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싱턴-박정우 parkj@rfa.org

지난 한주 동안 미 행정부, 의회, 민간 연구소에서 제기된 각종 한반도 관련 문제를 살펴보는 워싱턴 시사진단, 오늘은 북한과 미국 사이에 놓인 ‘불신’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선 양국간 외교관계가 수립돼야 한다는 전직 미국 외교관 켄 예이츠씨의 얘기를 들어봅니다.
Chris hill: Obviously, that's going to be the result of our discussions. But I think we are prepared to move toward normalization as they are prepared to move toward denuclearization.
지난 20일 사흘간의 베이징 6자회담 수석회의를 끝마치고 베이징 국제공항을 통해 미국으로 돌아가려던 크리스토퍼 힐 미 국무부 동아태 담당 차관보는 북미간 국교정상화 협상을 북한의 비핵화와 연계해 진행하겠다고 다시 강조했습니다.
이처럼 미국은 북한이 우선 핵를 포기해야만 북한과 외교 정상화로 갈 수 있다는 입장입니다. 북한의 핵포기에 대한 대가로 미국이 북한과 관계를 개선할 수 있다는 겁니다. 이같은 미국의 강경한 입장에는 북한 지도부에 대한 뿌리 깊은 불신도 한몫 합니다.
클린턴 행정부 시절 북미 간 제네바 핵협상에 참여했으며 부시 대통령 아래서 주한 미 대사를 지낸 토마스 허바드(Thomas Hubbard) 전 주한 미 대사입니다.
Hubbard: (I would say that almost all Americans, myself included, we all sceptical that North Korea will actually give up its nuclear programs and I think we all believe that the process will be long and difficult.)
"저 자신을 포함해 대부분의 미국인들이 북한이 실제 핵을 포기할 것인가에 대해 회의적입니다."
대북 강경론자로 알려져 있는 제임스 릴리(James Lilley) 전 주한 미 대사는 한발 더 나아갑니다.
Lilley: They're not gonna come clean on this, believe me, they won't.
릴리 전 대사는 지난주 주미 남한대사관 산하 홍보원에서 열린 강연회에서 아예 북한이 앞으로 핵개발 목록을 투명하게 공개하지 않을 것이라고 확신했습니다. 하지만 역설적으로 북미 양국이 서로간 신뢰를 회복하기 위해선 워싱턴과 평양에 서로 외교관을 파견하는 등 접촉을 늘려야 한다는 지적도 있습니다. 북미 상호간 불신이 핵문제 해결 등 양국 관계 개선에 가장 큰 걸림돌이 돼 왔다는 점에서 이런 주장은 더욱 설득력을 갖습니다.
지난 94년 여름 미국의 평양 대표부(liaison office) 설립 준비 요원으로 활약했던 켄 예이츠(Ken Yates) 전 주한 미 광주 문화원장입니다.
Yates: (If we were able to have had ten years of diplomatic presence in Pyungyang we would have been much further along in our negotiations with North Korea to resolve some of these problems not because the people who would be there would be American workers but because just being there somebody that could talk to members of the North Korean government.)
"만약 미국과 북한이 외교관계가 수립됐더라면 훨씬 많은 문제가 해결됐을 겁니다. 꼭 미국을 위해 어떤 일을 해서가 아니라 북한 관리들과 언제든 얘기를 나눌 수 있는 미국 외교관이 평양에 항상 머물고 있다는 점이 중요합니다."
예이츠 전 원장은 당시 평양 대표부 설립 준비를 위해 3차례 북한을 방문했는데 첫 방문 때는 북한 관리들이 자신의 말을 통 들으려 하질 않았다고 털어놓습니다.
Yates: (But the more you lived with them and worked with them, the more they're relaxed. So by the third visit I made up there I was getting real friends who I was trusted.)
북한 관리들과 함께 일하다 보니 차차 그들도 긴장을 풀더군요. 세 번째 방문 때는 서로 신뢰할 수 있는 친구로까지 발전했습니다.
예이츠 전 원장은 만약 당시 평양과 워싱턴에 양국 대표부가 설치됐더라면 현재와 같은 양국간 불신은 미리 막을 수 있었을 것이라고 아쉬워합니다.
Yates: (Had we had ten years of liaison office presence in Pyungyang, I think those kinds of relationship would have grown in the capital and that level of trust would have grown to the point where the suspicion would have been resulted later would not have been there.)
"만약 양국 수도에 대표부가 들어섰더라면 양국간 신뢰는 계속 쌓였을 것이고 이 과정에서 현재 양국 사이에 팽배한 불신은 아예 나타나지도 않았을 겁니다."
그는 이어 북한을 정확히 알고 정확한 정책을 세우기 위해서라도 북한과의 외교관계 수립은 꼭 필요하다고 주장합니다.
Yates: (I think it was clear that we needed a diplomatic presence in North Korea and the reasons are just the same with other countries. If you're not there you don't know what's going on. If you don't know what's going on your policies are ill-informed and your actions are based on other people's impressions. It's not a very good guide. We have to be there and talk with people to understand the societies.)
"미국 외교관이 북한에 머물지 않으면 미국이 북한에서 어떤 일이 일어나는지 알수가 없습니다. 이렇게 되면 미국의 외교 정책이 잘못된 정보와 다른 사람의 느낌에 근거해 수립되게 되는 거죠. 이건 그리 좋은 지침이 아닙니다. 한 사회를 이해하려면 그 곳에 머물면서 사람들과 얘기를 나눠봐야 하거든요."
예이츠 전 원장에 따르면 94년 당시 4명의 미 국무부 소속 고참 외교관들이 평양 주재 미국 대표부 설립 요원으로 선발돼 1년 남짓 서울에 머물며 한국어 교육 등을 받았지만 대표부 설립이 무산되면서 모두 은퇴했습니다.
미 국무부 관계자는 현재 당시처럼 외교관들을 선발해 교육을 시키는 등 북한과의 외교관계 수립에 대비하고 있는지에 대한 자유아시아방송의 문의에 “없다”고 대답했습니다. 국무부측은 하지만 현재 국무부 내에 한국어 구사가 가능한 외교관들이 충분하다고 덧붙였습니다.
