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쿄-채명석 seoul@rfa.org
일본 정부는 지난 9일 대북 제재 조치를 다시 반년간 연장하기로 각의 결정했습니다. 하지만 연장 효과는 미미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습니다. 일본정부의 대북 제재 조치 효과와 향후 전망을 짚어 보겠습니다.
채 기자, 일본정부는 지난 9일 대북 제재 조치를 다시 반년간 연장했는데요. 전문가들은 대북 제재 조치 효과를 어떻게 평가하고 있습니까.
일본정부가 4월과 지난 9일, 대북 제재 조치를 두 번이나 연장한 것은 만경봉 92호에 대한 입항 금지나 북한 선박과 북한 산 품목의 전면 입항금지, 사치품을 포함한 25개 품목의 수출 금지 조치 등이 북한 지도층과 북한 경제에 상당한 타격을 입히고 있다고 보고 있기 때문입니다.
만경봉 92호의 입항 금지 운동을 주도해 온 니가타 현의 이즈다 지사도 지난 9일 “제재 조치는 북한에 커다란 심리적 압박을 가해 일정한 효과를 가져 왔다”고 평가했습니다.
그러나 일본 전문가들은 “북한에 심리적 압박을 가하는 효과는 있겠지만, 대중 무역과 남북 무역의 대폭 증가로 제재 조치 연장 효과는 거의 없을 것”이라고 입을 모으고 있습니다.
예컨대 니가타 시에 있는 ‘환 일본해 경제연구소’의 미무라 히로미쓰 연구 주임은 “북한의 수출입에서 차지하는 일본의 비중은 2000년에 19.4 % 였던 것이 2005년에는 4.8%로 줄어들었고, 대북 제재조치가 취해진 2006년에는 3.5% 이하로 줄었다”고 지적하면서, 대일 무역 감소분을 중국과 한국이 메워주고 있기 때문에 2006년 북한의 무역 총액(29억9600만 달러)의 감소율이 0.2%에 불과했다는 점을 들었습니다.
일 전문가들은 또 북한산 모시조개 등 수산물이 중국산으로 둔갑하여 위장 수입되는 사건이 빈번히 일어나고 있고, 대일 수출길이 막힌 북한산 송이도 중국이나 한국 등지로 대체 수출되고 있어 북한 산 농수산 품목의 전면 수입금지 효과도 미미한 수준이라고 지적하고 있습니다.
일본제 중고 제품이나 첨단 제품이 당국의 감시망을 뚫고 제 3국을 경유하여 위장 수출되는 사건은 없는지요.
작년 10월 북한 선박의 입항 금지 조치가 취해지기 전 만해도 연간 2백 여 척의 북한 화물선이 입항하여 중고 자전거, 중고 자동차, 중고 가전제품들을 북한으로 실어 날랐는데요. 작년 10월 이후 북한 화물선은 한 척도 입항하지 못했습니다. 그러나 제 3국의 선박이 일본 항구에 입항한 뒤 북한에 기항하는 것은 일본 정부의 제재 대상이 아닙니다.
이 때문에 캄보디아 등 제3국 선적의 화물선이 일본에서 중고 제품을 싣고 북한으로 들어가는 케이스가 발견돼 대북 강경파들은 북한을 경유한 제3국의 화물선에 대해서도 입항 금지 조치를 취하라고 정부 당국에 요구하고 있습니다.
또 대만의 상사를 경유하여 첨단 제품을 북한으로 우회 수출한 사건도 적발되고 있는데요. 대북 강경파들은 북한으로부터의 수입뿐 아니라 수출도 전면 금지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대북 제재 조치를 더욱 강화할 경우 북한이 일본과의 대화를 전면 거부할 가능성이 있고, 추가 제재 효과를 정확히 계측할 수 없다는 문제점 때문에 대북 추가 제재는 유보되어 있는 상태입니다.
대북 제재 조치 발동 이후 북한보다는 오히려 조총련이 큰 타격을 받고 있다는 지적도 있는데요. 어떻습니까.
조총련은 10일 도쿄 히비야 대 음악당에서 ‘일본 정부의 제재 조치 연장을 규탄하는 재일본 조선인 중앙대회’를 열었는데요. 11일에는 고덕우 부의장이 내각부를 방문해 연장 철회를 요구하는 문서를 제출했습니다.
조총련 조직에 가장 큰 타격은 원산과 니가타 항을 오가던 만경봉 92호의 운항이 작년 7월이래 중단되고 있다는 것입니다. 조총련의 북한 방문단, 수학 여행단 등이 모두 이 만경봉호를 이용하여 조국을 방문하고 돌아 왔는데요. 북한과 일본을 연결하는 유일한 배편인 만경봉호의 운항이 1년 이상 중단되고 있어 총련 계 동포들이 겪고 있는 큰 불편을 이만저만이 아닙니다.
조총련은 만경봉 92호의 운항은 조국 왕래, 육친 상봉, 학생들의 조국 방문 등과 같은 인도적 차원의 문제라고 주장하면서, 조기에 운항을 재개해 달라고 각계 각층에 호소하고 있습니다.
허지만 일본 정부는 만경봉호를 통해 대일 공작 즉 일본인 납치 지령이 하달됐고, 북한 지도층이 소비하는 각종 사치품을 실어 날라 왔다는 점을 들어, 대북 제재 조치를 완화할 경우에도 최후까지 만경봉호에 대한 입항 금지 조치는 고수할 방침입니다. 또 대북 제재 조치가 취해 진 이후 일본 경찰은 조총련 관련 시설 50여 곳에 대해 강제 수색을 단행했습니다. 북한의 지도부를 겨냥한 일본정부의 제재 조치가 소기의 목적을 달성했다고 볼 수는 없습니다. 제재 조치가 다시 반년간 연장됐다고 해서 그 효력이 높아 질 것이란 보장도 없습니다. 허지만 유탄을 맞은 조총련의 시련은 앞으로도 계속될 것으로 보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