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싱턴-변창섭 pyonc@rfa.org
북한이 설령 미국의 테러지원국 명단에서 해제되더라도 국제 경제체제에 편입하는 데는 상당한 걸림돌이 도사리고 있다는 지적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북한은 지난 87년 대한항공 폭파사건에 연루돼 이듬해 미국으로부터 테러지원국으로 지정된 뒤 국제경제 체제에 제대로 편입할 수 없었습니다. 때문에 북한이 테러지원국 명단에서 빠지면 다른 나라들과의 정상적인 교역은 물론 세계은행이나 국제통화기금같은 국제금융기관에도 가입할 수 있는 여건이 마련되게 됩니다.
북한 경제는 지난 99년 이후 2% 내외의 플러스 성장을 해왔고, 특히 지난 2002년 7월에는 ‘경제개선관리조치’를 취한 뒤 부분적이나마 시장경제를 도입한터라 북한이 테러지원국에서 해제되면 경제적 ‘특수’를 기대하는 관측마저 나오고 있습니다.
그러나 대다수 경제 전문가들은 설령 북한이 테러지원국에서 해제되도 북한 경제에 미칠 효과는 한계가 있다는 지적입니다. 삼성경제연구소 동용승 수석연구원입니다.
동용승: 테러지원국 해제되고 적성국 교역법에서 배제된다 해도 그것은 국제사회로 진입할 수 있는 외부적 환경이 마련된 것이지 북한 스스로가 국제사회 진입에 필요한 요건들을 갖추는 것은 북한이 해결해야 할 문제이다. 예를 들면 정책의 투명성 문제, 통계의 투명성 문제 등 기술적인 부분들이 있다 이런 것들을 북한이 받아들일 수 있는 준비가 돼 있는가 하면, 아직은 부족하다고 본다.
실제로 북한은 외자유치를 위해 지난 80년대 이후 외국인 합영법을 도입하고 경제특구까지 만들었으나 실제 외국인 투자 실적은 미미합니다. 피터슨 국제경제연구소(PIIE) 오슬룬드 박사입니다.
Anders Ausuland: 우선 북한에는 서방기업들이 활동할 만한 법이 정비되지 않았다. 따라서 북한에서 기업들이 활동하려면 규제가 상당하다. 이를테면 교역에 따른 규제도 많고 가격 통제도 심하다.
이처럼 북한 내적인 문제말고도 테러 해제 뒤 북한이 넘어야 할 외적인 장애물도 한 두 가지가 아닙니다. 우선 북한이 차관도입을 염두에 두고 있는 세계은행이나 국제통화기금만 해도 가장 기초적인 자국의 통계자료조차 제출을 거부해 번번이 가입이 무산되기도 했습니다. 북한은 테러해제 뒤 미국이나 일본, 유럽 연합의 거대한 시장을 노릴 만 하지만 그 벽은 두텁기만 합니다. 피터슨 국제경제연구소 놀란드 박사입니다.
Marcus Noland: 북한이 테러지원국에서 해제된다고 해서 세계시장에 자동적으로 진입할 수 있는 건 아니다. 예를 들어 북한이 미국과 교역을 하고 싶어도 다른 정상적인 교역국처럼 최혜국 대우(MFN)를 받지 못하면 교역이 사실상 불가능하다. 북한산 제품이 미국에 들어오려면 상당히 고율의 관세를 물어야 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미국은 현재 북한산 제품에 대해 최고 100%의 고관세를 부여해 수입이 불가능한 상태입니다. 일본도 북한산 품목에 대해 개도국보다 훨씬 높은 20%의 국정세율을, 그리고 유럽연합도 북한산 섬유나 의류제품에 대해 수입 할당량을 적용하고 있습니다.
국제경제연구소 놀란드 박사는 따라서 북한이 테러 해제에 따른 완전한 경제적 혜택을 누리려면 결국 광범위하고 실질적인 개혁, 개방에 나서야 한다고 지적하고, 여기엔 북한 지도부의 정치적 개방 의지가 필수라고 강조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