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 주부 교류 한마당 - 진짜 남한 이웃을 만들어요

‘아지메’ 라는 말을 듣게 되면 왠지 푸근함이 느껴지지요. 남북 아지매들이 교류할 수 있는 자리가 마련돼 서로의 따뜻한 정을 나눴습니다. 한 남한 단체가 주선으로 이뤄졌는데, 참석한 탈북 여성들은 속내를 털어놓을 수 있는 남한 이웃을 만들 수 있다는 데 기뻐하는 모습이었습니다.

함경북도 청진에서 10년 전에 남한에 들어온 탈북자 올해 68살의 장인숙 씨. 이제 거의 남한 사람이지만, 처음 남한 생활은 그야말로 사고의 연속이었습니다.

장인숙: 간판도 너무 많고. 무슨 말인지도 모르겠어. 어디서 뭘 사야하는데 이건 뭐 시장도 뭐가 이렇게 많은지. 마트는 뭐고 슈퍼는 뭔고 백화점을 또 먼가? 한번은 은행을 잘 못가서 경찰이 출동한 적도 있었어요.

장 씨의 좌충우돌 남한 정착기에 이날 행사장을 매운 80여명의 남북 주부는 너나할 것 없이 소리내서 웃었지만, 탈북 여성들의 어려움은 심각한 수준입니다. 생활에서 겪는 어려움도 있지만, 도통 남한 사람들과는 교류가 없다는 것도 문젭니다. 장씨도 생활 소사를 함께 의논할 남쪽 이웃은 없습니다.

실제로 남한 정부의 정착 교육 시설 하나원에서 나온 탈북자들은 운이 좋은 경우가 아니라면 하나부터 열까지 다 직접 부딪혀 가면 배워야 합니다. 또 이런 과정이 끝나더라도 남한 이웃들과 친하게 지내는 일은 힘듭니다. 아이들은 남한 학교에 다니고 자신도 남한 직장에서 일은 하지만 이들의 소외감은 큽니다.

이런 상황에서 남북의 주부들이 교류할 수 있는 자리가 마련됐습니다. 사단법인 새롭고 하나된 조국을 위한 모임은 24일 서울에서 남한과 북한 주부가 한 자리에 모일 수 있는 행사를 마련했습니다.

남쪽의 주부들이 북쪽의 주부와 짝을 맺어 앞으로 서로를 도와나가자는 취지에서 마련된 행삽니다. 남북 주부들은 자리에서 일어나 서로의 출신지와 사는 곳을 소개하고 인사를 나누면서 교류를 이어갈 짝을 찾았습니다. 수 십분 만에 남북의 주부들은 모녀, 자매, 이모 조카로 맺어졌습니다.

"어머니 딸 사이 하기로, 내 딸이 이 아이보다 2살 많은데 우리 딸 같아요. 우린 자매 하기로 했어요. 생긴 것도 비슷하죠. 우린 이모 조카하기로 했어요. 우리 이모가 북한에서 못 왔는데 이모 생각이 많이 나요."

북쪽에서 온 주부들은 이번 기회를 통해 남한 사람들의 생활을 가까이 들여다 볼 수 있기를 바랬습니다. 남한 주부들도 이들에게 실질적인 도움이 될 수 있기를 희망했습니다.

"제가 한 번도 남한 가정에 초대받아서 가본 적이 없어요. 한번 꼭 가보고 싶고요, 우리 신랑을 데리고 언니네 집에 가서 언니 부부는 어떻게 사는지 보고 싶어요."

이런 가운데서도 북한 주부들의 머리 속에 함께 떠오르는 것은 북한에 두고 온 딸, 어머니, 가족의 생각입니다. 한쪽 손으론 남한 주부의 손을 꼭 잡고도 다른 한쪽으로 눈물을 훔치기도 합니다.

"제가 혼자 내려왔는데, 보니까 너무 우리 딸 같아."

이번 행사를 진행한 새조위의 신미녀 부회장는 남북 주부들이 서로에서 도움이 되기를 바란다고 말했습니다.

신미녀: 문제는 이런 교류가 얼마나 지속적으로 이뤄지느냐. 양측의 노력이 함께 필요할 것.

남, 북한 주부 예술단의 공연이 행사의 흥을 돋았고 주부들은 헤어지면서 연락처를 교환하고 다음 만날 날을 기약했습니다.

2002년 이후 여성 탈북자들의 남한 입국이 크게 늘어났습니다. 2005년 남한 입국한 탈북자 8천 백여 명 중에서는 여성 탈북자의 숫자(4천 2백여 명)가 절반이 훌쩍 넘습니다. 또 이들 여성 탈북자들은 살림과 경제를 함께 책임지는 경우가 많아, 남한 사회의 지속적인 도움이 절실한 상탭니다.

서울-이현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