에 대해 김만복 국정원장은 “현재로서는 이야기 할 수 없다”는 입장을 밝힌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김대중 전 대통령의 발언으로 촉발된 북핵문제의 정상회담 의제화 여부는 정치권은 물론이고 학계에서도 논란이 됐습니다. 고려대 남성욱 교수는 김대중 전 대통령이 의제를 사전에 확정한 듯이 이야기 하는 것은 바람직스럽지 않다고 말합니다.

남성욱: 물론 김대중 전 대통령께서 이 북핵 문제라는 것이 미국과 북한 간의 문제이기 때문에 거기서 논의되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을 한 것으로 보이지만, 그래도 비핵화를 위한 핵 문제를 위한 논의는 정상회담에서 반드시 이뤄져야 되기 때문에, 김 前대통령의 어떤... 사전에 이런 의제와 관련한 발언은 바람직스럽지 못하다...

반면 한국외대 이장희 부총장은 중요 사안의 의제화 여부를 흑백 논리로만 접근하는 것은 옳지 않다고 말합니다.

이장희: 핵문제 해결이 한반도 평화를 위해 매우 중요한 문제이지만, 이 문제가 당장 해결이 어려운 경우에는 남북 경협이나 인도적 문제나 평화체제 문제를 의제로 삼음으로써 이 문제에 대한 우회적인 접근을 통해서도 가능하다고 저는 보고 있구요...

북핵문제가 정상회담에 부담이 돼선 안 된다는 김대중 전 대통령의 발언에 대해 청와대는 직접적인 언급을 피했습니다. 천호선 청와대 대변인입니다.

천호선: 남북관계에 대해서 깊은 이해를 가지시고 하신 발언이 아닌가... 남북 정상회담이 잘 되기를 바라는 차원에서 하신 말씀이다... 저희는 이렇게 판단하고 있습니다.

천 대변인은 현재로서는 의제가 결정 되지도 않았고 우선 순위를 논의할 때도 아니라면서, 남한 정부가 북핵은 도외시한 채 북한과의 경제협력에만 관심을 쏟고 있다는 비판을 일축했습니다. 천호선 대변인입니다.

천호선: 우리 정부측은 경협에 우선순위를 두고 미국측이나 이런 데서는 북핵에 우선순위를 두고 있다... 이런 식의 양분론 자체가 저희는 옳지 않다고 봅니다. 아까 말씀드렸듯이 남북 정상회담은 남북간에 나올 수 있는 모든 의제를 다룹니다.

천 대변인은 정상회담 의제가 앞으로도 공개되는 일은 없을 것임을 시사하기도 했습니다.

천호선: 모든 정상회담과 마찬가지로 회담 전에 미리 구체적인 의제를 공개하는 것은 아닙니다. 아시겠지만 사후적으로도 합의문이나 공동 선언문, 또는 공동 언론 보도문의 형식을 취하고 있고, 그 내용은 포괄적으로 발표되는 것입니다.

정상회담 의제를 조율하기 위한 남북 양측의 준비접촉은 북측의 요청으로 하루 늦어진 14일, 개성에서 열립니다. 시간이 촉박하니 특사라도 보내자는 여론도 있지만 천호선 대변인은 특사 파견 계획은 없다고 밝혔습니다. 의제는 남북 준비접촉을 통해 소화하겠다는 말도 덧붙입니다. 천호선 대변인입니다.

천호선: 준비접촉을 통해서는 매우 포괄적인 의제의 범위와 성격을 합의하게 되어 있습니다. 내일 예정된 준비 접촉에서 이것이 이뤄질 것이라고 기대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