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싱턴-이진희 bonnyj@rfa.org
북한 주민들은 북한 당국의 통제에도 불구하고 외부세계에 관해 더 많이 알고 있고 중국을 통한 남한 문화의 유입으로 개방과 개혁에도 상당한 준비가 돼있는 것으로 평가되고 있습니다.
정영: (북한에 있는 친구들에게) 정상회담이 끝난 다음에 5일 날 저녁에 전화를 했습니다. 실시간으로 다 봤다고 했습니다. 정상회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 물어봤는데, 2000년 김대중 씨 왔을 때는 금방 통일이 된다고 생각하고 붕붕 떠 있었는데, 지금은 다 정치인들끼리 흥정 내지 짝짝꿍 한다고 합니다. 인민생활에는 도움이 안 된다며 실망을 많이 하시더라구요.
서울에 사는 탈북자 정영(가명) 씨는 북한에 있는 친구나 가족들과 자주 전화통화를 합니다. 남한에 거주하는 탈북자 중 많은 수가 정영 씨처럼 전화로 북한 가족들에게 실시간으로 남한 소식을 전하고 북한 소식을 듣습니다. 북한 주민들은 남한의 대중문화에도 훤합니다. 정영씨입니다.
정영: 남한에서 유행되는 드라마나 노래 음반이 많이 불법 복제돼 북한으로 흘러들어갑니다. 중국에서는 불법 복제가 많습니다. 상당히 싼 가격으로 북한에 많이 유입됩니다. 북한 내부에서 대장금이나 겨울 연가를 보고 중국으로 나온 친구들이 상당히 많습니다.
탈북한지 얼마 되지 않는 북한주민들과 자주 접촉하는 국제인권단체 휴먼라이츠워치의 케이 석 연구원은 자신도 모르는 남한 영화와 드라마를 봤다는 사람이 많아 놀라웠다고 말하기도 했습니다.
북한 김정일 국방위원장은 노무현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에서 개방과 개혁이라는 말에 불쾌감을 보였지만, 북한 주민들에게는 개방과 개혁이 절대 낯설지 않습니다. 남한 정보와 문물은 비공식적인 통로로 이미 북한 주민들에게 개방이 돼 있습니다. 남측 가족과 전화를 하고, 몰래 남한 영화를 보고 하는 것은 물론 북한에서는 불법입니다. 하지만 당국의 통제는 이미 터진 물고를 막기에는 역부족입니다. 정영씨입니다.
정영: 마약에 맛을 들인 사람이 마약을 떼지 못하듯이 남한이나 자본주의 사회에 대한 정보를 알면 알수록 더 알고 싶은 심정은 마약중독자와 거의 다를 바 없다고 봅니다. 정부에서 막아도 또 한다니까요.
북한을 나와 중국 등에 머물면서, 북한 주민들은 남한과 자본주의 사회에 대한 더 구체적인 정보를 접하게 됩니다. 중국은 북한과 같은 공산주의 국가이지만 시장경제가 도입되고 인터넷이 발달해 북한보다 자유로운 정보 유통이 가능한 곳입니다. 탈북자 초기 정착을 지원하는 하나원에서 정보화교육을 담당하는 한국정보문화진흥원의 박문우 과장입니다.
박문우: 이미, 탈북자 한 해 1천명 이상 들어오기 시작했던 2002년 이후로, 탈북자들이 들어와서 남한에 어떤 정착금 제도가 있다든지, 통일부에서 어떤식으로 주민등록증을 교부하는 지도 다 알고 들어옵니다. 지금은 예전보다 더 많이 알고 들어오는 거죠. 남한에 대해 하나도 모르고 들어오는 사람은 거의 없다고 보셔야죠.
북한에서부터 남한과 자본주의 사회 소식을 접한 탈북자들이기 때문에, 앞으로의 통일대비 정책은, 남한 주민들에게 북한과 탈북자를 이해시키는 데 초점이 맞춰져야 한다고 박문우 과장은 말합니다.
박문우: 이번 정상회담을 계기로 변화돼야 하는 주체 자체가 남한 사람이라는 논의가 많이 생기고 있었습니다. 다수가 소수를 포용해야지 소수가 다수를 포용할 수 없는 상황입니다. 우리도 북한의 입장을 생각하고, 탈북자들의 입장도 많이 고려해야 하는 시점이라고 생각합니다.
서강대학교의 김영수 교수도 탈북자들을 위한 정책에서 탈북자들과 함께 하는 정책으로 전환해야 한다고 지적했습니다. 또한, 초, 중, 고, 대학교에서 탈북자들의 차이를 이해하고 수용할 수 있는 교육을 실시해야 한다고 덧붙였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