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싱턴-변창섭 pyonc@rfa.org
미국이 일본인 납치자 문제가 해결되지 않은 상황에서 북한을 테러지원국 명단에서 해제할 경우 다음달 1일 시한이 만료되는 일본의 ‘테러대책 특별조치법’ 갱신이 불가능할 수도 있다는 분석이 나왔습니다.
일본의 야치 외무성 차관과 6자회담 수석대표인 사사에 외무성 국장이 이미 방미한 데 이어 다음달 중순에는 일본 의원 10여명이 워싱턴을 방문합니다. 이들의 주된 방문 목적은 일본인 납치문제가 해결되기 전 북한을 테러지원국 명단에서 풀어주면 안된다는 점을 미국 정부에 납득시키기 위해섭니다. 그러나 미국 정부의 분위기는 북한이 연내 핵불능화와 핵신고를 예정대로 이행하면 테러지원국에서 해제한다는 것입니다.
일본인 납치자 문제가 제대로 풀리지 않는 상황에서 미국이 북한을 테러지원국 명단에서 해제할 경우 미일 동맹에도 적잖은 파장이 예상됩니다. 특히 미국의 조치에 반감을 가진 일본 국회의원들은 다음달 1일로 시효가 만료되는 ‘테러대책 특별조치법’을 갱신하지 않을 가능성도 큽니다.
지난 2001년 발효된 이 법은 아프가니스탄 군사작전을 위해 인도양에서 활동중인 미군을 일본 해상자위대가 지원할 수 있도록 했습니다. 법이 갱신되지 않으면 미일 동맹에 금이 갈 것이 뻔하지만 현재 일본내 분위기는 심상치 않습니다. 미 의회조사국(CRS) 닉시 박사입니다.
Larry Niksch: 지난 선거에서 승리한 일본 야당 민주당의 오자와 이치로 당수가 이 법 연장에 반대하고 있다. 집권 자민당이 다른 정당과 연합해 갱신하겠다고 하면 막을 순 없겠지만, 민주당은 법 갱신을 얼마든지 늦출 수 있다. 특히 법 갱신을 반대하는 자민당 의원들이 동조하면 상황은 달라진다.
대체로 친미 성향인 자민당 의원들마저 미국의 대북 테러지원국 해제조치에 배신감을 느낄 경우 법 갱신이 안 될 수도 있다는 겁니다. 닉시 박사입니다.
Larry Niksch: 만일 당수 자민당 의원들과 많은 일본국민들이 일본인 납치문제와 관련해 미국이 일본을 버렸다고 느끼고, 일본인 납치문제에 대한 진전이 없는데도 미국이 북한을 테러지원국 명단에서 삭제한다면 반미 기운이 일 것이고 법의 갱신 여부에 영향을 줄 것이다. 다시 말해 법이 갱신된다는 보장이 없다.
실제로 자민당 의원들 가운데 상당수는 지난 7월 미 하원에서 종군위안부 결의안이 통과됐을 때도 미국에 배신감을 느낀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당시 배신감을 느낀 의원들이 법 갱신 저지에 나설 수도 있다는 관측입니다. 이런 우려 때문인지 미일 동맹이 약화되기 앞서 대안을 촉구하는 목소리도 높습니다. 제임스 켈리 전 국무부 동아태차관보입니다.
James Kelly: 북한이 테러지원국에서 해제되면 물론 미일 동맹에 해가 될 수도 있겠지만 다른 일도 가능하다고 본다. 미일 양국은 동맹관계에 주게 될 악영향을 피하기 위해 어떤 식으로든 조율할 것으로 본다.
뉴욕 사회과학원(SSRC)의 시걸 박사는 오히려 일본의 적극적 노력을 주문합니다.
Leon Sigal: 현 시점에서 일본은 문제가 뭔지 충분히 알고 있다. 일본이 테러문제와 관련해 북한과 진지하게 협상에 나서고 상응조치를 취한다면 진전이 있을 것으로 본다.
이런 가운데 대북 정책에 신축적 입장을 보이고 있는 일본의 신임 후쿠다 총리가 다음달 중순 미국을 방문합니다. 그가 부시 대통령과 만나 일본인 납치자 문제와 북한 테러지원국 해제 문제에 의견조율을 이뤄낼 수 있을지 벌써부터 이목이 쏠리고 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