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싱턴-양성원 yangs@rfa.org
6자회담이 북한의 핵시설 불능화에 대한 구체적 시한을 설정하지 못하고 끝난 가운데 미국 전문가들은 그 점에 그리 큰 의미를 둘 필요는 없다고 지적하고 있습니다. 중요한 것은 시한이 아니라 불능화의 내용과 앞으로의 협상 과정이라는 것입니다.
미국의 로버트 아인혼 전 국무부 차관보는 이번 6자회담에서 북한 핵시설 불능화 시점을 정하지 못했다고 실망할 필요는 없다고 말했습니다.
Robert Einhorn: (I don't think we should be too disappointed that they haven't set a deadline. It would be unfortunate to set a serious deadline and not meet them.)
합의내용 이행에 어떤 시한을 정하고 이를 지키지 못할 경우 그러한 시한을 정하지 않는 것보다 못하기 때문이라는 설명입니다. 또 정작 중요한 것은 실제 북한의 핵시설을 불능화시키는 일 자체라는 것이 아인혼 전 차관보의 말입니다.
미국 민간연구기관인 사회과학원(SSRC)의 레온 시갈 박사의 의견도 비슷합니다. 정작 중요한 것은 북한 핵시설 불능화의 시한이 아니라 그 내용이라는 것입니다.
Leon Sigal: (The question is, did it end with an agreement on even the form of disablement...)
문제는 이번 회담에서 북한 핵시설 불능화가 어떤 개념인지 그 정의에라도 합의했냐는 것입니다. 물론 부시 행정부가 북핵폐기 진전과 관련한 어떤 시한 설정에 큰 관심이 있는 것은 이해가 가지만 큰 의미는 없다고 봅니다. 미국이 2.13 합의 핵시설 불능화 단계에서 과연 무엇을 원하는지 또 그것을 어떻게 달성할 지가 중요합니다.
시갈 박사는 이번 회담에서 불능화 시한을 정하지 못한 것을 회담과정의 어떤 후퇴(setback)로 볼 수 없다면서 북한은 원하는 것을 얻지 못하고는 자신의 핵시설을 불능화 시키는데 협조하지 않을 것이 자명하다고 말했습니다. 그리고 아직 미국과 일본 등 6자회담 참가국들은 북한이 불능화 과정에서 원하는 것들을 해 줄 준비가 덜 된 것 같다고 말했습니다. 그는 북한이 가장 먼저 원하고 있는 것은 미국의 테러지원국 명단에서 삭제되는 것이라고 지적했습니다. 또 시갈 박사는 특히 일본의 입장은 이달 말 열리는 일본의 참의원 선거 결과에 따라 결정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지금 일본은 납치문제에 대한 무조건적인 북한의 양보를 요구하며 북한과의 협상을 거부하고 있는데 그런 입장을 고수해서는 절대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는 것입니다.
하지만 이번 6자회담에서 북핵시설 불능화 시점을 정하지 못한 것은 실망스럽다는 의견도 있습니다. 영국 국제전략문제연구소(IISS)의 마크 피츠패트릭 선임연구원의 말입니다.
Mark Fitzpatrick: (It's regrettable that they were not able to set a deadline for implementation of the 2nd stage...)
"이번 회담에서 북한 핵시설 불능화 시한을 설정하지 못한 것은 실망스럽다고 할 수 있습니다. 어제만 해도 이를 정할 수 있을 것이란 기대가 컸었습니다. 물론 올해 연말까지의 불능화 시한이 실제 지켜질 것이란 기대는 높지 않다 하더라도 이러한 시한 설정이 신속한 북한의 핵시설 불능화 합의 이행을 강제하는 하나의 압박 요소로 작용할 수는 있었을 것으로 봅니다."
북한이 이러한 시한 설정에 반대한 이유와 관련해 피츠패트릭 연구원은 북한의 어떤 행동을 이끌기 위해서는 반드시 그 대가가 필요한데 이번 경우에는 시한 설정에 대한 구체적인 대가가 없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