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 진단] 북, 왜 시리아 방문 강행했나?

워싱턴-박정우 parkj@rfa.org

북한과 시리아 사이 핵 협력 의혹 논란이 연일 계속되고 있습니다. 이런 가운데 최태복 북한 최고인민회의 의장이 시리아를 보란듯 방문해 미국내에서 그의 시리아 방문 의도를 놓고 우려, 실망, 비난이 교차하는 등 논란이 증폭되고 있습니다.

시리아를 방문중인 최태복 북한 최고인민회의 의장은 방문 사흘째인 21일 알-아브라시 시리아 국회의장을 만나 ‘골란고원을 되찾기 위한 시리아의 노력을 지지한다’고 말했다고 시리아 관영 사나 통신이 전했습니다.

골란고원은 이스라엘과 시리아 사이 영토분쟁 지역으로 최 의장의 이날 발언은 지난달 6일 시리아가 북한의 도움으로 핵시설을 건설중이라며 공습을 감행한 이스라엘을 겨냥한 것으로 해석되고 있습니다.

미국 언론들은 북한이 시리아의 핵개발을 도왔다는 논평을 연일 쏟아내고 있습니다. 특히 월스트리저널 신문은 왜 부시 행정부가 이 문제에 대해 침묵하고 있느냐며 거칠게 몰아붙였습니다.

무엇보다 이처럼 민감한 시기에 북한 최고회의 의장이라는 최태복이 보란듯이 문제의 나라인 시리아를 방문한 것을 놓고 미국내에서 우려, 실망, 비난이 교차하고 있습니다. 부시 미국 대통령이 이같은 여론을 감안해 미국은 북한의 핵 확산을 용인하지 않을 것이라고 강하게 경고한데 이어 미국 의회가 최 의장의 시리아 방문을 노골적으로 비난했습니다.

한반도 문제에 깊숙이 관여해온 미 의회 중진의원의 한 고위 보좌관은 최 의장의 시리아 방문이 ‘미국을 바보로 여기는 행위’라면서 불쾌감을 나타냈습니다.

최 의장의 시리아 방문에 대한 미 의회의 이같은 반응은 곧바로 6자회담과 미 북 관계개선에도 걸림돌로 작용할 것이라는 전망이 의회 관계자들 사이에서 나오고 있습니다. 공화당의 미 하원 외교위원회 간사인 로스-레티넌 의원과 정보위원회 간사인 획스트러 의원은 최 의장의 시리아 방문이 시작된 직후인 20일, 미국의 월스트리트 저널 신문에 기고한 글에서 북한과 시리아 사이 핵 협력 의혹이 풀리지 않을 경우 북한에 대한 중유 제공을 의회가 승인하지 않을 것이라고 경고했습니다.

의회 관계자는 북한이 중동국가인 시리아에 핵을 확산시키려 시도했다면 부시 행정부와 의회내 민주당이 이끄는 대북 협상기조는 ‘끝장’이라며 문제의 심각성을 전했습니다. 미국내 민간 연구기관의 북한 전문가들도 상황은 북한에게 불리하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해리티지 재단의 클링너 연구원은 최태복 의장의 시리아 방문 경위에 대해 자세히 알순 없지만 핵 협력 의혹을 확산시키고 있는 것은 분명하다고 말합니다.

클링너: 확실히 최 의장의 시리아 방문은 그동안 제기돼온 북한과 시리아 사이 핵 협력 의혹 논란을 증폭시키고 있습니다. 그의 방문 자체가 미국에 대한 도전이라고 볼 필요까진 없지만, 이 시점에서의 북한 고위 관리의 시리아 방문은 북한과 시리아 사이 깊은 관계를 잘 보여주는 것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미 외교협회(CFR) 개리 새모어 부회장은 다른 견해를 보입니다. 새모어 부회장은 최 의장의 시리아 방문이 핵 확산과 관련이 없기 때문에 미국의 묵인 아래 이뤄졌을 가능성이 있다고 주장합니다.

새모어: 미국은 북한의 핵 관련 기술이 더 이상 시리아로 이전되지 않도록 매우 주의깊게 관찰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모든 북한 관리가 시리아를 방문하지 말 것을 미국이 요구했다고는 생각지 않습니다.

의회관계자들은 25일로 예정된 북한 비핵화에 관한 의회 청문회가 북한과 시리아 사이 핵 협력 의혹에 관한 미 의회의 대응을 가늠짓는 분수령이 될 것이라고 말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