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싱턴-양성원 yangs@rfa.org
이 시간에는 미국 클린턴 행정부 말기 북한 측과 미사일 관련 협상을 벌이기도 했던 로버트 아인혼(Robert Einhorn) 전 국무부 비확산 담당 차관보로부터 북한 핵문제와 관련한 견해를 들어봅니다.
아인혼 전 차관보는 한반도 평화체제 수립은 북한의 비핵화와 동시에 이뤄져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북한은 완전한 핵폐기 없이 결코 평화체제 문제가 마무리될 수 없다는 것을 깨달아야 한다는 것입니다. 양성원 기자가 아인혼 전 차관보의 견해를 들어봤습니다.
2.13 합의에 따르면, 북한의 핵시설 폐쇄에 이어 시기상 이제는 핵시설 불능화 단계에 접어들어야 합니다. 이 단계에서 북한과 미국이 가장 원하는 것들은 무엇일까요?
불능화 단계에는 많은 어려운 문제들이 있습니다. 우선 협의를 거쳐 북한의 핵개발 목록을 신고하도록 해야 하는데 결코 쉽지 않을 것입니다. 또 핵시설 불능화 관련 요건 등을 논의해 이를 실행에 옮겨야 합니다. 이 과정에서 물론 북한은 미국 등 6자회담 참가국들에게 많은 대가를 요구할 것입니다. 특히 북한은 우선 미국의 테러지원국 명단에서 삭제되는 것을 원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6자회담 2.13합의에 따르면 이 문제에 대한 논의를 시작한다고 나와 있을 뿐 불능화 단계에서 실제 북한을 테러지원국 명단에서 삭제시킨다는 조항은 없습니다.
그렇다 해도 북한은 핵목록 신고 등과 관련해 분명히 테러지원국 명단 삭제 등 대가를 요구하지 않겠습니까?
앞으로 협상에서는 분명 합의이행 순서에 대한 논란이 있을 것입니다. 북한 측에서는 자신의 양보조치에 앞서 어떤 대가를 줄 것인지를 따질 것입니다. 따라서 맞추기 어려운 불능화 단계의 시한을 정하는 것보다는 북한과 주고받을 것에 대한 세밀한 순서를 정해 이를 최대한 빨리 이를 이행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봅니다.
하지만 항상 북한과 미국 중 누가 먼저 양보 조치를 취하느냐 하는 것이 문제인 것 같은데요?
일단은 원칙적으로 두 나라가 동시에 혹은 거의 시차를 두지 않고 상호 호혜적 조치를 취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봅니다. 우선 관련 논의를 통해 이러한 호혜 조치의 이행 시간표를 정교하게 짜는 것이 중요합니다. 북한과 미국은 서로에 대한 의심을 거두지 않고 있으며 서로 상대방이 먼저 행동에 나서 신의를 표시하길 원하고 있습니다. 어느 한 쪽이 먼저 행동에 나설 것인가에 집착하기 보다는 서로가 합의이행에 대한 실질적인 조치를 취함으로써 상호 신뢰를 쌓는 것이 중요하다고 봅니다.
북한이 핵개발 목록 신고 과정에서 과거 이미 만들어 놓은 핵무기와 핵물질에 대해서도 투명하게 신고할 것으로 보십니까?
북한이 처음부터 만족할 만한 수준의 신고를 할 것 같진 않습니다. 만족할 만한 핵목록을 신고받기 위해서는 많은 논의가 필요할 것입니다. 제 생각엔 북한이 정식 핵목록 신고를 하기에 앞서 반드시 비공식적인 논의가 필요하다고 봅니다. 북한이 공식적인 핵목록 신고를 내놓았는데 이것이 미국이 받아들일 수 없는 수준이 돼서는 곤란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북한 측의 공식 신고에 앞서 북한의 신고 목록 초안과 미국이 원하는 신고 수준을 비공식적으로 조율하는 과정이 필요하다는 것입니다. 이런 과정을 통해 미국은 북한이 보다 투명한 신고를 할 수 있도록 유도해야 하고 또 북한이 실제로 그렇게 하길 바랍니다.
부시 행정부는 올해 안에 북한 핵시설 불능화 단계를 마무리 짓고 바로 한반도 평화협정 관련 논의가 필요하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습니다. 일각에서는 너무 조급한 기대 아니냐는 지적도 있는데 가능할 것으로 보시는지요?
한반도 평화협정에 대한 논의가 진행되는 것은 아무런 문제도 없다고 봅니다. 정전협정을 평화체제로 바꾸는 일은 복잡하고 또 무척 오랜 시간이 걸릴 것이기 때문이죠. 따라서 관련 논의는 북한의 핵폐기 과정과 병행해 함께 이뤄져야 한다고 봅니다. 하지만 한 가지 꼭 미국 측에서 분명히 해야 할 것은 북한의 비핵화 이전에는 결코 한반도 평화체제 논의가 끝날 수 없다는 점입니다.
한반도 비핵화와 평화체제 수립은 반드시 동시에 이뤄져야 합니다. 여기서 우려스러운 측면은 북한이 평화체제 논의를 그들의 비핵화에 앞서 모두 마무리 짓고 관련 협정 준수에 나서자고 주장할 가능성입니다. 북한은 항상 자신의 합의이행에 앞서 상대측의 합의 이행이 우선돼야 한다는 태도를 보이는 경향이 있지만 한반도 평화체제 문제는 북한의 비핵화 전에 결코 마무리 될 수 없다는 점을 북한이 이해할 필요가 있다고 봅니다.
현재 북한의 열악한 인권상황을 봐서는 진정한 북미관계 개선이 어려울 것이란 지적도 나오고 있습니다. 어떻게 보십니까?
북한과 미국 사이 상호 신뢰가 쌓이는 데는 상당한 시간이 필요할 것으로 봅니다. 두 나라 모두 서로에 대한 불신이 너무 강하기 때문입니다. 북한 인권 문제와 관련해서는 미국과 특히 남한도 북한의 인권상황 개선을 원한다는 의사를 북한 측에 명확히 전달해야 한다고 봅니다. 물론 이 문제도 해결에 시간이 많이 필요한 문제입니다. 하지만 지금은 북한의 인권문제보다는 북한의 핵문제와 관련한 안보 문제 해결이 보다 시급한 때라고 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